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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공항은 제주도의 '천적', 관광이 바이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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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2공항은 제주도의 '천적', 관광이 바이러스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선택과 집중'을 넘어서

제주도는 한국에서 자연생태의 원형이 그나마 남아있는 드문 땅입니다. 그리고 현재 난개발에 따른 갈등의 섬, 지구온난화로 인한 위기의 섬입니다. 살아야하고 살려야한다는 절박감에 동료 시민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이 메시지가 환경부 장관에게 가 닿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류가 뭇 생명과 더불어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책과 노선의 전환이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임박해 위기의식 가운데 연재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환경부가 동의하고 국토부가 기본계획을 고시하면 제주 제2공항 사업은 법적 지위를 갖게 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환경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매일 글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주 제2공항 사업만이 시대와 지역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 구체적인 사안을 배경으로 우리의 제주발 문제의식은 펼쳐질 것입니다.

제주도가 환경부 장관에게 연재 바로가기

67만 인구가 사는 제주도에 두 개의 국제공항이 필요한가? 나는 작년(2019년) 여름에 제주도에서 한 달 반을 살고 나서, 좋은 기후와 풍광에 반해 올해 1월에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아직 주소도 옮기지 않은 처지이기에, 한편에서는 제주도의 우환이라고 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주도의 숙원 사업이라고 말해지는 이 현안에 발언하는 것이 주제넘어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록 행정상으로는 아직 제주도민이 되지 못했지만, 제주도에 오래 살고 싶은 마음만은 장소를 가진 지역민에 못지않다고 생각하기에 환경부 장관께 편지쓰기를 자청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려는 국토교통부는 새 공항이 필요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용객의 증대를 든다. 애초에 국토부는 2045년에 항공수요가 4500만 명을 넘어서리라는 수요예측을 내놓은 이후로 몇 차례나 숫자를 하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4000만 명대라고 전망하고 있다. 가장 관광객이 많았던 2016년의 입도객이 1585만 명이었으니, 국토부가 산정한 수요예측은 앞으로도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관광지가 되어 버린 제주도를 한층 더 강화된 관광특구로 발전시키려는 이런 청사진은 국토부 혼자만의 설계로 결정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지자체라면 어디 할 것 없이 재정 적자, 경제 부실, 실업 등이 유발하고 있는 붕괴의 위기를 겪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당면한 문제를 떠맡지 않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동원해 지자체에게 지자체에 맞는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강하게 밀어 붙인다. 그러니까 국토부가 제주도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제2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중앙정부의 정책적인 결정과 비호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주도의 지자체장이 중앙정부의 구상을 거부하면 좋겠지만, '선택과 집중'은 중앙정부의 채찍과 당근이 없더라도 성과 쌓기와 업적 과시에 혈안이 급급한 지자체가 지푸라기처럼 잡는 정책 가운데 하나며, 선택과 집중에는 항상 거기서 나오는 단물을 빠는 수혜자와 지지자가 따르게 마련이다.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하의 구제금융 시기에 출현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는 마치 문제의 해결사인양, 그 동안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한국 사회에 군림해 왔다. 이제라도 이 용어가 품고 있는 논리를 비판적으로 점검하고, 이 용어로 정당화되어온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물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도시·지역·농촌·환경을 자신의 연구과제로 삼고 있는 일본의 사회학자 야마시타 유스케의 <지방회생>(이상북스,2019)을 펼쳤다. 지은이는 "원래 '선택과 집중'이란 비상사태의 논리다. 그것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결코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이 논리는 전쟁이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희생자를 고르고 자원을 배분하는 형식이라고 말한다.
"이런 것은 외적이나 자연에 대한 사회나 인간의 능력 부족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의 생사가 걸렸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라는 식의 차가운 논리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용인된다. 모두 지키려고 하다가는 싸움에서 지기 쉽기 때문에 일부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이것이 '선택과 집중'의 근간이 되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생존을 건 싸움이 외부의 적에서 내부로 옮겨질 때, 그것이 '경쟁과 도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파이는 한정되어 있다. 사회구성원들끼리 승패를 겨루고, 우열을 붙이고, 생존할 것과 죽어야 할 것을 확정한다. 구성원의 수는 줄어들지만 경쟁을 통한 도태에 의해 우수한 것만 살아남기 때문에 방해되는 것도 없어지고 외적과의 투쟁도 오히려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 틀림없다. '선택과 집중' 및 '경쟁과 도태'는 이렇게 비상사태의 논리로서 살아 있는 어떤 사람들의 '배제'를 수반한다."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김수오

관광이 바이러스다

관광이 제주도의 유일무이하며 절대적인 '선택과 집중'이 되려면, 먼저 제주도가 그와 같은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극단적인 비상사태에 빠져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아무리 따져 봐도 현재의 제주도가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에 직면해 있다고 여길 근거는 없다. 올해 제주도를 덮친 '코로나 팬데믹'을 보면, 제주도를 '관광의 섬'으로 특화시켜온 그 동안의 노력이 오히려 제주도를 자연재해나 전쟁에 버금가는 비상사태 앞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판단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거부해야 할 것은 제주도를 관광이라는 잘못된 '선택과 집중' 앞으로 몰아세우는 것이 아닐까? 코비드19가 아니라, '관광'이 바이러스다. 자연재해나 전쟁과 똑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한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것과 똑같이,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그것 역시 선택과 집중으로부터 배재되는 희생자를 낳는다. 제주도에는 관광을 생계로 삼는 관광 업계 종사자만 있는 게 아니라, 농사와 어업 종사자들도 살고 있으며, 그 밖에 무수한 일상인이 살고 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은 다양성과 공생을 배제한다. 국토부의 예상대로 30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늘어난다면, 관광 업계 종사자가 아닌 제주도민의 일상은 피폐해지고, 제주도의 풍광과 생태는 파기될 것이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요 몇 년 사이에 우리 귀에 익숙해진 시사용어다. 관광객이 수용가능한 수를 초과하여 현지 주민의 삶과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일컫는 오버투어리즘은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양태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연구자들은 오버투어리즘의 부작용을 크게 환경(쓰레기, 소음, 교통체증, 환경오염, 낙서, 생태계 훼손), 경제(높은 물가, 젠트리피케이션, 공유재 침탈), 사회문화(전통적 가치관과 규범의 붕괴, 정체성의 변화, 지역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공동체의 분해) 측면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는데, 베네치아와 바르셀로나의 경우 오버투어리즘은 지역 주민의 관광공포증(tourism-phobia)으로 발전하여 '관광객은 꺼져라!'라는 구호를 외치게 한다. 이탈리아 전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코비드 19가 덮치기 전에 연간 2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렸던 베네치아에 관광객이 급감하자 베네치아 운하의 물이 눈에 띄게 맑아지면서 60년 만에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는 2020년 3월 18일 <SBS 8시 뉴스>(베네치아 관광객 급감→60년 만에 드러낸 '맑은 물')는 오버투어리즘이 지역 생태계의 천적이라고 말해준다. 유감스럽게도 연구자 가운데는 한국에서 오버투어리즘이 벌어질 가장 확실한 후보지로 제주도를 꼽는 사람도 있는데, 2020년 8월 18일 발행된 <시사IN> 674호 기사 '제주 풍경에 주인이 생기기 시작했다'(이명익·김연희 기자)를 보면 이미 오버투어리즘은 시작되었다.

관광과 생태는 양립할 수 없어

제주 제2공항 건설은 국토부의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마지막 관문인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환경부 동의만을 남겨 놓고 있다. 국토부의 제2공항 건설을 반기는 제주도 지자체와 이 정책에서 이득을 볼 수혜자들은 제주도 사상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인 제2공항 건설이 제주도에 5조 원이 넘는 경제적 유발 효과와 4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지자체에서 벌어지는 많은 국책사업의 효과가 과장되어 있으며, 거기서 나오는 최대의 수익을 차지하는 사람도 지역이 아닌 중앙의 인사다. 이와 똑같은 착시가 관광 산업에서도 반복된다. 관광산업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관광산업이 현지의 사회적·경제적·환경적·정치적 문제를 다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라고 열심히 주장한다. 그러나 현지의 낙후성을 다 바꿀 수 있다는 듯이 구는 이들의 공약은, 이 산업이 내놓은 수사법에 불과하다. 패멀라 노위카는 <공정 여행, 당신의 휴가는 정의로운가?>(이후, 2013)에서 "여행 경비의 약 80퍼센트는 항공사, 호텔" 등 패키지여행을 주관한 지역 바깥의 대기업으로 돌아가지 "지역의 사업체나 노동자에게 가지 않는다"면서 "이런 현상을 누출이라고 하는데, 누출은 여행과 관광산업 전반에 팽배하며 그 내용이 잘 기록되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광산업을 옹호하는 이들은 이런 기록을 누락함으로써 "관광산업이 빈곤 감소나 지역의 자급자족에 기여한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환경부 장관님, 환경부는 개발이나 관광과 같은 경제 논리로부터 생태와 인간을 지켜내라고 만들어진 부처입니다. 환경부는 그 어떤 개발의 후견인이 되어서도 안 되고, 경제 논리에 협조해서도 안 됩니다. 개발과 환경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관광과 환경도 양립할 수 없습니다. 환경부는 대한민국의 생태와, 그 속에 거주하는 인간들의 후방입니다. 후방이 든든해야 제2공항 건설을 막으려는 제주도민이 우리나라 사람 모두의 장소를 위해 계속해서 싸울 수 있습니다. 장관님더러 전방이 되어달라고는 간청하지 않겠습니다. 제주 하늘과 바다와 나무의 후방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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