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차 노동당 대회를 12일 마무리했다. 향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을 가늠하는 노선들이 제시되었다. 당대회가 끝난 뒤 13일부터 북한은 당대회 결정을 이행하기 위한 주민학습과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그리고 앞으로 5년은 당대회에서 밝힌 지침대로 움직일 것이다. 한편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정치 특성상 초기 6개월은 외교안보 라인을 포함한 인사 청문회 때문에 북핵-북한문제를 심도있게 다루지 못할 것이다. 북한은 벌써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미국은 7월쯤에나 실무관료들이 움직일 것이다. 그럼 사실상 1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부 사정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북한 8차 당대회에 대한 필자 나름의 평가를 다섯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북한이 '강대강 선대선'을 말하지만 미국과 한국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둘째, 7차 당대회 때와는 달리 북한이 조중친선을 언급했다, 셋째, 대내적으로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강조했다. 넷째, 전략무기와 핵잠수함을 언급하면서 국방력이 외교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다섯째, 김정은의 총비서 추대와 함께 과감한 세대교체를 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당대회는 김정은 시기인 2016년 5월 36년 만에 7차 당대회가 열렸고, 5년이 채 안 되는 2021년 1월 초 8차 당대회가 열렸다. 향후 5년마다 정례적으로 당대회를 개최하겠다고 공표했다.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당 위원장은 당 총비서로 추대됨으로써 김일성-김정일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되었다. 이전 당대회에 비해 이번 당대회는 30% 이상 늘어난 5000명이 참석했고, 70%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임기 10년 차를 맞이한 김정은 체제가 안정화 되었다는 것을 대내외에 과시한 당대회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김정은 체제가 북핵문제 등 대남-대외관계에서 상당히 과감하고 자신만만하게 나올 것을 예고했다.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적대세력의 위협이 종식될 때까지 군사적 힘을 지속 강화"할 것이고, "강력한 국가방위력은 결코 외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향에로 추동하면 그 성과를 담보하는 위력한 수단"이라 했다. 이는 미국이 선조치로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철회한다면, 대미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 보수진영에서 문제 삼고 싶어 하는 '국방력 강화'가 대미 협상의 포기가 아닌, 오히려 빨리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남정책 관련해서는,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근본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남 압박이라기보다 문재인 정부가 군사문제에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해주길 바라는 '속뜻(real intenton)'이 담겨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말꼬리를 트집잡고 비난하려는 것이면 몰라도,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을 찾고자 한다면 '속뜻'을 읽어 내는 것이 긴요할 것이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북한은 대남 '단절'이나 '포기'가 아닌 '조건'에 따른 남북간 대화‧협력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조중친선을 언급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대북제재가 장기화되고 북미관계 개선이 늦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중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에 대한 관리 필요성과 교착 상태의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외교·안보 라인에 동북아와 한반도 전문가들을 상당수 포진시켰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장관(후보)과 웬디 셔먼 부장관(후보) 외에도 국가안보회의(NSC)에 신설된 인도·태평양 조정관 자리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커트 캠벨을 지명했다. 바이든 정부의 초기 인선을 지켜보면서, 오바마 정부 때 인물들이 다수 중용되어 혹시나 이전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때와는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그래서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미국의 북핵정책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가 중국 문제와 더불어 북한 비핵화문제도 비중 있게 다룰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는 달리 어떻게 해서든 북핵문제를 풀어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국무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웬디 셔먼은 클린턴 정부 말 윌리엄 페리 전 대북정책조정관에 이어 대북정책조정관으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는 2000년 10월 방미한 북한의 조명록 차수와 회담을 했고 북·미 공동콤뮤니케를 작성했다. 그리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에 가서 김정일 위원장을 면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 기고문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허용, 북한의 핵프로그램 진전 중단 등을 포함한, 비핵화 용어의 정의에 관한 구체적 합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2020년 8월 세미나 발표를 통해서는 북한이 이미 핵 억지능력을 구축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는 매우 어려운 문제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소중하게 활용해야 할 인적 자산인 셈이다. 대통령 임기 초 야심차게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오바마 정부의 북핵정책이 '전략적 인내'로 선회하게 된 것이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대북관과 북핵정책 때문이었다는 사실은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둔 우리가 복기하고 명심해야 할 것이다. 향후 한국 정부의 외교 능력과 전략에 따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윤곽을 드러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미국과의 협상 여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바이든 정부의 외교안보팀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향후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상황에 따라 단계적인 비핵화 모색과 북미관계 개선 쪽으로 가닥을 잡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 나가자.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 하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가 공통적으로 한미동맹 강화를 말했다. 이는 북핵문제를 둘러싼 대북정책에 관한 한미 공조에 대한 긍정적 신호라 할 수 있다. 8차 당대회를 마치고 새로운 5년을 열어 나가려는 북한, 새로이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 사이에서 우리 정부가 남북-한미관계를 주도적으로 운영함으로써, 2018년 4.27 판문점선언, 9.19 평양선언, 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선언이 다시 봄날을 맞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 회담을 언급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 회담이 한반도에 3월의 봄날을 불러올 훌륭한 마중물이 되려면, 정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비대면 회담도 가능하다. 3월 한미연합훈련 문제를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에서 협의하자고 하면 북한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를 계기로 판문점 선언, 평양 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 이행의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봄에 남북관계가 열려야, 여름에 외교안보 라인 진용을 갖출 바이든 정부의 북핵정책 추진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미국이 움직일 때까지 우리 정부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미국 국익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 지자천려 필유일실(勇者不惧千慮, 必全是失 : 지혜로운 사람도 천 번 생각하면 한 번의 실수가 있을 수 있다)이란 말처럼 미국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분명하게 짚고 전달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군사회담을 제의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용기있게 남북관계 선행론을 설득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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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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