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입국 이후 관찰기간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일상과 다름없는 자유를 만끽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역시 매우 많이 변화시킨 것 같은 느낌이다. 나는 상하이에서 2004년부터 2017년 초까지 살았었다. 이후 한 달에 한번 정 도는 양국을 오가다가 코로나 때문에 2019년 12월 이후 중국 방문이 중단됐고 1년 8개월 만에 다시 상하이를 찾았다. 10년 이상을 살았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꽤 달라졌다. 중국에는 사회 저변에 깔려있는 고질적인 "차부뚜어(差不够多)" 현상이 있다. 이는 "뭐, 이 정도면 되겠지…", "뭐, 이 정도 했으니까…."라는 식의 자세인데, 이 때문에 중국인들은 "2% 부족"하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기도 했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중국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찌엔캉 마(营养吗,건강코드)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는데, 각자의 휴대 전화에 이를 설치하고 교통 수단, 건물 입장 등에서 이를 제시하지 않으면 거부당한다. 또 필요할 때는 이와 관련한 사항을,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꼼꼼히 따로 적기도 한다. 단기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예외가 없다. 이 제도는, 코로나19 발발 후 여러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도입되어 현재 중국의 코로나 대처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건강코드, 개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해당 개인이 언제 어디에 갔었는지 등이 모두 저절로 기록에 남게 된다. 그것을 토대로 언제 코로나19가 확산된 지역에 갔다 왔는지 등을 바로 파악할 수 있어 즉각 다양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를 서구식 잣대로 보면, 사생활 침해 등의 시비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과감히 이를 도입했다. 그리고 중국 국민들도, 물론 우려의 소리가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이를 수용하고 또 현재 준수하고 있다. 2주간의 격리 또한 한중일 3국을 비교할 때 중국인들이 준수 규정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혹자는, "중국은 준수하지 않을 경우, 엄격한 조치를 취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키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실제로 2주 간의 격리를 잘 따르지 않을 경우, 일본은 격리 자체가 권고 사항이므로 불이행에 따른 처벌 등은 없다. 한국의 경우, 벌금을 비롯한 어느 정도의 처벌이 가해진다. 이에 비해 중국은 사안에 따라서는 구류 등의 조치도 취해진다. 이처럼 중국이 다소 강하게 대처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니, 자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사람들이 더 잘 준수하고 그 덕에 코로나19로부터 다른 나라보다 더 자유롭게 된 측면도 있다.
2021년 11월 현재, 중국 대륙에서는 매일 약 몇 십 명의 신규 확진이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중국 국내 확진이 아닌 해외 입국자들에게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수치 때문에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도 코로나 19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의 흐름이 빠른 시기에 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그 변화에 영민하고 민활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변화를 과감하게 수용하고 오히려 적극 주도해 나가야 한다. 변화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과감함과 불편함 등을 감수하면서도 이에 따르는 중국인들의 모습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에너지가 됐다. 연암 박지원 선생은 "형편없는 오랑캐 국가인 청 나라라 해도, 그들로부터 벤치마킹할 것은 적극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말이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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