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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년' 약물이, 백신이 우리를 구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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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2년' 약물이, 백신이 우리를 구원할까? [서리풀 연구通] 마법 탄환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는 착각  
코로나19 범유행이 2년 가까이 계속되는 와중에 아직 그 힘을 잃지 않고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믿음이 하나 있다. 바로 어떤 기술이 개발되면 마법처럼 이 유행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점 때문에 이런 착각은 세계 전역을 휩쓸고 있고, 심지어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위험한 약이 우리를 구원할 것처럼 여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논문은 필리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사회과학과 의학>에 발표한 것으로 코로나19 범유행 중 나타난 약물 구원설(pharmaceutical messianism)의 사례를 보여준다.(☞ 바로 가기 : ) 연구진은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을 맞이한 각국의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바이러스를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약 또는 물질이 있다고 주장"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런 반응은 사회적 위기를 불러일으키는 범유행을 단순화하려는 정치적 전략의 일환으로 대부분이 '기적의 치료제'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이런 약속이 코로나19 범유행에서 처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먼 옛날 중세의 지도자는 치유력을 갖춘 존재로 여겨졌고, 항바이러스치료법(ART)이 등장하기 전 HIV/AIDS를 치료할 수 있다는 수많은 약들이 정치인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던 과거도 그리 멀지 않다. 그렇다면 왜 정치인들은 코로나19 범유행을 맞이하여 특정 치료법을 지지하게 되었고, 그 치료제는 어째서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게 되었을까? 즉각적인 대답 중 하나는 그런 종류의 말이 정치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감염병 위기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정치적 지도자들이 질병을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정부 당국은 종종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치료제나 백신은 실제 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유력한 상징과 희망의 징표'가 되어 정치적 압력을 덜어주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 많은 치료법들이 정치인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HIV/AIDS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된 여러 약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서구 주도의 생의학과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이자 해방의 상징으로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약물 구원설이라고 부르며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감염병 범유행에 대해 단순하고 직관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려 드는 대중영합주의적 경향의 한 양상으로 설명한다. 이런 약물 구원설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기존의 과학으로도 답을 찾기 어려운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같은 사람들은 기존의 엘리트 과학자들의 무능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해법을 갖고 있다는 구세주로서의 모습을 연기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약물 구원설이 기존에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던 지식, 관행, 감정 등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다만 기존의 지식과 맺는 관계는 다양할 수 있는데 기존의 의학지식이나 대안적‧이단적 지식을 활용하기도 하고, 반대로 기존 지식을 부인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네 번째 특징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저렴하거나 친숙한 물질이 구원설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전문화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인 상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법이 '특효약'으로 여겨지게 되는 것은 의학적 효과와는 무관하게 그 자체로 효과를 가진다. 실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채 삽화적 증언만으로도 사람들은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비방을 활용해 절망과 질병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에 따라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서 나타난 약물 구원설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사례는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말라리아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이다. 프랑스의 의사인 디디에 라울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효과가 100%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극우정당 정치인의 지원을 받고 대중적 지지를 얻은 끝에 2020년 3월 말 프랑스 보건당국은 코로나19에 대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을 허가했고, 마크롱 대통령은 마르세유까지 찾아가 직접 라울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정책적 승인이 이루어졌다. 이후 세계보건기구가 이 약물의 효과를 부인하고 위험성을 제기하면서 사용이 줄어들었지만, 이 사례는 위기의 상황에서 기적의 치료제가 탄생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두 번째 사례는 필리핀에서 구충제인 이버멕틴(ivermectin)이 사용되었던 일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비슷한 시기에 주목받기 시작한 이버멕틴 역시 2021년 3월에는 세계보건기구와 유럽 의약품청 모두에서 사용금지를 권고받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코로나 유행이 커지는 와중에 예방접종 프로그램은 잘 운영되지 못했던 필리핀에서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버멕틴을 찾고 있었다.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모두를 구하기 어려운 필리핀에서 의료계는 이버멕틴에 대해 비교적 넓은 지지를 표명했다. 필리핀 보건부는 약품의 사용을 막고자 했지만 식약처는 이를 허가하려고 했고, 법무부와 경찰은 이버멕틴을 배포한 국회의원의 처벌을 서로에게 미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버멕틴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 허가를 요구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필리핀에서 이버멕틴은 기적의 약이 되었고, 종내에는 사람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세 번째 사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인기를 끈 유기농차이다. 2020년 4월 마다가스카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최초의 아프리카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유기농차의 코로나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대했지만 마다가스카르 사람들은 이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치료제가 사람들이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차'의 형태로 개발되었다는 점도 크게 기여했다. 마다가스카르 정부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사람들이 기존에 대안요법으로 활용하는 약초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를 활용해 친숙하고 접근가능한 형식의 치료법을 제시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치료제가 아프리카 민중들에게 자긍심으로 여겨졌다는 데 있다. 북반구의 식민주의가 아프리카 민중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가운데 남반구의 국가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인도주의적 의약품을 개발하고 전파하는 모습을 취하면서 이 유기농차는 치유의 물질이 될 수 있었다. 연구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범유행이 그러하듯 약물 구원설 역시 국경을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앞에서 설명한 사례에서 확인되듯, 위기를 극복하는 기적의 명약에 대한 기대와 맹신, 이에 의존하는 정치는 각 사회에 존재하는 약한 고리와 소외된 영역을 파고들며 자란다. 예를 들면 존재하는 고통을 무시해왔던 과학에 대한 불신, 헛된 약속이었던 것으로 확인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식민주의의 고통과 피해 같은 것들 말이다. 이 현상이 단순히 나쁜 정치인, 나쁜 과학의 문제로 환원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범유행의 대부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아니라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의 총체라는 점을 기억하고, 기적의 치료제가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보다 사회적이고 공적인 해법을 통해 이 시기를 같이 헤쳐 나가는 너른 의미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연합뉴스
* 서지정보- Lasco, G., & Yu, V. G. (2021). Pharmaceutical messianism and the COVID-19 pandemic. Social Science & Medicine, 114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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