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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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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더니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신(新) 열하일기 (13)
지난해 중국 정부가(아마도 공공외교 강화 차원의 일환으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약 30명 정도의 인사들을 초청, 9월 초에서 11월 말까지 약 3개월간 중국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각계각층을 만나는 프로그램에 초청받아 참석하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사람들과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기간에 베이징의 다양한 정치, 재계 및 문화 산업계 인사들도 만나고 또 몇 군데 지방을 견학 및 산업 시찰 형식으로 가기도 했다. 프로그램이 중국 공산당 중앙 차원에서 기획한 것인 만큼, 현지에서는 해당 지자체의 지도자들과 만나는 기회도 가졌다. 1차 견학지인 장시성은 면적은 남한보다 큰 16만 6900제곱미터(㎢)이며 인구 또한 우리보다 더 많은 5500만 전후이지만, 중국에서는 중소 규모의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하나의 성이라지만 넓다 보니 우리는 4박 5일 동안 매일 장시성 내의 난창시, 징강산시, 루이찐시, 간쪼우시 등, 다른 시로 이동하며 하루종일 시찰하는 빡빡한 일정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 갈 때마다 시장(혹은 부시장)이 나와 식사를 같이 하는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잘 대접해주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에서 당초 생각하지 못했던, 참 안타깝고 유치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목숨 걸다시피 했던 볼썽사나움이 나타났다.
▲ 장시성 방문 당시 모습. ⓒ우수근
본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수의 아프리카인과 10명이 안 되는 아시아인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동북아시아인은 필자 한 명이었고, 더구나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왔다. 이로 인해 프로그램에 같이 참가한 사람들은 필요한 일이 있거나 할 때는 나를 찾았다. 그 덕에 어느 순간부터 사실상 이 프로그램의 대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것저것 동료들의 요청을 받아 도와주고 연결해주는 등, 나름 대표 격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덕인지 각 시에서 오찬이나 만찬을 할 때 주최측의 헤드테이블에 주빈으로 앉게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장시성 첫 날 만찬 직전에 일이 터졌다. 아프리카 국가에서 합류한 사람들 중에는 그 나라에서 장차관 출신자들도 있었는데 이들이 주빈으로 나오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들은 프로그램에 가장 늦게 합류해서 다른 동료들도 아직 잘 모르고 합류한 뒤에도 프로그램에 잘 나타나지 않는, 그야말로 "따로 노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던 사람들이 프로그램의 대표인 것처럼 행세하려는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직 '정식 대표'가 선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들은 이를 빌미로 각자의 본국에서 자신들이 주요 직위에 있었으니 그에 합당하게 대우해 달라며 이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주관하는 베이징 대학교 측을 압박했다. 이에 주최측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주빈으로 행동하게 해주었다. 문제는 다른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여기에 불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잘 나타나지도 않던 사람들이 왜 이런 자리에서만 주빈 행세를 하려고 하냐는 지적이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게 되면서, 주최측에 모든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동등하게 존중받는 것이 맞다는 의견과 그에 따라 다음 식사 자리부터는 지정석을 없애고 자유롭게 자리를 정하는 것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전했다. 또 식사 주최측의 환영사에 대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답사도 따로 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세 번째날 식사 자리부터는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했고, 분위기도 훨씬 밝아졌다. 살다 보면, 그릇이 작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굴려 대며 원성을 자초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이들과 지내다 보니 인종, 문화, 국적 및 관습 등은 서로 다 달라도 인간사 사는 모습은 '대동소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들의 국가에서 장차관까지 지냈던 분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우수근 교수는 <한중글로벌협회> 회장 및 중국 관련 인터넷 전문 매체인 <아시아팩트뉴스>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위 글은 <아시아팩트뉴스>에 연재됐던 '우수근의 신열하일기'를 새롭게 가감수정하여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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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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