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 실현하지 못한 이유는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북한과 미국, 관계 정상화 실현하지 못한 이유는 [한반도 평화대전략] ② 북미, 평화공존 및 관계 수립 가능한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와 미중 간 대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2022년 초부터 한반도와 국제정세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외 정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남한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한미 동맹, 일본과 군사 협력 등을 강조하며 한미일 협력 강화를 대외 정책의 기조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같은 접근만으로는 유동적인 국제 정세 속에 남한의 생존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과 중국 중 한쪽에 기울어 지거나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이름 하에 양쪽과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기계적이고 즉자적인 방식으로는 남한의 생존과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기가 어려운 것이다.

남한 정부가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보다 정밀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에 지난 1월 세종연구소(소장 이상현)는 <한반도 평화대전략>(백학순 외)이라는 전략서를 내놨다. 이 책은 세종연구소장을 지낸 백학순 박사(세종연구소 명예연구위원·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가 연구소장 재직 시, 한반도에서 2018년부터 시작된 평화대전환을 진전시켜 영구적 평화 정착을 이뤄내기 위해 전략적 지도를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구상하고 진행됐다.

백학순 박사는 해당 저서에서 칼 폴라니이(Karl Polanyi)가 그의 고전적 명저 <대전환: 우리 시대의 정치와 경제의 기원>(Karl Polanyi. The Great Transformation: Political & Economic Origins of Our Time. New York & Toronto: Farrar & Rinehart. 1944)에서 사용한 '대전환'의 개념과 의미를 차용하여 한반도에 적용하고 있다. 폴라니이는 산업혁명 시기 영국에 '시장'(market)이 등장하여 사회의 성격, 인간관계, 인간의 사상과 이익 및 정체성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법, 제도, 정부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이를 중심으로 대변환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백 박사는 <한반도 평화대전략>에서 2018년부터 한반도에서 일어난 대전환을 '평화'(peace)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해당 저서의 머리말에서 한반도가 지난 76년 동안 악화되어 온 '적대와 전쟁'을 벗어나 '화해와 평화'로 대전환을 이룩할 수만 있다면, 우리사회의 중심 가치는 '전쟁'에서 '평화'로 전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 주민들의 이념(사상), 가치, 이익, 목표도 그렇게 바뀜으로써 인간관계, 사고방식과 행동양식,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법, 제도, 정부정책도 모두 평화를 증진하는 방향성을 갖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사회는 평화 정체성을 확립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저서에서는 우선 1부의 "왜 '한반도 평화대전략'인가?"라는 문제의식 하에 "왜 평화인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가?"(제1장), "한반도 평화 비전과 전략"(제2장)을 소개한다.

2부에는 한반도 평화대전략의 "실천전략"을 "평화를 성취하는 외교"(제3장), "평화를 담보하는 국방·안보"(제4장), "평화공존와 평화통일"(제5장), "평화와 함께하는 번영"(제6장) 등으로 나누어 설명한 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상황과 관련한 "코로나19 팬데믹, 바이든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평화·번영"(제7장)을 설명한다.

마지막 3부에는 "핵심도전 해결 노력 1: 남북정상회담과 공동선언"(제8장), "핵심도전 해결 노력 2: 북미정상회담과 공동성명"(제9장)를 비롯해 "10대 핵심쟁점"(제10장)을 소개하면서 향후 남한이 어떠한 전략을 가져가야 할 것인지 제안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 책의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백학순 박사의 '10대 핵심쟁점'을 세종연구소의 허가를 받아 총 10차례에 걸쳐 전재한다. 이번 연재가 향후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한의 외교 전략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 10대 핵심쟁점

① 어느 나라가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위한 주도권을 보유하고 행사할 것인가? 우리가 어떻게 협력(포용과 설득)의 주도권을 만들어 낼 것인가?

② 북미관계에서 평화공존은 가능한가?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가능한가?

③ 미국의 대북정책에서 과연 비핵화가 최우선 목표인가?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과 대북제재 등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할 것인가? 북한은 과연 비핵화를 할 것인가? ④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과 한반도 비핵화, 또한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은 병행적, 연계적 혹은 순차적으로, 어떻게 이뤄내야 하는가? ⑤ 어떻게 북한의 대남정책을 대미정책의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만들 것인가? ⑥ 한반도 문제 해결과 대북정책 문제에서 한미양국 간에 '자주성(민족협력) 대 국제성(동맹협력)' 간의 대립과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⑦ 한미양국은 어떻게 '동맹의 비대칭성 대 동맹의 합리적 평등성'의 대립과 충돌을 해결하고, 동맹의 합리적 평등성을 제고할 것인가? ⑧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국으로부터 어떤 지휘체계로 언제 환수해야 할 것인가? ⑨ 어떻게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남북 평화공존)과 남북 평화통일 간의 긴장과 모순을 해결할 것인가? ⑩ 미중 패권경쟁과 신냉전구조 형성 속에서 한반도 평화대전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평화대전환을 진전·지속시켜 나갈 것인가?

핵심쟁점 2. 북미관계에서 평화공존은 가능한가?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가능한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대전환을 진전시키고 지속시키기 위해서 북미양국 간에 상호관계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로서 평화공존은 가능한가? 그러한 평화공존 위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이 가능한가? 우리가 양국의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를 위해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가? 구체적으로, 북미양국은 1950~1953년에 참혹한 전쟁을 했고, 그 후 70여 년 동안 전쟁관계, 적대관계 속에 지내왔다. 전쟁이 공식 끝나지 않은 정전체제 하에서 양국 간의 적대행위는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급기야 북한은 2017년에 들어 대미 '전쟁억제력' 확보라는 명분 하에 수소탄 실험에 성공하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능력을 보유하는 핵보유국이 됐다. 미국은 이에 대해 '핵예방타격' 위협과 '핵선제불사용(no-first-use) 원칙'을 거부하고, 유엔안보리 제재 역사상 비군사 부문에서 일련의 최강의 제재를 부과하는 등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정책을 강화해왔다. 이러한 상황 하에 놓여있는 북미양국이 상호관계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과 목표로서 평화공존을 주장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평화공존의 바탕 위에서 관계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미국에게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1991년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북한은 '21세기 생존과 발전의 전략'이라고 불릴 수 있는 국가전략을 마련했다. 그것은 (1) 미국을 끌어들여 미국을 중국에 대한 대항력으로 사용함으로써 미중양국에 대해 균형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소련 부재 상황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영향력 증가를 방지하고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자주적인 공간을 확보하고, (2)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6.25전쟁의 종전, 평화체제 수립,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관계정상화), 경제협력 등을 이뤄냄으로써 미국과 평화공존하면서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주한미군이 반북(反北)적 성격을 띠지 않는다면 그것의 주둔을 '비공식적'으로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북한은 1992년부터 위에서 설명한 생존과 발전의 전략을 이행하기 위한 대략 여섯 차례의 시도를 했다. 1992년 1월 김용순-아놀드 캔터 뉴욕회담, 1994년 10월 '제네바 북미합의', 2000년 10월 '북미공동코뮈니케', 2005년 9월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013년 6.16 제의, 그리고 2018년 6월 김정은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이었다. 이상의 시도들을 관통하는 북한의 요구와 정책은 (1) 우선 신뢰구축 차원에서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 시도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의 구체적인 증거로서 대북 적대시정책(한미연합훈련, 대북제재 등)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고, (2) 북한이 비핵화를 할 생각이 있으니,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6.25전쟁 종전, 평화체제 수립,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관계정상화) 등을 주고받기하되, 그 교환을 단계적, 동시행동적으로 해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양국이 평화공존하고 경제적 협력을 하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전쟁과 평화'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평화공존하고 경제협력함으로써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추구하겠다는 것이었다.
▲ 2019년 2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위치한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블록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체제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노력을 해왔다. 동시에 세계의 최강대국으로서 '힘의 정치'를 기반으로 자신의 군사·안보, 외교, 경제·통상의 이익을 추구해 왔다. 특히 1991년 소련 멸망 이래 미국의 대북정책은 (1) 북한 사회주의 세습 체제에 대한 반감과 역대 정부들 간에 차이가 있었지만 북한에 대한 체제붕괴(정권교체) 유혹의 존속, (2) 선거를 통한 대통령과 정부의 변경에 따른 대북정책 일관성의 부재, 특히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발전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정책으로서 지도자와 정부에 따라 '대화와 협상'과 '압력과 제재'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등 정책수단의 비일관성과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수단 간의 부정합성, (3) 미국 내 군산복합체 등 군사·안보 및 외교 분야에서의 기득권의 6.25전쟁의 종전선언, 한미연합훈련 중단, 평화체제 수립, 제재해제에 대한 반대, (4) 중국과의 패권경쟁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으로 하여금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에게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강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중국 정책의 실패, (5) 일본과 한국과의 동맹협력 강화를 통한 대북 공동압력 행사 추구 등의 특징을 보여왔다. 특히 2018~2019년에 미국의 군사·안보 및 외교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언론, 학계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의 기득권과 그것과 연결되어 있는 백악관과 정부 내의 대북 강경파들이,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의 '뒤집기'에 나서서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리비아식' 비핵화 방식을 주장함으로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것은 미국의 대북정책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북한은 하노이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의 반북 강경파들이 아직도 북한 정권(체제)교체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또 북한은 자신이 선핵포기하지 않는 이상, '최대의 압력(강력한 제재) 덕분에 북한이 협상장에 나왔다'는 식으로 제재의 효과성을 믿고 있는 미국의 기득권과 강경파들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장기성'을 띤 관계로 정리하고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살리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전술적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북미양국 간에 존재하는 상호관계에 대한 비전과 목표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의 기득권과 강경파들이 한반도 평화대전환을 위해 북한과의 평화공존을 북미관계에서 최종적인 비전과 목표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그들로 하여금 양국 간에 존재하는 사상과 체제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as it is)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서 새로운 북미관계를 수립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핵보유국인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평화공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당위적인 면과 현실적인 면을 모두 고려할 때, 북미관계에서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 문제는 한반도 평화대전환의 진전과 지속에서 또 하나의 핵심쟁점이 되고 있다.(3편에서 계속됩니다.)

*위 글은 세종연구소의 허가를 받아 저서 <한반도 평화대전략>의 일부를 전재한 것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백학순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 미국 University of Georgia를 거쳐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Harvard University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김대중평화회의(The Kim Dae-jung Peace Forum)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종연구소장을 지냈고,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및 자체평가위원장, 외교통상부 정책자문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서울-워싱턴포럼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North Korea’s Foreign Palicy: The Kim Jong-un Regime in a Hostile World (공저, 근간), <박근혜정부의 대북·통일정책>(2018)을 포함하여 역대 남한정부의 대북·통일정책을 다룬 저서 5권, <김정은 시대의 북한정치 2012~2014>(2015), <제2기 오바마정부 시기의 북미관계 2013~2014>(2014), <북한 권력의 역사: 사상·정체성·구조>(2010) 등이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