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독일, 지난 100년간 세 번째 미국에 패배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독일, 지난 100년간 세 번째 미국에 패배하다   [해외 시각] 미 대외정책을 장악한 세 과두세력 : 무기, 석유, 금융 산업

현재 우크라이나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국의 독립, 또는 안보를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그리고 미래의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싼 미국/유럽 대 러시아/중국의 지정학적 경제 전쟁이다.

운용자산 10조 달러인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코로나19에 이은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지난 30년간 지속돼온 세계화의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했는데, 앞으로 세계의 운명은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될 미국/유럽 대 러시아/중국의 경제전쟁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차 대전과 같은 패권 계승 전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인류공동체와 지구생태계의 존속을 위협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국가들이 힘을 합쳐도 부족한 판에 벌어진 이번 전쟁은 매우 비극적 사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이 지속될 경우 최대의 피해자는 우크라이나,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될 것이라는 점 또한 확실하다.

재래식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우크라이나는 이라크, 아프간, 시리아와 같은 국토 및 국가 파괴의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경제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유럽이다. 자본 및 기술을 가진 유럽은 에너지 및 자원 부국인 러시아와의 경제 교류를 통해 상호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도 있었음에도 미국이 일으킨 경제전쟁에 끌려들어가 러시아와 적대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나토라는 군사동맹 체제를 통해 미국에게 군사주권을 위임한 유럽의 대미 종속, 그리고 미국의 대외정책이 무기, 석유, 금융 산업이라는 특수 이익집단에 예속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의 배경을 미 대외정책을 장악한 세 과두세력의 전횡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 마이클 허드슨 미주리대 명예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이 글은 허드슨 교수의 개인 홈페이지(//michael-hudson.com/) 2월 28일자에 "미국, 1세기만에 세 번째 독일을 꺾다(America Defeats Germany for the Third Time in a Century)"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편집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해결하려 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누가 전쟁을 일으켰는지를 물어야 한다. 전쟁에는 언제나 두 편이 있기 마련이다. 공격하는 자와 공격당하는 자. 공격하는 자는 특정한 결과를 노리는 반면, 공격당하는 자는 자신에 유리하게 작용할, 의도치 않은 결과를 추구한다.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의 경우, 양 측은 두 가지의 의도하는 결과와 특별한 이익들을 추구한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 이후 미국은 언제나 능동적 군사 행동과 침략자의 역할을 맡아 왔다. 탈냉전 이후 (동유럽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해체되면서 (서유럽의) 나토도 해체되는 것이 마땅했다. 그러나 나토가 해체되지 않으면서 지난 30년간 "평화 배당금"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클린턴 행정부 이후 미국 행정부는 나토의 새로운 군사적 팽창을 계속함으로써 지난 30년간 일종의 "전쟁 배당금"을 독점했다. 서유럽 및 여타 미국의 동맹국들의 대외정책을 자신의 국내정치적 필요가 아닌 미국의 "안보 이익"에 종속시키도록 만든 것이다. 나토는 유럽의 대외정책 결정 기구가 되었으며, 심지어 유럽 동맹국의 국내 경제적 이익까지도 좌지우지 하는 위치에 올랐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신나치 그룹에 의한 마이단 쿠데타) 이후 친서방 우크라이나정부의 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탄압을 통해 러시아를 전쟁에 끌어들인 최근의 사태 전개는, 나토 동맹국 및 여타 달러화 사용 위성국들에 대한 미국의 정치, 경제적 장악력이 약화되는 데 대한 미국의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들 나라들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교역 및 투자를 통해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고 있었다.

미국은 왜 전쟁을 일으켰나

이러한 상황이 미국의 대외정책 목표와 이익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가를 이해하려면, 미국 정치와 그 이면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은 겉으로 드러나는 정당정치를 통해서는 절대 알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연방정부의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 자신이 대표하는 주, 또는 자신의 지역구 유권자를 위하여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 및 대외정책을 보다 현실적으로 관찰하려면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정책이 아니라 군산복합체, 석유.가스 및 광산 업체, 그리고 은행 및 부동산 업체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예산위원회, 외교위, 국방위 등의) 핵심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들은 자신이 속한 주나 지역구보다는 자신에게 거액의 정치자금을 대주는 경제 및 금융 이익집단을 위해 움직인다. 오늘날 미국 정치에서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헌금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위의 세 집단이 미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정치 헌금 집단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세 과두집단은 정치자금으로 상원과 하원을 매수하는 한편 국무부와 국방부에 자신들을 위한 정책 결정자들을 심어놓는다. 그 첫 번째가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 MIC), 즉 레이시온, 보잉, 록히드마틴 등의 무기제조업체들이다. 이들은 가능한 한 많은 주,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 공장을 세워 고용을 창출한다(그래야 의원들이 국방 예산 배정에 열성일 것이므로). 특히 국방 예산을 결정하는 핵심 의원의 지역구에는 더욱 신경을 쓴다. 이들의 경제적 기반은 무기 생산 독점에 따른 지대 추구(monopoly rent)로 특히 나토 국가들, 중동의 산유국들, 국제수지 흑자 국가들에 대한 무기 수출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거둬들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한창인 22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 펼쳐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훈련 '콜드 리스펀스'(Cold Response 2022)에서 핀란드와 스웨덴군 탱크가 보인다. 지난 14일 시작돼 내달 1일 종료되는 이번 훈련에는 나토 27개 회원국에서 약 3만 명의 병력이 참가하고 나토 비회원국인 핀란드와 스웨덴도 합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 소식과 함께 이들 무기제조업체의 주가가 치솟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기 제조비용에 일정 비율의 이윤을 무조건 보장해주는 "펜타곤 자본주의" 하에서 전쟁 발발은 곧 엄청난 무기 생산, 즉 막대한 이윤 창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무기제조업체는 캘리포니아 주와 워싱턴 주에 밀집해 있으며, 따라서 이들 지역의 의원 및 군부 친화적인 남부 주들의 의원들이 전통적으로 군산복합체를 대변해 왔다. 이번 전쟁으로 나토 및 미국의 우방국들에 대한 무기 수출이 폭증했고, 특히 독일은 군사비 지출을 GDP의 2%까지 올리기로 즉각 결정했다. 두 번째 과두집단은 석유(Oil), 가스(Gas), 그리고 광산업체(And Mining : OGAM)로 이들 역시 독점에 의한 지대 추구를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특히 막대한 지하자원을 채굴해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바다 및 수자원을 오염시킴에도 불구하고, 안보산업이라는 이유로 특별 감세 혜택을 누린다. 은행 및 부동산 부문이 주택 등 자산의 가격 상승을 통해 경제적 지대를 최대화하고 자본 이득을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OGAM 부문 역시 에너지 및 원자재의 가격을 최대한으로 올려 자연자원 독점에 따른 지대의 극대화를 추구한다. 지난 1년 여간 미국의 주요 정책 목표는 달러화 사용 국가들에서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퇴출시키고, 이들 국가들에 대한 미국산 석유의 독점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즉 독일 등 유럽과 러시아의 경제적 연계를 더욱 강화시킬 위험이 있었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의 가동을 좌절시키는 것이었다. OGAM 부문은 미국의 모든 주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투자자들만큼은 거의 모든 지역에 분포해 있다. 텍사스와 서부의 석유 생산 및 광산 소재 주들의 상원의원들이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국무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들 업체들에 특별 세제 혜택을 부여한다. 이밖에 석유, 가스, 석탄의 사용을 줄이고 생태 친화적 에너지로 대체하자는 환경운동의 요구를 묵살, 저지하는 것도 이들의 주요한 정치적 목표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해양 석유 시추 확대를 지지했고,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석유자원으로 꼽히는 아타바스카 타르 샌즈로부터의 캐나다 송유관 건설과 환경오염으로 악명을 떨쳐온 미국 내 수압파쇄방식 석유 채굴(프래킹)을 승인했다. 세 번째 과두집단은 서로 공생관계에 있는 금융(Finance), 보험(Insurance), 부동산(Real Estate : FIRE) 부문으로 이들은 봉건 시대 이후 토지 지대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유럽 토지 귀족의 현대판 금융자본주의 계승자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토지 지대는 모기지 이자 및 원금 상환 형태로 주로 은행에 납부되고 있는데, 미국 및 영국 은행들의 대출 중 80%가 부동산 관련이다. 미국과 영국 은행들은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자본 이득을 취하고 있다. 월가에 중심을 둔 은행 및 부동산 부문은 군산복합체보다도 더욱 조밀하게 각 선거구 별로 분포돼 있다. 월가가 있는 뉴욕 주 상원의원 척 슈머를 필두로 신용카드 산업의 본거지인 델라웨어 주의 전 상원의원 조 바이든, 그리고 보험 산업이 몰려있는 코네티컷 주의 상원의원들이 그 핵심 로비스트들이다. 국내적으로 FIRE 부문의 목표는 토지 지대를 상승시켜 지대 소득과 자본 소득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FIRE 부문의 목표는 외국의 공공 부문 경제(건강보험, 교육, 교통, 통신, 정보 기술 등)를 자신의 수중에 사유화 하는 것이다. 그 나라 국민에 대한 기본적 서비스를 독점해 그 가격을 극대화함으로써, FIRE는 미국이 독점한 달러 발행의 특권을 최대한 누리는 반면 해당 국가의 생활수준은 악화되고 기업 활동은 위축된다. 또한 월가의 금융세력은 언제나 석유 및 가스 업체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예컨대 석유 재벌 록펠러그룹은 시티그룹 및 체이스맨해튼은행을 거느리고 있다) FIRE, MIC, 그리고 OGAM은 오늘날 탈산업화된 금융자본주의를 지배하는 3대 지대 추구세력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군산복합체(MIC)와 석유.가스 업체(OGAM)의 주가가 치솟으면서 이들의 입지는 한층 강화됐다. 또한 SWIFT 등 서방의 금융결제시스템에서의 러시아 축출과 러시아산 에너지의 유럽 공급 차단에 따른 악영향이 가속화되면서 달러화 금융자산에 대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미국의 경제 및 대외정책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정당정치가 아니라 이들 세 지대 추구세력의 관점에서 관찰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에 부합된다. 주요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들은 자신을 선출한 주나 지역구가 아니라 이들 세 과두집단의 경제적, 금융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오늘날 미국의 제조업이나 농업 부문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세 과두집단의 정책 목표가 한 방향으로 수렴되면서 노동과 (군산복합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이익은 묵살되고 있다. 세 지대 추구세력의 강력한 동맹이야말로 오늘날 탈산업화된 금융자본주의의 결정적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이는 노동 및 산업자본과는 무관한 경제적 지대 추구로의 회귀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 세 과두 지배세력이 어떤 이유로 러시아로 하여금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서게 했고, 또한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를 추동했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의 세 지대 추구세력은 신냉전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설명했듯이,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군사 분쟁 강화의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바이든은 당초부터 미군 병력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1년 전부터 독일에 대해 러시아의 값싼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노르트 스트림2의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훨씬 값비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미국 정부는 처음에는 노르트 스트림2의 건설을 중단시키려 했다. 이 공사를 맡은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았으나, 결국 러시아는 자체 힘으로 가스관 건설 공사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미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에 고분고분한 독일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제멋대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면 독일 및 유럽에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정치경제적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독일은 완공된 노르트 스트림2의 가동 승인을 포기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냉전에서 미국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유럽의 가스 시장에서 러시아를 몰아내고 미국 업체들이 독점하는 것이다. 이미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의해 메르켈 총리는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의 하역을 위한 항만 시설 건설에 10억 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2020년 11월 트럼프의 대선 패배와 뒤이은 메르켈의 정계 은퇴로 이 투자 약속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결국 독일로서는 러시아산 가스의 수입 외에 다른 대안이 없게 된 것이다. 가스는 주택 난방이나 전력 생산은 물론 비료 생산에도 필수적인 원료다. 비료 생산의 감소는 식량 생산의 감소를 의미한다. 즉 나토 대 러시아의 대결 상황을 연출해낸 미국의 최대 전략 목표는 석유 및 가스 가격을 최대한 올리는 것이다. 이는 물론 독일에 매우 안 좋은 결과다. 유가 상승은 미국 석유업체의 이윤 및 주가를 올려주겠지만 독일 경제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일은 (1, 2차 대전에 이어) 한 세기만에 세 번째로 미국에 패배당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패배가 이어지면서 독일 경제 및 정치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이제 나토는 독일 국내의 국민적 저항에 대한 효과적 통제수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가솔린을 비롯한 기타 난방용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미국과 다른 국가(특히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남반구 국가들) 소비자들의 살림살이를 어렵게 할 것이다. 에너지 비용 부담 증가로 국내 소비가 감소할 것이며, 결국 한계 상황에 직면한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내놓으면서 부자들의 주택 소유가 늘어나고 주거의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밀을 비롯한 식량 가격 역시 폭등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의 25%를 담당한다) 이에 따라 중동을 비롯한 남반구 국가들의 식량 사정이 악화되고, 경상수지도 악화되며 외채 상환 불능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 신냉전 전사들의 장기적 목표는 러시아를 해체하는 것이다. 최소한 옐친/하버드대 도당들이 만들어낸 꿈만 같았던 1990년대를 재현하는 것이다. 당시 옐친은 제프리 삭스 등 하버드대 경제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러시아 국영 기업들을 묻지마 방식으로 사영화하면서 서방 주식시장에 엄청난 이윤을 안겨줬다. 미국의 석유업체들은 아직도 (러시아의 거대 석유, 가스 업체인) 유코스, 가즈프롬의 인수를 꿈꾸고 있다. (2003년 푸틴이 유코스 소유주 호도로프스키를 구속한 것은 유코스 주식을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에 팔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는 러시아 (주로 석유,가스 기업) 주식 붐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군산복합체 투자자들은 이러한 꿈의 실현을 위해 보다 많은 무기들이 팔릴 것이라는 행복한 꿈에 젖어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는 미국이 초래한 전쟁의 의도치 않은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러시아는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당장 급한 것은 2014년 마이단 쿠데타를 주도한 신나치, 반러시아 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중립화, 즉 친러시아적으로 만들어 체첸이나 조지아처럼 미국 주도 반러시아 공세의 교두보가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유럽을 나토와 미국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과 함께 경제적으로 통합된 유라시아를 건설하고 여기에 중심을 둔 다극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나토를 해체하며, 그동안 러시아가 추구해온 광범위한 군비 해제와 탈핵무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미국산 무기의 구매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미국 주도의 군사모험주의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탈달러화가 가속화된다면 미국의 군사작전 수행을 위한 자금 동원 능력도 축소될 것이다. 이제 지각 있는 관찰자라면 사태의 진상이 분명히 드러났을 것이다. (1) 나토의 목표는 방어가 아니라 침략이다, (2) 옛 소련의 영토 중 더 이상 정복할 땅이 남아 있지 않은 마당에 도대체 나토 확대를 통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가? 러시아가 유럽을 침공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침공으로 얻을 것이 없다.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는 것만이 러시아의 목표다. 과연 유럽의 민족주의 지도자들은(유럽 좌파는 거의 친미로 돌아섰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뿐인 미국산 무기를 무엇 때문에 사야 하는가? 러시아와의 교역과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포기한 채 값비싼 미국산 LNG와 석유를 사고, 러시아산 곡물과 원자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게다가 러시아와의 적대를 통해 중국과도 갈등을 빚는 것이 과연 현명한 처사인가? 지난 해 아프간 탈레반 정부의 외환 준비금을 몰수한 데 이어 러시아의 외환준비금마저 압류한 미국 정부의 행위는 달러본위제에 대한 각국 정부의 신뢰를 잠식했고, 세계 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양국 화폐로 무역 결제를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탈달러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미국이 지배하는 현 IMF 및 세계은행 체제의 대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인규
서울대학교를 나와 경향신문에서 워싱턴 특파원, 국제부 차장을 지내다 2001년 프레시안을 창간했다. 편집국장을 거쳐 2003년부터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2013년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이사장을 맡았다. 남북관계 및 국제정세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연재를 계속하고 있다. 현재 프레시안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