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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덮친 '백래시'…임신중지권 폐지에 이주 아동 교육권 박탈 주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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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덮친 '백래시'…임신중지권 폐지에 이주 아동 교육권 박탈 주장까지 텍사스 주지사 "이주민 권리 보장 판례에도 도전"…루이지애나 "임신중지에 살인죄 적용"
미국 대법원의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호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판결문 초안이 유출된 뒤 미 보수세력들이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 평등한 교육을 보장하는 판결 등 평등과 인권을 옹호하는 다른 판례에도 도전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유출된 초안이 확정될 경우 임신중지권을 넘어 미국 사회 전반의 인권 옹호 기조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를 보면 5일(현지시간)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미등록 이주 아동도 공교육에서 배제돼선 안 된다는 1982년의 대법원 결정(플라일러 대 도)을 뒤집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애벗은 앞서 4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결정에 대한 논쟁을 "부활"시키고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5일 기자회견에서 "핵심은 우리가 (미등록 이주 아동) 교육비로만 매년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연방정부 탓이며 연방정부가 이를 지불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이 이주에 대한 권한을 주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 부여한 2012년 판례(애리조나 대 미국)를 뒤집는 것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11월 중간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는 애벗은 재임 기간 중 수천 명의 경비대를 국경 지역에 배치하고 무역을 방해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멕시코에서 넘어오는 트럭에 대한 보안 검사를 지시했으며 32킬로미터에 이르는 새로운 국경 펜스 설치를 감독하는 등 이민자 억제를 주요 선거 전략 중 하나로 삼았으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벗이 이날 문제 삼은 미등록 이주 아동 교육권 보장에 대한 1982년 판결은 학교가 이 아동들의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텍사스의 법령이 미 수정헌법 14조에 위배된다는 내용이다. 수정헌법 14조는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미국 시민 신분을 폭넓게 정의하고 시민들은 법의 동등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적법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자유·재산이 박탈되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1982년 판결은 14조의 동등한 보호 보장이 미등록 이주자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도 같은 조항에 근거해 내려졌다.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4주로 보고 24주 내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이 판례는 임신 여성의 아이를 낳을 지 말 지에 대한 개인적 결정(프라이버시)이 14조에서 보호하는 시민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봤다. <뉴욕타임스>는 미등록 이주 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한 판례를 뒤집고자 하는 애벗의 발언이 공고히 보장되다가 다시 논쟁의 영역으로 끌려 들어오는 인권 관련 판례의 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고 봤다. 초안 유출 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다음엔 성소수자(LGBTQ+), 어린이들이 겨냥 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포함해 성소수자와 동성혼 등 임신중지 금지와 좀 더 가까이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권리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데 반해, 애벗의 주장은 이를 넘어서 소수자 인권 및 자유에 대한 전반적인 후퇴가 가능하다는 우려를 낳는다. 매체는 "보수 다수의 대법원이 허용할 수 있는 미국인 생활의 변화에 대해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출된 초안에 힘을 받아 임신중지 반대자들은 더 강한 수위를 법률을 발의하고 나섰다. 루이지애나 하원에서는 4일 임신중지를 살인죄로 규정하고 임신을 중지한 여성이 형사 기소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하원 형사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이후 전체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헌법상의 인권이 "수정된 순간부터" 부여된다고 보기 때문에 체외 수정과 응급 피임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체는 더불어 지금까지 임신중지 반대자들도 태아와 여성을 모두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임신을 중지한 여성을 범죄화하는 것을 피해왔지만, 이번 초안이 확정될 경우 여성 개인에 초점을 맞춰 처벌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루이지애나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뒤집힐 경우 즉시 임신중지를 불법화할 법률을 가지고 있는 13개 주 중 하나다. 오는 6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최종적으로 뒤집힐 경우 피임에 대한 권리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임신중지 반대자들이 착상을 막는 방식으로 피임하는 자궁 내 피임기구가 인공임신중절과 같다는 "잘못된 주장"을 펴며 특정 방식의 피임에도 반대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 매체는 "착상되지 않으면 임신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기구는 임신중지를 할 수 없다"고 덧붙엿다. 민주당 상원의원 척 슈머는 5일 임신중지권을 연방법에 명시하는 법안에 대한 투표를 다음주에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 법안이 공화당에 의해 저지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미국 상원 의석 100석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우호적인 무소속 의원을 포함해 50석을 점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대법원 앞에서 5일(현지시간) 임신중지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 참여자 중 하나(왼쪽 두 번째)는 지난 2020년 타계한 성평등과 소수자 인권을 옹호했던 진보적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초상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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