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국익 취하는 미국, 중국·인도 등 중재 불발…소모전 양상으로 가는 우크라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웃나라를 무력으로 공격하여 국제법을 어긴 러시아를 전범국으로 비난하는 것이 서방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이나 전쟁의 피해를 가장 크게 보고 있는 유럽국가들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실제로 유용한 교훈은 조금 더 들어가서 봐야 한다. 우리보다 국력이 월등한 주변 4강에 둘러싸이고 분단되어 대립하고 있는 우리의 안보 상황은 러시아보다 우크라이나에 더 가까우므로 우크라이나가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익을 지키고 증진하려면 어떤 정책을 펴는 것이 더 현명했을가를 찾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빼앗기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당하고 있으며 상당 국토가 유린되고 파괴되어 막대한 피해를 보아왔다. 상대적 약소국으로서 자강을 경시하고 널뛰기 국가전략을 구사하면서 동맹관계도 아니면서 미국 및 서방과의 유대를 믿고 러시아에 정면 대립을 시도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막지 못해 참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에게 동맹도 중요하지만 자강과 잠재적 안보 위협국인 이웃 강대국들과의 우호관계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는 2014년 상실한 크림을 포함한 전 영토 회복이 종전 조건이다. 푸틴은 크림은 물론이고 현재의 점령지도 유지해야 평화협상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쟁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미국은 전쟁이 나토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하고 군수산업의 대호황과 셰일가스 수출도 수월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국익을 증진시켜 주었기 때문에 전쟁을 종결할 동기가 그다지 크지 않다. 중국과 인도, 튀르키예의 중재 노력도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특히 젤렌스키의 소망처럼 우크라이나가 크림에 진입할 경우 러시아는 핵 카드를 실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최대한 지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리한 소모전으로 전쟁이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해는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지난해 미국의 대중 교역은 사상 최고액, 신냉전은 정치적 구호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냉전이 이미 도래했다고 간주하고 동맹과 우방 챙기기에 전력 투자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현 시대는 냉전과는 차이가 매우 크다. 안보 면에서는 미국-서방 대 중국-러시아 간 대립구도가 냉전시대와 유사하다. 그러나 대러 제재에 가담한 국가들의 GDP를 합하면 세계 총 GDP의 50%가 넘는 반면 인구로 보면 36%에 불과하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전체, 이스라엘, 사우디, 아랍에미레이트를 포함한 중동 전체, 아시아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인도처럼 양 진영에 가담하지 않은 제3지대로서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의 중요성이 크다. 경제 면에서는 첨단 기술과 통상에서 주로 미국이 대중, 대러, 대북 제재나 통제를 가하고 있을 뿐 사실 진영을 넘어 막대한 무역과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작년 미국의 대중 교역은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러중 교역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 및 EU와의 교역의 4분의 1, 8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끝으로 양 진영 간 협력이 필수적인 전염병, 테러, 기후‧환경, 원자력 등 재난 예방 및 구조, 마약‧인신매매‧해적 등 국제 범죄 등의 분야가 양측 간 기본적인 협력을 유지하게 해준다. 따라서 현 세계 질서를 신냉전으로 보는 것은 정치적 구호이고 객관적으로 보면 신냉전적 질서라 보는 게 타당하며 한국도 이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야 한다.북한, 우크라 전쟁 보면서 오판할 개연성 커져
특히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북방 3각 유대 강화와 북한의 대외전략 변화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먼저 북한은 미중 경쟁 및 갈등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러 대 미-서방 사이 대립국면이 펼쳐지자 이를 국가전략 수행에 좋은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긴밀히 하면서 국제제재와 외교적 고립 탈출을 추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가열찬 대중 견제와 봉쇄, 그리고 경제 불황으로 수세에 몰린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서방의 전면적인 제재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고립과 난관에 처한 러시아는 소중한 우방인 북한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소모전으로 탄약과 포탄, 포, 미사일 등이 절실히 필요한 러시아는 이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지난 9월 13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정상회담을 통해 이런 무기들을 해공군 기술과 장비, 미사일과 우주 기술, 그리고 에너지와 식량 등과 교환을 추진하는 한편 연합군사 훈련 실시까지 모색하면서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선 핵을 포기하면 영토를 상실하고 침략을 받을 수 있으므로 핵을 포기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고, 러시아, 미국, 영국을 믿었다가 큰 참화를 입은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강대국들을 섣불리 믿지 말자는 인식을 심화시키면서 자력갱생 기조가 옳다고 확신했을 것이다. 또 러시아가 핵 사용을 위협해 미국과 나토의 병력 파견이나 첨단무기 제공을 저지하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제외되는 것을 보면서 핵무기를 잘 활용하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한편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미 행정부와 결국 핵 군축회담을 개시하고 여차하여 남한과 군사대결을 벌일 경우 미국의 증원군 파견 등 군사개입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오판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커졌다.한미동맹 강화, 일본과 관계 개선, 북한과 극한 대립…국민들은 더 불안하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을 최대한으로 강화하고 일방적인 양보를 일관되게 펼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이루며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를 통해 대북 강경기조를 견지하면서 북한의 도발과 핵 위협, 그리고 남침을 억지하겠다는 정책에 전념해 왔다. 미국과 일본은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북한도 일견 압박을 느끼는 듯하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의 안보 불안은 거의 해소되지 않았고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과 북중러 연대 강화, 비우호국으로 전락한 한러관계, 한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탈북민 600여명의 북송에서도 드러난 불편한 한중관계, 그리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무너진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보면서 안보 우려는 더 커진 듯하다. 한미일 안보가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는 왜 더 불안해진 것인가? 먼저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후견국인 미국의 국제질서 주도력 약화에 착안해 핵 보유국이고 재래식 무기로도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진 이스라엘을 재래식 무기로 공격해 20여분만에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비핵국인 우리가 핵무기를 실전 배치했고 하마스보다 월등 우세한 수백기의 장사정포와 천 발이 넘는 각종 첨단 미사일을 가진 북한에게 대결을 불사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현명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미 대북 핵 억지력 제고와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가 한국의 억지 능력 강화가 아니라 대미와 대일 의존 심화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힘이 아닌 미국에 기대는 호가호위(狐假虎威)로 보인다. 핵 문제에 있어서 상시적인 핵 보장이 보장국의 의지와 행동, 제도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불안은 해소되지 않는다. 한미훈련의 강도와 횟수를 늘이고 핵잠수함이 일년에 며칠 기항하며 한미 간에 핵 협의 채널을 하나 더 늘인다고 절대무기인 핵의 공격 위협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핵을 보유할 수 없다면 협의그룹 신설과 "핵 공격 강행하면 북한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추상적인 보장이 아니라 미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한국에게 북한이 핵공격을 가하면 자동적이고 즉응적으로 북한을 핵으로 보복공격하겠다"는 것을 확언해 주어야 핵 억지가 공신력있게 작동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북한 지도부가 "남한에게 핵 공격을 가하면 그 즉시 나도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우리 국민들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하마스보다 월등히 우세한 포병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의한 우리의 수도권 공격을 대공 방어망으로 충분히 방어하기가 어려워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북한이 공격을 감행하면 우리는 통일을 달성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총력 대응해 승리해야겠지만, 우리의 억지 안보 대비태세 능력을 '조용히' 강화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하다면 인도적 지원과 협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 동기 자체도 관리‧통제해 주는 것이 대북 안보정책이어야 한다.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나라는 없다
1999년 제1연평해전이나 2015년 목함지뢰 사건의 교훈도 되새겨야 한다. 당시 우리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중 및 한러 우호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총체적인 남북 대결 국면에서 전자 때는 능히 북한을 격퇴했고 후자 때는 북한이 고개를 숙이는 모습으로 평화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한편 초강대국인 미국 뿐 아니라 강대국들인 중국, 일본, 독일, 인도 등도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듯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실리외교를 펼치고 있다. 우리 외교의 편향성을 조속히 시정해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으면서도 중국과의 우호관계 유지‧발전과 전쟁 종결 뒤 조속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 정도의 대러외교,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외교를 펼쳐 글로벌 중추국가 달성을 위한 균형있는 실용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안보를 중시한다고 공언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중차대한 미래 안보 목표들인 북핵문제 해결, 평화 회복 및 제도화, 북한 급변사태 대비, 평화통일 등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우호관계 증진은 필요조건임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자강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먼저 전작권 전환을 계속 추진해 “한국의 안보는 우리가 지킨다”는 각오로 임해야 미국도 우리에 대한 안보 협력과 책임을 더 잘 지킬 것이다. 산업에서는 핵심소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첨단기술을 개발하면서 미국 등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서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고 첨단기술 관련기업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국론 통합을 통한 초당외교가 절실하다. 정부는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고 야당은 국익을 위한 외교‧안보정책에 대안있는 건설적인 비판을 하면서 협력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실현하려면 국민 통합과 평화안보, 경제발전,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균형적 실용외교를 시행해야할 것이다.'파시즘의 어제와 오늘' 연재를 시작하며
(이 글은 강치원 공공선 거버넌스 원장, 전 강원대 교수가 썼습니다)
출산율, 자살율, 빈곤율, 조세부담율, 그리고 GDP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과제들이다.
과연 우리는 헌법 조문이 말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인간 불평등을 전제로 소수가 지배하는 엘리트 집단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행령 정치로 인해 하루도 빠짐없이 대의 민주주의가 무참히 파괴되는 국회의 무력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하나, 극단적 반공주의의 횡행이다. 정치적 자유에 대한 언급 없이 오늘도 개인의 자유와 경쟁을 지고의 가치로 강조하는 위정자들이 설치고 있다. 사회와 불평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유란 가진 자의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지적하는 지도자는 드물다. 자유주의의 개념과 그 역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신자유주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사회적 자유주의의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하다.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한 축인 사회민주주의가 빨갱이로 매도되고 발붙이지 못하는 후진성을 언제쯤 극복할 수 있을까.
또 다른 하나, 배타적 국수주의와 국가주의를 부르짖는 자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어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언론 등 곳곳에서 민주적 다양성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해묵은 냉전시대의 가치와 이념, 그리고 공산 전체주의가 소환되고 있다. 과거 문제에 집착하고 들쑤시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한 비전과 가치철학이 부재하기 때문 아닌가. 신냉전 체제를 향한 외교정책, 전쟁불사론 등은 긴장갈등 조장으로 서민경제 등 내치의 무능을 덮고 국민적 관심을 외치로 돌리고자 함에서 비롯된 것인가. 냉전시대 동서 대결의 분기점이 독일이었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체제의 분기점은 한반도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경계하는 실리, 균형, 평화 외교론의 목소리는 묻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타자를 인정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과 선동에 열광적, 맹목적 지지가 넘쳐난다. 장관은 잘하든 못하든 스타가 되어야 한다! 이게 선동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30% 내외 콘크리트 지지율을 믿고 떠드는 팬덤정치에서 파시즘의 불길한 조짐을 본다면 지나친 기우인가.
이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자 학문의 실천과 공론화 자리를 기획했다. 내년 5월 이틀간에 걸쳐 '파시즘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원탁 학술대회를 열고자 한다. <공공선 거버넌스>, <원탁토론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하고 <프레시안>이 후원한다. 신학과 정치, 사회 과학, 문화, 전쟁, 국제정치, 그리고 우리 역사 등 여섯 개 분과로 나뉘어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 31명이 참여한다. 첫날 독일 보쿰대학교 신학부 트라우고트 예니헨 교수의 기조강연은 동시통역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학술대회를 앞두고 내년 4월 말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8-10시 줌(Zoom)을 통해 비대면 강연과 토론을 진행하며, 강의 내용의 일부를 기고문 형식으로 <프레시안>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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