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 점차 커지고 있다.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김 전 대표 관련 논란이 당에 부담이 된다는 취지다. 특히 김경율 비대위원,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일부 신진 영입 인사들의 소신 발언으로 처음 문제가 제기된 데 이어, 당내 다선 중진 의원들도 공개 발언에서 이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3선 하태경 의원은 18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가 명품 백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영부인 리스크가 있고 이번 총선을 영부인 선거로 몰고 가는 것이 민주당 전략이다. 이 부분을 선거 전에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된다는 것이 우리 당 대다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김건희) 특검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해도 영부인께서 직접 나와 본인이 대선 당시에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있다"며 "지금 걱정하는 마음들이 너무 크기 때문에 어쨌든 그런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 특히 국내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디올 백 같은 경우는 '함정이긴 하지만 부적절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대표가 직접 마이크 앞에서 사과해야 하나'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약속 어긴 것도 본인이 어긴 것이다. 본인이 직접 사과하는 것이 제일 깔끔하다"며 "선거를 떠나서 윤석열 정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답했다. 역시 3선 의원인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품 백 수수 의혹을 대통령실이 털고 가야 하나'라는 질문에 "특별한 한 건보다도 전체적으로 영부인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은 부분대로 걷어내고, 또 우리가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 것은 그것대로 해결하면서 정상적인 영부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필요한 조치가 뭔가'라는 질문에 조 의원은 "특별감찰관과 제2부속실 등 제도를 도입하면 논란이 사전에 예방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논란거리를 제공한 부분은 국민께서 납득할 만한 의사표현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해 사실상 김 전 대표 사과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이 필요하다는 말인가'라는 질문에는 "그건 대통령실에서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또 최근 김 전 대표의 공식석상 참석이 줄어든 데 대해서는 "(대통령) 임기가 3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그 동안 영부인으로서 역할을 정상적으로 해야 된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벌어진 논란을 정리하는 기간이 좀 필요하다. 그런 기간으로 영부인께서 조금 고민하고 계실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힘에 입당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 문제에 대해 "총선 전략과 관계 없이 어쨌든 국민들한테 사과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총선과) 별개의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당 지지도를 올리기 위한 전략, 전술 차원에서 접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권 정치인들이 김 전 대표의 대국민 사과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발언 여파 때문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은 전날 JTBC 방송 인터뷰에서 "(도이티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둘 다 부적절한데, 디올 백이 더 심각한 사건"이라며 "이것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진상을 이야기하고,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혹은 두 분 다 같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디올 백 (영상을) 차마 못 봤다. 논리적, 합리적, 이성적으로 방어하기 어렵다"며 "사죄드리고 이거 국민들의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게 바짝 엎드려서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도이티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주가조작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김건희 여사가 금전적 편익을 얻은 것도 분명한 것 같다"면서도 "다만 이것을 법률적으로 의율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은 '비대위 내에서 김 전 대표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가 있나'라는 질문에는 "최근 조금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김경율 "'김건희 리스크' 해소, 제2부속실·특별감찰관 플러스 알파 필요")
앞서 총선 영입 인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전날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건희 여사가 경위를 설명하시고, 만약에 선물이 보존돼 있으면 준 사람에게 돌려주시고, 국민들에게 사과하시고, 이렇게 하면 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는가"라고 했다. (☞관련기사 : 이수정 "김건희, 선물 돌려주고 국민께 사과해야")
당 지도부는 사안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이 '김경율 비대위원 등 당 내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 부부의 유감 표명 요구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사전회의나 비공개(비대위)에서 그 건에 대해 논의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김 비대위원 말씀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그 발언에 대해 존중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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