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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침략전쟁으로 통일을 실현할 의사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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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尹대통령, '침략전쟁으로 통일을 실현할 의사가 없다'고?

[기고] 윤 대통령의 8월 19일 을지국무회의 발언을 보면서

귀하고 아까운 목숨 여럿을 앗아간 시청앞 자동차 역주행 사고의 원인은 급발진 때문이 아니라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계속해서 눌렀기 때문이라고 결론이 났다. 운전자는 자기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자신의 통일방안이 침략전쟁을 통한 통일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19일 국무회의에서 주장했다.

지난 기고문에서 설명했듯이, 대한민국은 지금 북한을 상대로 심리전을 진행하고 있다. 심리전의 목표는 북한 군인들의 사기 저하와 탈북을 부추기는 것이다. 심리전은 전쟁 수행 활동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지금 북한군을 상대로 전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은 침략전쟁을 일으킬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가 최고 통수권자로 있는 대한민국 국군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앞 역주행 운전자처럼.

시청앞 역주행 운전자의 오판은 십여 명의 아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국군 통수권자의 오판은 수십 만, 수백 만 남북한 주민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대통령의 신임 안보실장은 군인출신이다. 젊어서부터 북한을 주적으로 간주하는 교육을 받고, 평생을 북한군을 싸워서 무찌르는 것을 배우고 훈련하고 연구해 온 사람이다.

1960년대와 70년 대에 학교를 다닌 나는 북한정권은 정부를 참칭하는 반란집단이라고 배웠다. 북한정권은 정부가 아니고, 북한은 독립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평생 군인으로 지내온 사람들은 나같은 사람보다 더 오래 그런 교육을 받고 그런 인식을 갖고 살았을 것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북한을 주적으로 인식하고 북한군을 궤멸시키는 방법을 평생동안 연구하고 연습하던 사람이 생각하는 국가안보 실현 방법은 외교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까 다를까? 평생을 외교관으로 살았던 예전 국가안보실장은 국정원에 가 있고, 그 뒤를 이은 사람은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 온 사람이다. 자리가 뒤바뀐게 아닐까?

대한민국 헌법 제3조를 기준으로 북한을 판단하면, 북한은 독립국가가 아니라 정부를 참칭하는 불법집단이다. 그 나라가 위치하는 곳은 휴전선 이북의 한반도인데,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그 땅은 대한민국 영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따르면 북한은 영토가 없는 국가이고, 영토가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남의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는 권력은 정부를 참칭하는 반란집단일 뿐 둑립국가의 정부가 아니다. 그렇게 판단하면 남북통일은 여전히 불법점거를 당하고 있는 우리나라 영토를 회복하는 작업이고, 그 영토를 점거하고 있는 불법집단은 제거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 인식을 갖고 통일을 추진하는 사람과 북한을 독립국가로 간주하고 통일을 추진하는 사람의 방법론이 같을까, 다를까?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국제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는 조항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북간도와 만주, 사할린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라고 규정한다고 해서 그 지역이 대한민국 영토가 되지 않는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나라 영토라고 그 나라 헌법에 기록해도 일본 영토가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처럼 국제법적으로 아무 효력이 없는 조항이기 때문에 헌법에 영토를 명시하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일본 헌법에도 물론 영토조항이 없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유엔은 북한지역을 대한민국 영토라고 인정한 적이 한번도 없다.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라고 유엔이 인정한 근거로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유엔 결의안은 그 뒷부분에 제헌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 지역에만 대한민국 정부는 관할권(Jurisdiction), 즉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다. 즉, 제헌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되지 못했던 38선 이북 지역은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엔은 나중에 또 한번 북한지역은 대한민국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표하는 행동을 취했다. 1991년에 북한을 유엔정회원국으로 가입시킨 것이다.

유엔은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만 정회원국으로 가입시킨다. 세계 곳곳에 있는 반군집단들이 장악한 지역은 유엔 회원국이 될 수 없다. 쿠르드족도 일정한 지역을 장악하고 있지만 유엔회원국이 아니다. 심지어는 대만도 유엔회원국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은 유엔회원국이다.

영토가 없는 정치집단은 국가가 아니고, 국가가 아니면 유엔회원국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유엔은 북한을 정회원국으로 가입시켰다. 유엔이 인정하는 북한의 영토는 어디에 있나? 시베리아 한 구석에? 휴전선 이북의 한반도가 북한의 영토라면 그 지역을 대한민국 영토라고 선포한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1948년의 결의안 채택과 1991년 북한을 정회원국 가입 승인 결정에 나타난 유엔의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유엔이 인정하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영토권을 실현하겠다는 것이 헌법 제3조를 실현하는 통일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밝히고 19일 국무회의에서 보충 설명한 내용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북한지역을 점령해서 그 지역에 통치권을 갖는 행위는 통일이 아니라, 합병이다. 두 개의 독립국가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합병은 대등한 합병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북한을 인수하는 인수합병이다. 일본제국이 대한제국을 인수합병한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두 개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은 황제와 권력 핵심부가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남북한 합병은 북한 정권의 핵심부를 제거하고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참수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훈련하고 있다.

상대방 국가의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인수합병을 진행할 의지를 가지고, 그 지도부를 제거할 목적의 군사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연습하고 있으면서, 상대방 국가의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목적으로 심리전을 진행하고 있으면서, 사실상의 침략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면서, 침략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학교 마당에서 다른 학생들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처음 공격을 말로 시작한다. 다른 아이나 그 아이의 부모를 욕하는 것이다. 욕을 듣다가 참지 못한 아이가 그 아이에게 주먹질을 하면 힘이 더 센, 욕을 한 아이가 아이를 폭행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선생님께 그 아이가 먼저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에 내가 한 폭행은 정당방위라고 우긴다. 대한민국 국군이 휴전선 확성기 방송에서 지금하고 있는 '심리전'이 바로 그런 짓이다.

실제로 어제 휴전선을 통해서 북한군 병사가 귀순했다. 윤석열 정부와 군에서는 확성기 방송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즐거워하고 있을 것이다.

그 북한군 병사가 소속한 부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휘관이 문책을 당할 것이다. 문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얼마나 심각할 것인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구두 경고 정도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가 지휘하는 부대의 병사가 대한민국으로 귀순해서 문책을 당하게 된 북한군 지휘관급 장교들 중에 한국군 확성기를 폭파해서 보복하고 공을 세우겠다는 생각을 갖는 군인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가 밤중에 부하들을 데리고 한국군 확성기가 설치된 곳으로 침투하다가 우리 군인에게 발각되어서 총격적이 벌어진다면? 그 총격전이 확대된다면? 그래서 전면전이 일어난다면 전력면에서 훨씬 우위에 있는 우리국군은 불감청이지만 고소원인가? 그러면 내친 김에 참수작전을 실행해서 북한군을 무력화시키고,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갖다주는 대한민국 체제를 선물하려고 하지 않을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을 윤석열 정부는 가난과 억압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에게 자유와 번영을 가져다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고, 북한 정권은 침략전쟁이라고 하지 않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및 제36회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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