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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은 역사적 갈림길, 진보정당이 20석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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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4.11 총선은 역사적 갈림길, 진보정당이 20석 되면…" [인터뷰] 박원석 "재벌 개혁에 다음 정권 운명 걸어야"
박원순과 박원석. 한 글자만 다르다. 이름만 닮은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 참여연대에서 함께 일했다. 그러나 20년만에 찾아온 총대선이 연달아 열리는 2012년을 앞두고 두 사람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한 사람은 민주통합당, 또 다른 사람은 통합진보당 당원이 됐다.

참여연대와 같은 대표적인 시민단체 출신들의 정서적인 유대감은 민주통합당보다는 통합진보당에 더 크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시민단체 출신들 대다수가 민주통합당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에 가입하고 비례대표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박원석 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시민운동의 '주류'와는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다.

그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김기식 전 처장과 마찬가지로 참여연대의 '주류'였다. 지난 2008년에는 촛불집회를 준비하는 상황실장을 하면서 거센 격랑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런데 왜 기존 시민운동 출신의 '주류'와는 다른 선택을 한 것일까. 지난 8일 만난 그는 오히려 되물어왔다. "그 사회 중간층 이하에게 비극적 정치를 보여주는 미국이나 영국의 양당제로 우리도 가야 하냐"고.

그러면서 그는 박원순 시장이나 김기식 전 처장과 같은 선택이 "민주당이 가진 기득권과 맞서 정면으로 싸우기 위한 도전보다는 그 기득권에 편승해 가려고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존 정당의 기득권을 해소하기 위해 진보정치의 힘을 키워나가는 방법도 있는데, 집권 가능성과 같은 현실적 조건에 안주한 선택이라는 얘기였다.

박원석 후보와의 인터뷰 이후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경선에서 12곳의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로는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박 후보는 "통합진보당이 20석이 되면 예전에 없던 수준의 변화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회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메시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사무실에서 진행된 박원석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박원석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후보.ⓒ프레시안(최형락)
"'해적기지' 발언 부각시킨 보수 언론, 안보 프레임 짜기 위해서"

프레시안 : 최근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논란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것이 이른바 '해적기지' 발언이었다. 대중적 진보정당을 목표로 탄생했지만 기존 민주노동당이 가지고 있던 이른바 '종북정당'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기억하게 만든 계기도 된 것 같다.

박원석 : 종북정당이라는 주장은 수구보수 세력이 자주 쓰던 비난의 레토릭으로 전혀 대꾸할 가치가 없다. 이데올로기적 매도일 뿐이다. 그런데 그 발언 자체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었다. 그러나 젊은 친구가 피켓 들고 사진 한 장 찍은 것으로 보수 언론이 마타도어를 하고 있다. 발언한 사람의 비중을 보더라도 그렇다. 눈살을 조금 찌푸릴 수는 있지만 통합진보당의 국가관, 안보관까지 송두리째 매도당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공격의 배경에는 제주 해군기지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다시 안보 이슈로 부각시키고 선거에서도 활용하고자하는 보수 언론의 의도가 있다.

심상정 공동대표의 이어도 발언도 마찬가지다. 이어도는 한중 간 영토 분쟁의 대상이 아니다.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발언마저 한중 간 영토 갈등으로 부각시켜 대중의 견제심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 여전히 보수의 안보 프레임이 원점 회귀할 가능성과 조짐이 느껴진다. 국민들은 이번 총선을 이명박 정부 4년의 실정에 대한 평가와 심판으로 보고 있는데, 보수진영은 그 프레임을 희석시키고 다른 쟁점으로 이동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우리 당이) 그런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아쉽다.

"2008년 촛불 때,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 생각했다"

프레시안 : 오랫동안 시민운동 해 오다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결심의 배경이 궁금하다.

박원석 : 이명박 정부 들어, 특히 2008년 촛불시위와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국민적으로도 각성됐다고 본다. 특히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상황실장으로 하루에 100만 명씩 시청 앞에 모이는 놀라운 현상의 한 가운데 서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했다. 이 상황을 어디로 귀결시켜야 하는가 고민했고,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결국 정치의 부재를 깨달았다. 어마어마한 국민적 에너지가 분출하고 사회 갈등이 폭발했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무기력했고 무책임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운동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결정한다는 점이다. 운동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뿐,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록 하는 것은 정치였다. 운동만으로는 사회갈등을 매듭짓고, 마침표를 찍는 역할은 할 수 없었다. 시민운동을 통해 한국 사회의 공적 의제를 다뤘던 책임 있는 사람과 집단이 정치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에는 시민정치 담론이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랐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지역주의 양당 체제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정치 구조를 넘어서야 한다고 봤다. 그 구조를 넘지 못하면 정치 발전도, 사회 개혁도 제한적이라는 판단이었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양당제는 그 사회 중간층 이하에게 비극적 정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이 배제되고 계급이 거세된 양당 구조 아래에서, 근본적 사회 개혁은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도 그렇게 가야하는가? 오랫동안 정치를 독점해 온 지역주의 양당 구조에 균열이 일어나고, 새 정치 흐름이 지분을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적 가치를 표방해 온 시민운동은 진보정치의 확장에 기여하는 것이 맞다. 내가 시민운동 주류와 다른 시도를 한 이유다.

"박원순·김기식의 민주당行, 새 도전 아닌 기득권 편승"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통합당에 입당하기 직전에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글도 직접 썼다. 박 시장 뿐 아니라 김기식 전 합동사무처장도 민주통합당으로 갔다.

박원석 : 두 사람만이 아니다. 지난 몇 번의 총대선을 거치면서 시민운동의 정치참여는 대개 민주당으로 쏠려 온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 집권 가능성이나 제도 정치 참여의 가능성이 더 넓다보니 그렇다고 이해할 수 있다. (시민운동가들이) '내가꿈꾸는나라'나 '혁신과통합'을 거쳐 흐름을 만들어 민주당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사실 거의 개별화돼 있다. 상당히 준비하고 들어갔다고 하는데도 그 구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타까운 결과다. 왜 그럴까,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결국 저 정당이 가진 기득권과 맞서 정면으로 싸우고 기득권을 해소하기 위한 도전을 하기보다 그에 편승해 가려고 한 것이 가져온 결과다. 그 기득권을 해소하기 위해 다른 정치세력의 힘을 키울 수도 있는데, 외려 민주당의 자장으로 다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시민정치의 자기 성찰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진보정당 또한 정체된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열고 확장해 외연을 넓히는 노력들을 한다고는 했겠으나 소극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시민운동에서 일정한 대표성을 가진 내 선택이 이후 시민운동으로 하여금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을 열어놓는 의미가 있다고 자평한다.

박원순 시장이나 김기식 전 처장은 민주당에 잘 뿌리 내려 오랫동안 이어지는 민주당의 기득권과 한계를 견제하고 변화시키는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박원순 시장은 특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다만 입당 직전에 글을 써서 말린 것은 굳이 지금 시점이어야 하냐는 문제제기였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정권 심판 여론이 온전히 민주당으로 수렴되는 것이 맞나. 박 시장이 조금 더 기다려, 민주당의 보다 통 큰 변화와 연대를 촉구하는 외부적 힘으로 작용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다. 물론 그의 개인적 고충은 인간적으로 이해한다.

프레시안 : 박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김기식 전 처장이 얼마나 민주당 내에서 견고하게 뿌리 내릴 수 있을지는 벌써부터 우려가 나오는 것 같다. 민주당의 기득권이 그만큼 단단하기 때문이다.

박원석 : 모든 정당은 기존 기득권을 가진다. 그것이 다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국민이 갈망하고 있는 정치 변화는 사실 정당 변화에서 온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정당은 사람의 결사체이므로 그렇다. 모든 정당이 지금 쇄신을 얘기하지만 국민이 바라는 수준까지 됐는지는 의문이다. 시민정치가 제도정치로 참여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변화와 혁신인데, 막상 들어가고 나면 그 구조에 휘말리는 문제를 반복하고 있다.

진보정당 영역에서도 나의 선택은 새로운 시도다. 한편으로는 기존 정당 내부에서 신선함으로 받아들이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낯섦 내지 경계심도 없지 않다. 한국 사회의 진보는 노동으로 상징되는 계급과 시민으로 상징되는 각 부문운동, 전문가 운동의 두 가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 두 영역이 화학적으로 잘 만났을 때 진보의 깊이와 외연이 깊어지고 풍부해지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할 명실상부한 정치 주체로 확장될 수 있다. 진보정치의 깊이를 더 하는데 시민운동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나의 과제이고 도전이다.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을 만들어낸 세 세력의 화학적 결합도 아직은 완성되지 못한 단계다. 과정 중에 있는 것이지만 앞서 언급한 기존 진보정치의 폐쇄성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원석 : 세 세력의 통합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다. 사회민주주의에 가까운 전통 진보와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의 결합이었다. 외형적 결합만 이뤄진 상태고, 내용적인 결합은 아직이다. 중요한 것은 당의 권력 자원이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권력자원을 놓고 서로 이질적인 세력이 한 당에 있으면 서로 힘들어진다. 19대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하면 정치적 책임도 현재와 달라지고 대중들에게 훨씬 더 많이 노출된다. 당 내부로 집중되던 에너지가 외부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19대 총선은 한국 정치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진보정당 운동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원내교섭단체를 확보함으로써 외형적이고 형식적으로 이뤄진 통합이 내실을 기하게 되는 역사적 국면의 갈림길에 있다.

"야권연대 이뤘으니, 민주당과 내용적 차별성 확보해야"

프레시안 : 문제는 지지율 아닌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목표는 있지만 진보정치의 총선에 임하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원석 : 야권연대가 중요한 전략 중 하나였다. 독자적인 힘으로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하는 것은 험한 길이었을 것이다. 한국 사회의 이데올로기 지형이 여전히 좁다. 세대가 바뀐다면 모를까. 그런 면에서 진보정당의 정치적 확장과 수권까지 가는데 있어 야권연대는 불가피한 길이다. 전국적 연대가 타결된 만큼 하나의 승부수는 던진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동시 과제가 있다. 연대의 파트너이자 동반자인 민주당과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 전략이 현재 분명하지 않다. MB심판이나 정권교체는 국민의 넓은 합의지만, 그 정치적 결과는 민주통합당으로 더 많이 수렴될 것이다. 그를 넘어 2013년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데 있어, 견인차는 진보정당이다. 구조화된 양극화, 분단 체제 극복의 역사적 장을 열어내야 한다.

그런 큰 방향과 기조 아래에서,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 비전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 준비가 덜 돼 있다. 10년 전 무상의료 무상교육과 같이, 앞으로 10년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 의제는 소수 정당인 진보정당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 올수록, 현실 접촉면이 넓어지고 현실 이슈에 보다 충실하게 되고 결국 거시적인 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힘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해도 진보정당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당에 들어온 만큼 정책 비전을 가다듬고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현재 통합진보당의 의석수를 놓고 보면, 기존 제도권 정치 내부로 들어오면서 정책 역량이 약해졌다는 분석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의석수가 더 많았던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은 더 빛이 났다.

박원석 : 근본적으로는 정책 역량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 소통의 부족도 있다. 진보정당이 여러 생존권 싸움 현장에 몸으로는 연대하는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은 그만큼 치열하지 못하다. 총선 상황도 그렇게 녹록치 않다. 민주당의 공천에 대한 국민의 냉소나 비판이 커지고 있고 당 지지율도 새누리당에 역전됐다. 통합진보당의 존재감은 미약하다. 진보개혁 진영이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앞으로 한 달이 중요하다. 야권연대가 이뤄졌으니 이제는 내용으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고 치러지는 대선은 이명박 심판 선거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총선에서 집권세력이 심판을 받고 나면 그들 내부의 주도권이 바뀐다. 결국 누가 새로운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느냐의 경쟁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반사 이익으로 대선을 치르려 하면 민주당도, 우리도 망한다.

프레시안 : 정책비전에 당의 역량을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는 앞서 언급됐던 당의 화학적 결합이 완성되지 못한 탓도 있는 것 아닌가. 이른바 계파간 자리다툼에 더 많은 역량이 집중되는 경향 얘기다.

박원석 : 계파 문제는 실체 이상으로 과도하게 지적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어느 정당이든 계파는 있고, 권력다툼도 있다. 진보정당의 계파도 새누리당 내의 친이-친박이나 민주당 내의 친노-구민주계-386 등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진보정당에게는 일종의 차별적 시선이 존재한다. 물론 통합진보당은 권력 자원이 작고, 그러다 보니 그 긴장 정도가 크다. 또 새롭게 당이 만들어지면서 그 긴장 관계를 다루는 합리적인 제도가 아직 완비되지 못했다.

앞으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한다. 사실 정당 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그룹 간의 갈등과 경쟁은 그 정당의 정치 수준을 높이는 힘이 될 수도 있다. 과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도 그랬다. 다만 계파간 갈등이 긍정적이려면, 공개된 정치의 장에서 합리적 규칙 아래 진행돼야 한다.

"정진후, 개인이 감수해야 할 몫 이상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프레시안 : 같은 개방형 비례 후보여서 다소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정진후 후보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유시민 대표가 TV토론에 나와 한 발언이 파문을 키우는 모양새도 됐다.

박원석 : 사실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모른다. 성폭력 사건이 났을 당시 (촛불시위 주도 혐의로) 구속 중이었다. 내가 석방돼 나왔을 때는 이미 끝난 일이었다. 다만 아주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당시 사건의 핵심 관계자들은 제명됐다. 읍참마속 한 것이다. 전교조는 당시 대의원대회에서 2차 가해자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놓고 9시간에 걸쳐 장시간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 결과가 애초 피해자가 요구했던 수위보다 낮았다. 그렇지만 대의원대회 결과를 위원장이 뒤집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아쉬운 것은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 중간 내용을 건너뛰고 마치 (정진후 후보가) 강간미수범처럼 매도된 것은 불쾌했다. 진중권 씨처럼 책임 있는 사람이 발언을 할 때는 사람들이 사실관계를 오인하도록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초기에 정진후 후보가 마치 성폭력 가담자인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은 문제였다.

물론 성폭력 사건이 벌어진 집단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으로 부족했다는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감수하고 감당해야 할 몫 이상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졌다. 심지어 사실관계의 오인까지 겹쳐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피해를 당한 분의 치유와 회복이다. 이 문제가 새 논란이 되면 될수록 당사자는 더욱 괴로운 것 아닌가. 교사와 공무원이 민주노동당을 후원했다가 집단적으로 탄압받은 것 때문에 비례 후보로 추진한 것인데 당으로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의 공천 철회와 견줘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통합진보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 유례 없는 한국 정치 변화를 끌어낼 것"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9대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의 목표는 달성이 가능할까?

박원석 : 가능하다. 통합진보당이 20석이 되면 한국 정치에는 예전에 없던 수준의 변화가 올 것이다.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의 '짬짜미'가 불가능해진다. 만일 통합진보당의 20석이 절묘한 캐스팅 보트가 된다면 정치 변화를 주도할 수도 있다. 다만 정치는 자력으로 해야 한다. 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의 자기 정치, 자기 비전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사회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

프레시안 : 박원석이 생각하는 비전과 메시지는 무엇인가?

박원석 : 결국 먹고 사는 문제다. 재벌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다음 정권의 성격과 운명이 달려 있다. 국내 이슈에서는 재벌이고, 국외 이슈에서는 미국이며 또 북한이다. 재벌 개혁은 제도적 대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는 정치적 의지와 치밀하고 지혜로운 전략이다. 참여정부는 정권 초반,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던져 준 '국민소득 3만 불'을 내세우면서 재벌 문제를 포기했다. 다음 정권은 어떨까. 민주통합당이 단독으로 집권할 경우 과연 재벌개혁을 끌고 갈 힘이 있을까. 막강한 저항을 뚫을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의회 권력 내에서라도 강한 억제력이 존재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재벌 문제는 서민의 생존권, 복지와 한 몸이다. 공정하지 않은 경제 구조에서 좋은 복지는 나올 수 없다. 다음 정권의 운명을 거기에 걸어야 한다.

미국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미동맹 차원의 미국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차원의 미국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 이상 폐기는 간단치 않다. 폐기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부 발효 전에 폐기했다. 민주통합당도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벌써부터 레토릭이 '폐기'에서 '반대'로 바뀌고 있지 않나. 재협상은 먼저 협정을 폐기해야 열린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이 얻는 이익이 큰 만큼, 미국은 어떻게든 재협상으로 나올 것이다. 한미 FTA를 털고 가야 새 경제로 나아갈 수 있다.

북한을 대하는 태도도 중요한 문제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지만 이 정부 아래는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 5년 동안 남북관계가 꼬이면서 우리가 치른 대가와 비용이 너무 컸다. 연평도, 천안함, 북핵 문제 뿐 아니라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까지 다 막혀 있다.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원점으로 되돌려진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는 또 다른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새 국회가 구성되면 국회 차원의 노력부터 하려고 한다. 남북 국회의원 회담을 추진할 것이다.

프레시안 : 출마하는데 가족의 반대는 없었나?

박원석 : 가족은 당연히 반대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문제의식이 충만할 때 하는 것이 좋다 싶었다. 일각에서는 조금 더 준비해서 하는 건 어떠냐고 했지만, 지금 내 나이가 44세인데 4년 후면 더 보신적이 될 것 같다. 세상을 바꾸는데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가 승부처인지 오래 고민했다. 피할 수도 없고 피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앞뒤 안 가리게 되더라.

당선되려면 통합진보당 정당 지지율이 10~11%는 나와야 한다. 이번 총선은 다른 어떤 선거와도 비교할 수 없이 1대 1 구도로 압축될 것이다. 3% 이상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하는 정당이 몇 개 안 될 것 같다. 자유선진당이나 국민생각도 비관적이다. 국민들이 지역에서는 단일후보, 비례대표는 통합진보당을 찍는 전략적 선택을 해주시기를 바란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얘기 감사하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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