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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많아? 불로소득자 '빨대'부터 제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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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많아? 불로소득자 '빨대'부터 제거해야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 저소득 노동자 등골 빨아먹는 고소득자가 너무 많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139만 원에서 연 노동시간 2069시간을 나누면, 시간당 1만5169원이다. 최저임금이 이 금액까지 올라도 국민경제에는 큰 문제가 없다. 2017년 한국의 1인당 GDP는 29,891달러. 1달러를 1050원으로 계산하면, 우리 돈으로 3139만 원이다.

OECD 회원 35개국의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은 1764시간이다. 하루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하면, OECD 평균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1년에 220일 일했고, 한국 노동자들은 259일을 일했다. 한국 노동자들이 한 달하고도 10일을 더 일한 셈이다.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라 나라 경제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 떨지만, 국제 비교 관점에서 볼 때 1인당 GDP가 연 3139만 원에 달하는 나라에서 노동자 최저 임금을 연 2100만 원 정도로 올렸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고소득자와 불로소득자의 '빨대' 제거해야

부수적으로 따라올 세금과 사회보험료 인상을 감안하더라도 1인당 최저 소득은 2500만 원 안팎에 머물러, 우리나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대신 시급한 과제는 하위 소득의 수준이 상승하는데 비례하여 상위 소득을 어떻게 하락시킬 것인가에 있다. 윗돌을 빼서 아랫돌을 쌓아야 한다.

평일 아침, 베트남 출장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글을 쓰는 와중에도 삼삼오오 골프채를 들고 출국하는 이들로 공항이 북적인다. 1인당 GDP의 7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최저임금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나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 노동자 등골을 빨아먹는 고소득자와 불로소득자가 너무 많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소득자의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서가 아니라, 고소득자와 불로소득자가 보유한 사회적 부가 국민경제 안으로 선순환되지 않아서 문제다.

부익부(富益富) 빈익빈(貧益貧)과 불로소득으로 몰리는 재원을 조세와 사회 정책으로 저소득층에게 돌릴 수 있다면, 국민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을 1만5000원으로 올릴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저소득층 주머니에 들어간 돈은 바로 국내 소비로 이어져 내수를 활성화시킨다.

'압착'이 필요하다

▲ <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지음, 박태일·유병규·예상한·한상완 옮김, 현대경제원BOOKS 펴냄). ⓒ현대경제원BOOKS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자유주의자의 양심(The Conscience of a Liberal)>(한국판은 2008년 <미래를 말하다>(박태일·유병규·예상한·한상완 옮김, 현대경제원BOOKS 펴냄)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에서 미국 경제가 황금기를 누렸던 1940년 중반에서 1970년대 중반까지의 30년을 이르러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의 시대라 불렀다.

크루그만은 저소득층의 수입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소득층의 수입을 찍어 내렸다는 의미로 '압착(compress)'이라는 표현을 썼다. CEO와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봉은 2000년대 들어와 400배 차이가 나지만, '황금기'에는 그 차이가 40배를 밑돌았다.

기업 이익에 대한 연방정부의 세금이 1929년에는 14%도 안 됐지만, 1955년에는 45%까지 올랐다. 상속세의 상한률은 20%에서 45%로, 그리고 60%, 70%, 결국 77%까지 올랐다. 그래서 미국 경제가 망했을까. 크루그먼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1920년대에는 부자들에게 세금이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미미한 세율로) 부자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유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 하지만 뉴딜 정책은 실제로 그들의 소득을 상당 부분, 어쩌면 거의 전부를 세금으로 거둬갔다. 상류층이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배신자라고 생각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회임금' 확대해야

IMF 경제위기 이후 유행했던 신자유주의, 즉 고소득층의 소득을 보장해주면 저절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이데올로기는 새빨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국제 비교는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중과세와 불로소득 차단으로 마련한 재원을 최저임금 인상과 사회보장 확대를 통해 저소득층에게 돌렸을 때 국민경제(national economy)가 선순환 사이클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1인당 GDP가 3100만 원이 넘는 나라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인상됐다는 최저임금 수준이 2100만 원에 미달하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사회임금(social wage) 확대, 즉 사회복지 강화를 위해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중과세와 불로소득 환수가 필수적이다.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가 사회적으로 보장된다면, 기업이나 사업자가 지급하는 직접 임금에 대한 노동자의 의존도는 낮아질 것이다.

윗돌 빼내 아랫돌 쌓아야

"만약 빌 게이츠가 어떤 술집에 들어가면 그 술집 고객의 평균 재산은 급상승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 술집에 이미 앉아 있던 고객들이 실제로 더 부자가 된 것은 아니다"고 크루그먼은 말했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빌 게이츠'의 주머니에 차고 넘치는 사회적 부를 거둬들여 노동자와 서민에게 나눠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벌을 비롯한 기업과 고소득층이 국민경제에 빨대를 꽂아 누리는 사회적 부를 산업정책과 조세제도, 사회정책을 통해 저소득층에 돌려주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1인당 GDP가 3100만 원에 달하는 나라에서 최저임금 2100만 원은 그다지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기업과 부자들의 주머니에 켜켜이 쌓인 사회적 부(富)를 어떻게 하면 아래로 향하게 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 19세기 프랑스 작가 오노레 도미에의 가르강 튀아(Gargantua) 판화,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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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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