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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자유한국당 소속 환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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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명불허전' 자유한국당 소속 환노위원장 [윤효원 '노동과 세계'] "동네 가게가 문 닫는 것은 '최저임금' 아닌 '대자본 수탈' 때문"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최저임금위원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노동 문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환노위원장이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노동 정책에서 갈팡질팡을 거듭한 보수 여당의 무기력과 극우 야당의 정략이 맞물려 일어난 해프닝이 아닐까 추측할 뿐.

'최저'를 쪼개고 나누면 뭐가 남나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임금이다. 가장 낮은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김학용 의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 연령별로 쪼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아예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에 대한 추천을 국회 교섭단체별 의석수 비율에 따라 국회가 9명 전원을 추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부정하는 운동권에서도 최저임금 결정을 아예 국회에서 하자는 황당한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적 대화의 'ABC'도 모르는 환노위원장

사회적 대화는 노사정 3자가 하는 것이다. 국회는 노사정 3자의 사회적 대화가 제대로 작동하도록(well-functioning) 지원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회는 노사정 3자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협의하고 교섭한 내용을 법 제도로 만드는 입법 기관이지, 사회적 대화 기구가 아니다.

노동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의 공익위원을 국회가 임명한다는 발상은 사회적 대화를 하지 말자는 정파적 주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노사 간에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정부는 완충 지대 역할을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 전문성과 공익성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정부를 대신하는 것이 최저임금 결정에 순기능을 하기 때문에 공익위원 제도를 둔 것이다.

최저임금을 국회에서 결정하자거나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을 국회가 추천하자는 발상은 사회적 대화의 'ABC'도 모르는 무식한 소리고, 포퓰리즘에 편승해 헌법이 보장한 민주주의의 사회적 성격을 거세하려는 음모에 다름 아니다.

▲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이 지난 7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저임금, 국민경제에 부정적이란 증거 없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한 중소기업에 대한 통계가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폐업한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통계가 나왔다는 소식도 들은 바 없다. 2018년 최저임금은 시행 7개월을 조금 넘었고, 얼마 전 결정된 2019년 최저임금은 아직 시행도 하지 않았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하반기인 지금부터 점차적으로 파악될 것이며, 2019년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파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의 과학적인 분석에는 최소 2~3년이 걸린다.

국내외에서 검증된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분석은 국민경제에 긍정적이면 긍정적이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로 귀결된다. 아무튼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의 폐업과 최저임금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주는 공식 자료는 나온 게 없다. '최저임금 망국론'을 퍼뜨리는 극우 언론의 포퓰리즘 기사는 모두 '카더라 통신'의 유언비어를 바탕으로 한다.

김학용 의원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인을 살리고 싶으면 그쪽 관련 상임위원회로 갈 일이지, 노동자 권리 향상과 이익 개선을 다루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왜 맡았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다만 짐작되는 바는 지금까지 김학용 의원이 해온 행실과 발언을 보면, 노동자의 권리를 훼손하고 노동자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친자본 의도를 갖고 환경노동위원장을 맡지 않았냐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최저임금 제도, 선진국 단순하고 후진국 복잡해

국제적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보면 선진국일수록 전국 수준에서 단일 기준으로 적용되는 단순한 체제를 갖고 있고, 후진국일수록 지역으로 쪼개고 산업으로 쪼개어 너절하고 복잡한 체제를 갖고 있다. 단순하고 명쾌한 체제는 그 결정과 이행에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드는 데 반해, 복잡하고 너절한 체제는 반대다.

전국 단일 기준 하나 정하는 데도 이렇게 힘이 되는데, 이걸 산업과 연령으로 쪼개고 내국인과 외국인을 나누고, 여기에 더해 정파색 가득한 기득 정당의 공천으로 공익위원을 추천하고, 대표성도 검증이 안 된 이런저런 이익단체들을 추가한다? '김학용의 안(案)'은 최저임금위원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자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다.

이렇게 될 경우 사회적 대화를 통합 협의와 교섭은 거세되고, 정파적 거래가 난무하고, 대표성도 없는 속물적 이해집단의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관료적 꼼수가 대세를 결정지을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높은 스웨덴과 덴마크 같은 나라에는 최저임금 제도가 없다.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정한 최저임금이 산업별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학용 위원장은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입바른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단체협약의 산업별 지역별 확장 제도를 연구해보는 게 나을 것이다.

우리 동네 가게 10개가 망한 이유

집에서 나와 지하철 역까지 가는데 마을버스로 5분 걸린다. 도로변 아파트 상가에 활력이 사라진 지 오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하던 가게가 10개 가까이 망해 빈집이 되었다.

연초 편의점과 소상인 가게가 있던 자리에는 '롯데 프리지아'가 들어섰다. 그 옆 동네빵집이 망한 자리에는 커피숍이 들어섰다. 거기서 걸어서 5분 거리 가게 3개를 몰아내고, '롯데슈퍼'가 성업 중이다. 200미터 떨어진 곳엔 '파리바게뜨'가 있고, 바로 맞은 편엔 '뚜레주르'가 있다. 3분 거리에 또다른 '파리바게뜨'도 성업 중이다. 우후죽순 경쟁하는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도 인근에 여럿이다. 그 길 건너 옷집과 돈까스집과 김밥집도 망했고, 그 근처 단골 안경집도 망했다. 대신 늘어나는 건 부동산중개소와 미용실이다.

"'롯데 쇼핑몰' 들어 왔잖아요. 그때 1차로 타격 입었어요. 그래도 버틸만 했는데, '신세계 스타필드'가 들어 왔잖아요. 이거 완전히 죽으라는거죠. 동네 자영업자가 하는 것 치고, 롯데와 신세계에서 안 하는 게 없잖아요. 재벌이 하는 대형몰이나 마트 없는 동네로 알아보고 있는데, 어렵네요." 단골 안경집 사장이 장사를 접기 전, 한 말이다.

"요 옆 '롯데 프리지아'에서 안 파는 게 없어요. CJ 같은 데서 만두, 떡뽁이, 피자, 튀김 다 만들어 팔잖아요. 우리집이랑 메뉴가 같아요. 곧 접을 거에요."


얼마 전 폐업한 김밥집 아주머니의 말이다.

포퓰리즘에 편승한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과 음해

저소득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려는 정책은 내놓지 않고, 멀쩡한 최저임금 제도를 복잡하고 너절하게 만들어 무력화하려는 김학용 의원은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핑계를 댄다.

중소기업인·자영업자·소상공인 가운데 최저임금 때문에 폐업하는 이가 많은지, 대자본의 수탈 때문에 폐업하는 이가 많은지 꼼꼼히 따져보지도 않고, 포퓰리즘에 취해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하는 이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다. '박근혜 탄핵'을 이끈 촛불 항쟁이 20대 국회 해산과 국회의원 총 선거로 이어지지 않고 멈춘 업보(業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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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원
택시노련 기획교선 간사,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무국장, 민주노동당 국제담당, 천영세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다. 근로기준법을 일터에 실현하고 노동자가 기업 경영과 정치에 공평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만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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