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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한테 5개 받고 1개 내준 미국, 왜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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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한테 5개 받고 1개 내준 미국, 왜이러나 [기고] 우려스런 미국의 완승전략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 이후 뭔가를 곧 이루어낼 것 같았던 북미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해빙 여부가 북미관계에 달려있는 현 한반도 상황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곧 4번째 방북길에 오르지만, 지금까지의 진행과정으로 미루어 상황이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미국은 비핵화 먼저, 북한은 종전선언 먼저 하자'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진전이 안 되고 있다. 순항하는 듯하던 북미관계가 왜 이런 경색 국면에 빠졌을까? 미국의 분위기는 온통 북한 책임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비핵화하겠다고 해놓고 구체적인 이행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그런가?

미국의 조치가 나와야 할 때

이를 따져보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의 북핵 문제의 진행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크게 보면 다음의 5가지 조치를 내놓았다.

① 지난해 11월 화성15호 미사일 시험 발사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②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중지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공식 결정했다. ③ 5월에는 함경북도 풍계리의 핵 실험장을 폐기했다. ④ 7월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엔진 시험과 위성 발사에 활용해 온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일부를 해체했다. ⑤ 7월에는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 송환도 이행했다.

여기에 대해 미국에 한 조치는 지난 6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한 가지다. 지난 1992년에도 한미가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기 위해 취한 적이 있는 조치이다. 미국은 크게 3가지를 받은 뒤 하나를 내놓았다. 그리고 다시 2가지를 받았다. 다시 미국이 뭔가를 내놓아야 할 차례이다. 그런데 미국은 '비핵화'만을 강조한다.

북핵은 보상으로 푸는 것이 논리적


시간의 흐름으로 최근의 북핵 문제를 따져보았지만, 논리적 흐름으로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나라가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속의 핵 우위 확보를 위해 1970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만들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외에는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강대국들과의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가입했다. 그렇지만 원하면 탈퇴할 수도 있다. 조약에 명시되어 있다. 탈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 조약으로 인해 결정적 이익을 누리는 미국의 일이 되어 왔다.

실제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가진 핵을 경제적 보상을 한 뒤 폐기했고, 리비아가 핵을 개발하려 할 때 경제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막았다. 역시 경제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이란의 핵개발 제한 협상도 이룬 바 있다.

쉽게 말하면, 미국이 NPT의 완전성을 보존하기 위해 NPT를 벗어나려는 나라들에게 보상을 하면서 NPT체제 내에 묶어두어 왔던 것이다. 그러니 북한에 대해서도 핵을 버리고 NPT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는 위협이 아닌 협상과 보상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양측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을 교환하기로 분명히 합의했다. 그런데 체제안전보장을 위한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는 무시하고 비핵화 조치 이행만을 강조하고 있다.

곧 방북하는 폼페이오도 "북한의 안보위협을 외교적으로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라고 역설했다. 새로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된 스티븐 비건도 '북한의 평화로운 미래는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비핵화 먼저'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대북 거래에 관련되어 있다면서 개인과 법인에 대한 제재를 확대했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는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하고, 큰 틀에서 '비핵화-체제안전보장'에 합의를 이루었으면, 상대의 신뢰를 깨버리는 조치는 삼가야 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미국은 그런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를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하고 있다. 정상회담 이후 만약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면 미국은 어떻게 나왔을까?

▲ 지난 7월 27일 미군 유해가 오산에 위치한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대원들이 유엔기에 감싸져 있는 유해를 옮기고 있다. ⓒAP=연합뉴스

남북관계 진전에도 부정적

미국은 스스로 북한과의 적극 협상을 주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인식에서 분명히 표명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관련한 지원이 우리 정부 대표의 활동과 편의를 위한 것이라면서 이를 대북제재의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정부의 요청에 미국은 선뜻 답하지 않았다.

3차 남북 정상회담 합의에 대한 언명도 같은 맥락이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 국무부 입장은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문제 해결과 별개로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비핵화가 진전이 안 되고 있는데, 남북관계만 진전되면 곤란하다는 얘기다.

마치 1차 북핵위기 당시 김영삼 정부를 보는 것 같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가 더 빨리 진전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를 미국에 반복적으로 얘기했다. 당시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협상하려 했고, 김영삼 정부는 협상에서 소외되는 것을 걱정했다. '북미협상 진전 – 핵문제 해결 - 남북관계 진전'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대로 '남북관계 진전 – 북미협상 진전 – 핵문제 해결'의 구조를 보지 않고 있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고, 여전히 미국에 목을 매야 한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하지만 그게 한반도의 현실이고, 이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이런 상황의 타개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정세에 대한 인식을 보다 명징하게 해야 하는 필요성도 더 높아지는 것 같다.

선(先)비핵화 요구는 미국의 완승전략

그렇다면 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비핵화 먼저' 요구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미국이 전통적으로 보여 온 '완승전략'이다. 군사적으로 외교적으로, 상대를 만났을 때 완전하고 일방적인 승리를 목표로 하는 전략이다. 완승을 위해서는 엄청난 무기와 자원이 투여된다. 공작도 병행된다.

완승전략의 기저에는 '미국안보 최대화 전략'이 깔려있다. 적대국에 완전한 승리를 거둘 때 미국은 완전하게 안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첨단무기체계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고, 어느 나라도 따라가기 어려울 만한 규모로 국방비를 계속 투여하고, 그것도 모자라 지역별로 군사동맹국을 확보해 놓는 것이 그런 전략의 일환이다.

한꺼풀을 더 벗겨보면 이 미국안보 최대화 전략 아래에는 '상대적 권력의 최대화 전략'이 있다. 어떤 나라와 비교를 했을 때에도 그 나라보다 힘이 강해야 한다는 전략이다. 어떤 나라보다도 힘이 강해야 한다는 것이니 결국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은 위치의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전략은 공격적 현실주의의 핵심 내용이기도 하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강대국은 상대적 권력의 최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세계는 불안하고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태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이론을 현실 국제정치에서 실현하고 있다고 하겠다.

국내적 어려움이 돌파구 될 수도

미국의 군사안보전략이 이러한 정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선비핵화 요구는 계속되고 있고, 이를 상대로 협상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불변의 것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예술이고, 국제정치는 행위자가 더 많은 다국적 예술이다. 변화가능성 또한 그만큼 크다.

게다가 트럼프는 최근 국내적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측근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자신의 범법이 드러나자 플리 바게닝(유죄협상제)에 응해 자신의 형량을 줄이는 대신 트럼프의 성추문을 입막음하기 위해 돈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대선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드는 금융사기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그가 플리 바게닝에 응하면, 대선 캠프의 러시아 연루설을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 분열 지향의 정치가 유권자들의 냉엄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 또한 있다.

이런 어려움 속의 트럼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맞아야 한다. 선거에서 지면 탄핵정국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그에겐 외교적 성과가 필요하다. 외교정책은 국내정치의 종속변수 성격이 강하다. 국내정치의 변화에 따라 외교정책은 변화가 얼마든 가능한 것이다.

트럼프도 그런 점을 인식하고 북한과의 협상 모멘텀은 잃지 않으려 하고 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북한과 동등한 주권 전제 위에서 합리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폼페이오 4차 방북 보따리에 그런 구체적인 안이 들어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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