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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명 사망 '대구 참사', 승무원 1명만 더 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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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명 사망 '대구 참사', 승무원 1명만 더 있었어도…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③] 참사 10년, 1인 승무제 그대로 둘 것인가
1월 19일, 서울 지하철 6호선 기관사 황아무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족에게 출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 황 씨는 회사에 가는 대신 아파트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황 씨는 삶을 마감하기 얼마 전 가족에게는 "회사 가는 것이 힘들다"고, 동료들에게는 "차에 타는 것이 힘겹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가족과 동료들은 '기관사를 천직으로 알고 15년간 성실히 일한 사람'으로 황 씨를 기억한다. 그런 황 씨가 변한 건 지난해 10월 사고를 겪으면서다. 한 승객의 가방이 황 씨가 운행하는 열차의 출입문에 낀 사고였다. 다행히 승객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황 씨는 이 일로 회사에서 심하게 질책을 당했다. 이를 계기로 황 씨는 이전과 달리 강박증과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공황장애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족과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은 이번 비극이 황 씨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관사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운행해야 하는 구조, 그리고 "기관사에게 모든 책임을 몰아 매도하는 조직 문화"가 비극의 배후에 있다는 주장이다.

수많은 기관사가 생전의 황 기관사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고 이들은 경고한다. 황 씨처럼 공황장애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기관사가 2012년 한 해에만 3명이나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하철 기관사의 노동 조건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의 발'을 안전 운행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기관사들의 고충에 눈감는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언제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프레시안>은 지하 터널을 누비는 지하철 기관사들의 현실을 짚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위기의 지하철 기관사
① "동료들 연이어 자살…이젠 나도 날 못 믿겠다"

② 사람 잡는 1인 승무제…공황장애 15배, 트라우마 8배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김태훈 승무본부장은 1월 19일 세상을 떠난 황 기관사를 떠올리며 "자랑스러운 내 동기였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황 기관사가 "밑으로(지하철) 내려가야 하는데 거꾸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우리를 떠났다"고 말하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아무개 기관사가 지난해 3월 세상을 떠난 후 "10개월 동안 처절히 싸웠다. 그러나 공사 측에서는 '기관사에게 해줄 게 없다'고 한다.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가 '노숙 투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청과 국가인권위원회 사이 인도에서, 1월 29일 황 기관사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는 기관사들의 대회가 조촐하게 열렸다. 동기를 떠나보낸 김 본부장 뒤로 "우리에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펼침막이 나부끼고 있었다.

연이은 지하철 기관사의 죽음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많은 전문가는 정신 질환을 호소하는 지하철 기관사 문제에 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중 핵심으로 꼽히는 것이 1인 승무제 폐지다. 기관사 관련 사고나 전동차 사고가 터질 때마다 지적된 문제인 1인 승무제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황 기관사의 유족 보상 문제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와 노조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시 측은 "1인 승무제 근로 환경 개선은 당장의 쟁점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 1월 29일, 황 기관사를 추모하는 기관사들의 대회가 열렸다. ⓒ프레시안(박세열)

'1인 승무제' 대구 지하철 참사…승무원이 한 명 더 있었다면?

지난 2003년 2월 18일 대구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에서 한 남자가 시너가 든 플라스틱 통 2개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후 객차에 던졌다. 이 방화로 192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비극이었다.

방화는 전차의 뒷부분에서 일어났다. 열차 맨 앞에 있던 기관사는 방화 여부를 즉시 알 수 없었다. 반대 방향에서 오는 열차에 통보해 비상 제동을 끌어냈어야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반대 방향에서 오는 열차에 불이 옮겨 붙었다.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만약 앞뒤에 기관사 혹은 승무원이 한 명씩 타고 있는 2인 승무제였다면 어땠을까.

또 다른 사례로, 2005년 1월에 발생한 지하철 7호선 화재 사건을 들 수 있다. 이때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지하철 1인 승무제'의 문제점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1인 승무제를 언급하며 "사고 발생 초기 대응 불가능"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시스템 부실로 인한 사고이며,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로 진단하고 "1인 승무제 보완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이 입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2005년 1월에 발생한 지하철 7호선 화재 사건에 관해 열린우리당이 낸 진상 조사 보고서. 1인 승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관사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 1인 승무제는 그 책임을 전적으로 한 명의 기관사에게 떠넘기는 시스템이다. 잦은 고장과 사고의 위험에 매일 노출돼 있는 기관사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 기관사는 "문을 여닫을 때 후부(전철 뒷부분)를 끝까지 주시하는데, 잘 보이지 않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인 승무제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기관사는 '심리적 불안'과 '안전에 대한 강박'을 이중으로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2인 승무제에 대한 논의는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그러나 1인 승무제를 택할지, 2인 승무제를 택할지에 대한 뚜렸한 기준은 전무한 상황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2005년 철도안전법이 제정됐지만 여기에도 승무 기준은 없었다. 2년 뒤인 2007년 4월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이 주최한 '철도안전법 개정안 시민 공청회'에서 그나마 의미 있는 논의를 담아냈지만, 이후 철도안전법 개정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1인 승무제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제도 개선을 이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7년 공청회에서 제기됐던 내용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전문가의 지적은 1인 승무제 관련 논의의 현실을 보여준다.

당시 공청회에서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철도안전법에 "기관사, 부기관사 및 차장과 열차 객실 업무 종사자의 필수적 탑승과 2인 승무를 규정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철도안전위원회 신설 등과 함께 철도안전법 개정의 핵심이었다. 김 소장은 "전 세계적으로 1인 승무가 추세라는 주장은 잘못된 경우이며 1인 승무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당시 발제문에서 "참고로 2인 승무였다가 1인 승무로 전환되기 직전의 부산지하철공단과 당시 국내 최초로 1인 승무가 도입되어 운영 중이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사고율을 비교하면 차이가 눈에 보인다"며 사교율 비교표를 제시했다. 2인 승무이던 부산지하철공단의 사고 비율은 1인 승무제로 운영되던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 2007년 김성희 소장의 '현행 철도안전법의 문제점과 개정안의 의미' 발제문 중 일부

일각에선 2인 승무제 도입에 따른 비용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공사 측은 <프레시안>에 보낸 답변서를 통해 "1인 시스템으로 설계된 것을 2인 승무로 전환 시 운전실(후부) 취급 기기 보완과 기관사 조작반, CCTV, 기관사 감시 설비의 재설치 및 기관사 인력 증원 등 추가 예산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2인 승무제를 도입하려면 당장 10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관사 정원 수준의 차장 인력 증원으로 연간 약 600억 원, 시스템 보완 및 설비 이설 등에 약 161억 원, 승무관리소 등의 개축 비용으로 341억 원 정도가 든다는 말이다.

그러나 공사에서 비용을 과도하게 추산했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1000억 원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단순 계산으로 해도, 혼잡한 선로 등에 우선 차장을 투입해 순차적으로 2인 승무제 전환을 진행시킬 경우 고졸 초임 수준을 적용해보면, 100명을 채용해도 한 해에 30억 원 정도가 든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사무 인력이 과다하니 이를 현장에 차장으로 투입할 수도 있고, 서울시에서 지하철 무료 운임 등을 실질적으로 부담해 수십억 원을 당장 아낄 수도 있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 연구원은 "안전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비용을 더 들일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다양한 방법을 통한 2인 승무제가 가능하며, 정책 결정권자의 결단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 10년…위험한 '1인 승무제' 고수해야 할까?

공사 측은 외국에서도 1인 승무제가 널리 도입·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5~8호선 열차 운전 시스템은 개통 시부터 전동차 제어 및 지상신호시스템을 자동화하여 기관사 1인이 운전 가능토록 설계된 첨단 시스템으로, ATO(자동열차운전장치) 시스템을 설치·운영 중인 국내 및 해외 도시철도 운영기관에서도 모두 1인 승무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영 형태를 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외국 사례 중에서도 한국과 철도 시스템이 비슷한 일본의 사례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한인임 연구원은 2008년 12월 '철도안전법 개정을 위한 전동차 1인 승무 문제점과 역사무인화 경향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철도 시스템을 주제로 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동경메트로와 도영지하철에는 13개 노선이 있는데 이 중에서 1인 승무가 진행되는 곳은 4개 노선"이다.

이 4개 노선은 모두 ATO 체계 아래 있고 전 역사에 PSD(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있다. 전동차 양(輛)수는 한국보다 적었다. 또한 혼잡도의 경우 150%를 행정 조치 기준으로 하여 낮은 곳을 중심으로 1인 승무를 시행하고 있었다. 혼잡도의 경우 100%를 차량 정원으로 보는데, 이는 승객이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펼쳐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정리하면, 일본에서는 체계적인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춰 1인 승무제를 부분적으로 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 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1인 승무가 이뤄지는 곳에서는 사령에서 기관사의 업무를 줄여주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특히 역무에서 승강장 안전 요원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동차 양수는 전동차 승하차 승객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기관사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곡선 구간을 고려하여 8량 미만의 전동차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인 승무제를 시행하는 경우도 대부분 8량 전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또한 출퇴근 시간의 경우 혼잡도가 200%를 넘어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연구원은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1인 승무제로 할 것인지, 아니면 2인 승무제로 할 것인지 등이 명확한 원칙 없이 정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1인 승무제의 폐해가 보고되고 있고, 현장의 기관사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은 "승무제의 기준을 철도안전법에 정하는 것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기관사의 희생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승무원을 2인 이상으로 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예외적으로 1인 승무제를 허용하더라도 그 요건(스크린도어 수, 역무원 수 등)을 엄격히 정해야만 그간 1인 승무제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프레시안>이 보도한 '최적근무위원회 권고안' 가안을 실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 개선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 요원 확보, 역무 인원 상주, 2인 승무의 제도화 등에 관한 공론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얼마 후면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된다. 적잖은 세월이 흘렀지만 참사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참사 규모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1인 승무제다. 그에 더해 1인 승무제는 기관사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소라는 비판도 계속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1인 승무제를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한국 지하철은 갈림길에 서 있다.

기관사 압박 요인으로 지목된 '9조 5교대', 어떻기에?

도시철도공사와 노조는 현재 서울시의 중재로 황 기관사 사망 관련 보상 및 재발 방지책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1인 승무제 폐지가 꼽히지만, 이와 별개로 노조는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9조 5교대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기관사들은 9일간 '주주야비휴 주야비휴(주간근무-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휴일, 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휴일)'의 순으로 근무한다. 이를 위해 9개 조가 필요하며, 각 조에는 9~20명의 기관사가 속해 있다고 한다. '주주야비휴'를 큰 틀에서 한 사이클로 보기 때문에 정확한 명칭은 아니지만 '9조 5교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조별로 관리자급 PL(Part Leader, 일종의 '조장')이 한 명씩 배정되는데, 이들은 기관사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공사 측은 "담당PL과 기관사가 9주기 개별 교번제로 함께하는 것은 항상 혼자 근무해야 하는 기관사들의 고립감을 해소하고, 조직 내의 연대감 및 상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PL과 기관사가 멘토링 관계를 형성하여 (…) 협력적 직장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9조 5교대와 관련해 한 조합원은 "규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각 근무일마다 출퇴근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오히려 기관사 개개인의 생체리듬에 맞지 않게 획일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PL이 기본적으로 관리자로 붙기 때문에 기관사는 병가를 내거나 휴가를 내도 PL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관리 시스템을 느슨하게 하자는 취지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 개별 교번제다"라고 설명했다. 즉, 조를 사실상 없애고 각 기관사에게 개별적인 운행 일정을 주는 시스템이다.

기관사 인력이 부족해 개별 기관사들의 업무 강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통제와 감시 시스템을 상징하는 '9조 5교대'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근무 강도가 높아지더라도 현 제도를 시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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