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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기업 쇼핑몰'이 '공익'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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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대기업 쇼핑몰'이 '공익'이 되었을까 [진보논평] 철도부지 상업적 개발의 흐름
어쩌다 국민의 재산인 철도부지는 '쇼핑몰'이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철도시설공단(2005년 철도청에서 분리된 건설·시설 부문을 담당하는 기관, 이하 공단)이 철도사업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 국유지인 철도부지에 대한 점용료 등의 수익을 '공익'이라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공익'과는 거리가 먼 유통 대기업에게 도시 중심공간의 국유지인 역사(驛舍)에 수익률이 높은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등의 개발과 수익권을 공공기관이 나서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현재까지 복합역사로 16곳이 개발되었고, 점용한 연면적이 698,090㎡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롯데월드타워(연면적 420,310㎡)의 약 1.7배이고, 서울시청사(연면적 90,788㎡)의 약 7.7배 규모다. 이외에도 공단에서 최근에 시행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곳이 10곳이 있다. 심지어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은 접근성이 좋은 부지가 없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많은 경우 외진 곳에 조성되고 있음에도 도시 중심공간의 국유지에 대기업의 상업적 개발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복합역사의 민자개발은 1987년 전두환 정권기 서울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정부 예산 없이 역사를 개발하기 위해 '국유재산법'의 예외로 만들어 공유재산의 민자개발을 허용했고, 법정 최대기간인 30년의 점용을 허가했다. 당시 상황으로 판단해보면, 정부와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시행된 것으로 대기업의 개발과 수익을 전제로 한 편법에 가까웠다.

이에 당시 개발과정에서 문제가 드러났고, 이는 1988년 10월 31일 자 <경향신문> '서울민자역사 변칙 허가', 1988년 11월 1일 자 <한겨레> '서울민자역사 불법허가' 등의 기사에서 확인된다.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서울역은 정부가 서울올림픽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불법을 자행하고, 재벌 특혜의혹을 사면서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이후 올림픽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님에도 대기업이 철도부지를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국유재산법'은 2009년 전부 개정되었고, 현재 제1조에서 '적정한 보호와 효율적인 관리·처분'을 목적으로 밝히고, '국유재산법' 제18조는 '국가 외의 자는 국유재산에 건물, 교량 등 구조물과 그 밖의 영구시설물을 축조하지 못한다'라는 조항으로 민간개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제3조에서 관리·처분의 원칙을 '1. 국가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할 것, 2. 취득과 처분이 균형을 이룰 것, 3. 공공가치와 활용가치를 고려할 것, 3의2. 경제적 비용을 고려할 것, 4. 투명하고 효율적인 절차를 따를 것'을 세워 활용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그럼에도 민자역사 개발은 여전히 예외적인 조항이다. 더구나 '국유재산법'을 기준으로 철도시설의 점용허가 및 사용허가 등을 규정하고 있는 '철도사업법', 철도 유휴부지의 활용을 규정하는 '철도 유휴부지 활용지침' 등 새롭게 제정된 하위 법으로 내려가면서 확대 해석되면서 민자개발은 더욱 수월해지고 있다.

1987년 재정 이후 개발조건의 변화된 내용을 보면, ①계획 및 건설 기간을 제외하고 점용기간을 부여함으로 실질적 점용기간이 늘어났고, ②용도는 근린생활시설로 시작해 대기업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로까지 확장되었으며, ③역사가 아닌 철도부지에까지 개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즉, '국유재산법'의 기본원칙인 '국가 전체의 이익'과 '공공가치'를 사업을 통한 금전적 수익 창출로 완전하게 치환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87~2017년까지 30년 점용허가가 만료된 첫 사례의 처리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기존 사업자는 점용기간이 너무 짧고, 현재 고용된 사람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이유로 점용기간 연장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한 공단의 연구용역도 점용기간 연장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공유재산 활용에 대한 문제 의식을 인지했는지 원칙대로 국가귀속 방침을 발표했고, 2019년 국유재산으로 귀속된다. 하지만 국회에서 '철도사업법 개정안(2019.5.24. 시행)'으로 임대기간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연장했고, 기존과 마찬가지로 대기업의 쇼핑몰 운영되게 된다. 이에 사업자를 모집하는 공고가 났고, 공단은 그동안 내외부로부터 비판받아 온 ‘공공성’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사전자격심사에서 "고용승계·고용안정 계획,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공공 공간 확보계획 등을 평가하여 국유재산의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그동안의 민자역사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를 자인하는 것으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국유재산이 약간의 공공성이 확보된 대기업 쇼핑몰이 된다고 해서 '국유재산법'의 원칙인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자의적인 해석에 불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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