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 장관과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비슬리 사무총장은 "북한 식량에 대한 보고서는 사실 그 자체만을 말하고 있고 우리는 심각히 우려가 된다"며 "우리는 어떤 것들이 북한 내로 반입이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결정들은 우리의 평가와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은 필요하지만 북한의 지원 수용 여부, 식량 지원에 대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여론, 대북 제재 문제 등 북한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의 식량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우리의 (보고서) 결과를 보지 않았나. 현지 상황이 상당히 걱정된다"며 "정치적인 필요도 있고 인도주의적인 필요도 있지만 우리가 무엇을 하든 우리는 식량이나 그 외의 어떤 지원이 공여국들의 목표에 일치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북한이 현지 작황 조사에 적극 응했다면서 그만큼 북한의 상황이 긴급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한 관료들은 우리에게 전례없이 (작황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들과 만났을 때 저는 우리 전문가 그룹이 아주 사실적인 결론을 도출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김연철 장관과 면담의 모두발언에서 "저희가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조하는 가운데 정치와 인도주의적인 사항은 분리돼야겠지만, 한국에 있는 국민들이 원하는대로 이러한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의 기본 입장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WFP와 통일부 사이에 긴밀한 협의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날 40여 분 동안 만남을 가지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방식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김 장관이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 사무총장의 입장에 공감했으며, WFP가 요청한 영유아, 임산부 등 대상 영양지원 사업에 대한 공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번에 걸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에도 식량과 관련한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 입장을 보인 정부가 이날 만남을 통해 대북 지원의 방식을 구체화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비슬리 사무총장은 김 장관과 면담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한편 김연철 장관은 오는 14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등 시민사회 단체들과 만나 대북지원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통해 대북 지원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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