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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에서는 깊이 있는 법학 교육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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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로스쿨에서는 깊이 있는 법학 교육을 한다고?"

〈기고〉 로스쿨 도입 주장의 다른 이유들과 그 부당성

두 번에 걸친 나의 기고문과 대구의 정진형 변호사의 기고문에 달린 댓글들 중에서 로스쿨 도입을 지지한 내용도 상당히 있었다. 특히 '로스쿨 도입 급하게 서둘 일이 아니다'란 제목의 기고문에 달린 댓글 중에는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하셨던 유승룡 판사의 글을 전재한 것이 있어서, 추진하는 쪽의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유승룡 판사의 글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변호사들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전문성 제고보다도, 실제로 로스쿨 도입 추진의 더 중요한 이유들이었던 것 같다. 국회에 제출된 법학대학원 도입의 법안 제안 이유를 보면 '사법시험이 대학교육과 연계되지 않아서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고…'라고 적혀 있는데, 이 구절이 유 판사의 글에서 제기한 문제들을 한마디로 요약하고 있는 것이다. 이 논점들을 검토하지 않고서 로스쿨 도입이 불필요하다고 결론은 내리는 것을 타당하지 않은 것 같다. 유 판사의 글을 중심으로, 로스쿨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유로 들고 있는 문제들에 중에서 내가 지난 글에서 다루지 않았던 것들을 검토해 보겠다.

***지금의 제도에서는 고시원에서만 공부해도 법조인이 될 수 있다?**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때문에 대학교 법학과 지원자들이 줄고 있다는 말은 없다. 법학과를 나오지 않고 법조인이 된 사람들은 실무능력이 떨어진다거나 법조 비리에 더 많이 연계가 된다거나 하는 주장도 없다.

다만, 사법고시를 지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국가적 인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과 다른 학과 출신의 학생들도 전공공부를 제쳐놓고 사법고시 공부만 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 문제들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자.

***사법시험 지망자가 너무 많아 국가 인력 낭비를 초래한다?**

유 판사의 글은 '현재의 제도 아래서는 많은 사람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림으로써 국가인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그 예로 2002년도에는 3만146명이 사법시험에 지원해서 그 중에 998명이 최종합격, 합격률이 3.61%에 불과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의 현상이 국가인력 수급 면에서 낭비라는 판단에 동의한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인력 수급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이 있다면 그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로스쿨 도입은 그 해결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법시험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법조인이 다른 직업에 비해 보상이 높기 때문이다.

학력과 전공에 제한이 없다고 해도 택시 운전 면허시험이 그렇게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로스쿨을 도입하면 지금 사법시험을 지망하는 사람 중에서 경제적으로 로스쿨 비용을 충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떨어져 나가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법학대학원에 들어가려고 할 것이다. 법조인이 누리는 사회 경제적 지위가 다른 직업에 비해 높은 현상이 바뀌지 않는 한 법조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 숫자를 줄일 수는 없다.

로스쿨은 그들 중에서 경제적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포기하게 만드는 효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 본인 혹은 부모의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현 정부의 개혁방향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가난한 집 자녀들은 장학금을 줘서 공부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장학생으로 합격하는 것이 자비등록생으로 합격하는 것보다 어려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성적과 상관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가정 출신 모두에게 장학금을 줄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만약 그렇게 장학금을 준다면, 지금 사법고시 지망자 숫자보다 나중의 로스쿨 지망자 숫자가 더 줄어들 이유가 없다.

물론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은 빠지게 되겠다. 2002년도 사법시험에 지원한 3만146명 중에 고등학교만 졸업한 사람들 숫자가 얼마나 될까? 절반 정도 될까? 10 퍼센트 미만일까? 로스쿨이든 사법시험이든 법조인 지망자 숫자를 결정하는 것은 선발방식이 아니라 법조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쿨 도입은 법조인 지망자 숫자를 줄이는 데에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

***사법시험 공부 기간이 길다?**

유 판사는 2004년도 사법연수원 입소생의 평균 나이가 30.17 세로 높아졌다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법시험 준비기간이 길어졌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 자료에는 조사 대상이 되었던 사법연수원 입소생들의 사법고시 공부기간이 나와 있지 않다. 그 중에는 대학교부터 시작해서 그 나이가 되도록 계속해서 사법고시 공부를 한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나이 많은 합격자들의 경우에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진로의 변경을 결심하고 뒤늦게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추정할 수 있는 근거는 첫째로 1999년부터 사법시험 정원이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나서 합격하기가 쉬워졌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고, 둘째로는 외환위기 이후로 한국 기업체의 평생 고용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평생 수입이 보장되는 자격증이 있는 직업으로 바꾸는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법고시 공부를 시작해서 합격까지 아주 빠르면 1년, 보통은 (제대로 공부를 한 사람의 경우에) 2–3년 정도 걸린다. 2000년이나 2001년에 직장을 그만두고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이 2004년에 많이 합격했을 테니까 그 해의 사법연수원 입학자들의 평균 연령이 높았을 수 있다. 따라서 사법연수원 입학자의 평균 연령이 높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사법고시준비기간이 길어졌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내가 뉴질랜드에 와서 법과대학에 학사편입을 했을 때 나이가 서른여덟이었고, 공부를 마치고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을 때가 마흔하나였다. 학교에 다닐 때 보면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온 학생들도 있지만 나처럼 다른 직장에서 일하다가 다시 법과대학을 온 이 나라 출신 학생들도 상당히 많았다. 로스쿨 도입 필요성 주장자들이 이상적인 변호사 후보자로 꼽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졸업 후에 자신의 사회 경험에도 불구하고 전문변호사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부분 동네 변호사 업무를 본다. 전문변호사로 높은 연봉을 받고 영국 또는 미국으로 뽑혀가는 변호사가 되는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법과대학으로 바로 진학한 새파랗게 어린 학생들이었다.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에서는 명문대학교 (혹은 교수진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서 사법시험 합격자의 대부분을 배출하는 몇 개 대학교) 법학과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빠르면 대학교 3, 4학년, 늦어도 졸업 후 1, 2년 안에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사법연수원 입학자 중에서 명문대 (이 표현을 다시 써서 미안하다) 법학과 출신들의 사법시험 합격 시 나이 통계를 보고 싶다. 대개 스물두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가 아닐까 한다. 정상적으로 사법고시를 통해서 법조인이 되는 사람들은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스물네 살에서 스물일곱 살 사이에 실무를 시작할 수 있다. 로스쿨 체제 아래서는 아무도 스물여덟 살 이전에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

***다른 학과 학생들도 고시 공부만 한다?**

최근의 고시합격자 수를 출신대학교 출신학과별로 보면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출신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이 서울대학교 비 법학부 출신, 그리고 고려대학교 법과대학이라고 한다. 어떤 서울대 교수는 전 대학교의 법학부화 현상을 통탄했다. 자기 학과 학생이 전공 공부는 하지 않고 법학과목 수강신청만 하면 교수님은 속이 상할 것이다.

법학대학원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것이 달라질 것인가? 대학교 학점이 좋아야 법학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을 테니까 전공공부를 하기는 하겠지만, 그 전공이 좋아서 공부하는 것과 법학대학원에 가기 위해서 전공 공부를 하는 것이 같겠는가? 유 판사는 학부를 졸업하면서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에서는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 모두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고 그에 따라 전공과목을 선택한다. 물론 성적이 허용해야 하겠지만. 법학대학원을 도입한다고 해서 그 사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법조인이 되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학부 과정은 법학과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이 될 것이고, 학생들은 그 전공이 좋아서가 아니라 법학대학원에 입학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학부 전공을 선택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입시위주의 고등학교 교육을 4년 연장하는 데 불과하다.

게다가, 그냥 두었으면 곧바로 법학과에 입학해서 4년이면 졸업하고 법조인 자격을 딸 수 있는 사람들이 고시공부를 하는 다른 학과 학생들 때문에 3년을 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가? 수업시간에 다른 녀석들이 떠들었다고 해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까지 방과 후에 화장실 청소하라고 벌 주는 것 아닌가?

***현재 부실한 법학과가 많다?**

지금 전국에는 99개 대학교에 법학과가 있는데, 그 중에는 시설과 교수진이 형편없는 곳이 많이 있으며, 실제로 사법고시에 한 명이라도 합격자를 내는 데는 34개 대학교이며, 그 중에서 8개 대학교가 합격자의 80% 이상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 사실이 왜 사법시험을 폐지하고 법학대학원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되는가? 새 법률에 의하면 법학대학원을 설립하는 대학교는 학부에서 법학과를 폐지해야 한다. 그렇다면 법학대학원을 설립하지 않는 대학교는 법학과를 그대로 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내용이 충실한 법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교는 모두 법학대학원을 설립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그런 대학교들의 학부 법학과는 폐지해야 한다. 현재 부실한 법학과를 둔 대학교는 법학대학원을 설립하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학부의 법학과는 그대로 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은 내용이 충실한 법학과는 없애고 부실한 법학과는 남겨두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치 수술을 하면서 건강한 장기는 잘라내 인공장기로 대체하고 부실한 장기는 그대로 두겠다는 것과 같다.

***로스쿨에서는 심도 있는 법학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사법시험 제도에서는 합격자들은 특정과목에 편중된 학습과 암기식 학습에 의존해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법률지식을 갖추기 어렵다'고 유 판사는 쓰셨다.

영미 로스쿨의 교육방법에 대해 많은 한국 사람들이 환상을 갖고 있다. 텔레비전의 영향인듯 한데, 사개위의 토론 자료에서 '소크라테스' 식 방법이라고 표현한, 교수와 학생의 토론에 의해서 진리를 발견하는 방식이 로스쿨의 교육방법일 것이라는 환상을.

사실 로스쿨 본과 첫 해에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그런데 질문의 내용은 학생의 사고와 추리에 의한 의견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날 과목에서 다루는 법률적 이슈에 대해 현재 구속력을 갖고 있는 판례는 무엇이고, 어느 법원에서 결정했으며, 원고 측과 피고 측의 논거는 무엇이었고, 판결은 어떻게 났느냐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사전에 조사를 해서 해당 판례를 읽고 요약한 다음에 달달 외워 가야 그때 대답을 잘 할 수 있다. 그야말로 달달 외는 암기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분량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은 혼자서 그 많은 판례를 다 읽을 수 없으니까 몇 명이 팀을 짜서 주제를 몇 개 씩 나눈 다음에 각자 판례를 찾아서 요약을 해 온 것을 복사해서 나눠가지는 것이 '하버드의 공부벌레'들에서 그럴듯하게 보이는 스터디 그룹의 실체다.

로스쿨에서 추리력과 사고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한다는 것은 국외자의 환상이다. 로스쿨에서 이렇게 판결문을 읽히는 이유는 영미법에서는 판례가 구속력을 갖기 때문이다. 한국 법원에서는 상급법원의 판례가 하급법원이나 동급 법원의 후속 재판에 구속력이 없다. 그러니 판례를 읽을 필요가 없고, 법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교과서로 교육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사법부의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교육방법도 다른 것뿐이다.

로스쿨을 도입한다고 필요도 없는 판례를 읽어 오게 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 영미의 로스쿨에서도 이렇게 판례를 읽히는 것은 그나마 본과 첫 해뿐이다. 둘째 해부터는 학생들에게 그렇게 판례를 읽어 올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물론 해당 과목의 판례집을 내 주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받아적은 노우트만 달달 외고 가서 시험을 본다. 판례를 열심히 읽는 것과 시험 성적 사이에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본과 2학년만 되면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머리가 굵어진 학생들에게 교수들도 1학년 때처럼 판례를 읽어 올 것을 강요하지 못한다. 영미 로스쿨의 교육방법이나 한국의 법과대학교 교육방법이나 결국에는 크게 다르지 않다.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야 한다?**

로스쿨 도입 주장의 중요한 축은 그렇게 하면 해마다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배출되는 변호사 숫자가 더 늘어야 되는지, 현재 수준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문제는 해마다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변호사가 될 사람은 대학원을 나와야 된다는 것은 논리적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은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곧 바로 해결된다.

***로스쿨 도입과 변호사 수임료**

이 이슈에 대해서는 맨 처음 글에서 로스쿨 도입이 변호사 수임료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면 가져왔지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스쿨도입은 곧 변호사 숫자 증가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믿는 분들이 변호사 숫자 증가가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르는 효과를 로스쿨 도입이 가져올 효과로 혼동하고 계신 것 같다.

***그밖에 제기된 문제들**

그 외에도 '사법시험이 논술형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출신이 법조인의 다수를 점한다', '사법연수원 동기들끼리 서로 봐준다'는 것 등을 로스쿨 도입의 이유라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도 로스쿨 도입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없다. 그 중에는 전제가 틀린 것도 있고, 문제와 해결책이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것도 있다. 시시콜콜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 여기서는 적지 않는다.

***다른 문제들**

만약 로스쿨이 도입된다면 학생 선발에서부터 학점 인정, 변호사 자격시험 난이도 등 수없이 많은 새로운 문제들을 일으킬 것이다. 지금까지 쓴 것 만으로도 로스쿨 도입이 부당함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믿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다루지 않겠다.

***개선 조치는 예전에 취해져 지금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 판사께서 제기한 문제는 1999년에 대통령자문기구로 설치되었던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이미 검토해서 개선책을 내놓았던 사항들이다. 이 위원회는 그 전해에 역시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치되었던 '새교육공동체 위원회'가 제안했던, 지금의 로스쿨 도입안과 거의 동일한 '법학전문대학원안'을 기각하고, 사법시험정원 증가, 대학에서 일정 학점 이상의 법학과목 이수한 자에 대해서만 사법시험 응시자격 부여, 응시횟수 제안 등의 개선안을 내놓았고, 합격증원 증가는 그 해부터, 다른 안들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반의 통념과 달리 법학전문대학원 안을 폐기한 것은 변호사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었다. 법학전문대학원안을 폐기한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은 19명이었고, 그 중에 변호사는 4명, 여기에 판사와 검사를 더한 법조계 인사 숫자는 모두 8명으로 전체의 위원 숫자의 절반을 넘지 못했다. 참고로 그 전해에 '법학전문대학원안'을 제안했던 새교육공동체위원회는 8명의 위원 전원이 현직 법과대학 교수였다. 이 점, 로스쿨 도입의 수혜자는 로스쿨을 설치하는 대학교들과 법학 교수님들, 그리고 로스쿨을 감독 지휘하는 교육부 관리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 및 제언**

현재의 사법시험제도를 통한 법조인 양성이 초래한 문제라고 제기된 것들에 대해서 로스쿨 도입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하는 사실이 두 차례에 걸친 나의 원고에서 분명히 입증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 정부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같은 문제 제기가 있었고, 충분한 검토 후에 개선안이 만들어져서 지금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 해결책이 로스쿨이라는 주장이 예전에도 있었지만 두 번이나 기각되었고, 각계 대표가 모여서 올바른 해결책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사법시험합격자 증원 등의 조치였다. 그 조치가 시행되기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는다. 1999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가 그 이전의 5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났고, 그들이 연수원을 마치고 실무에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였을 것이다. 사법시험 합격 후에 군대에 간 사람들은 그보다 출발이 늦었을 것이고.

1999년에 도입된 개선조치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외국 변호사 자격을 더 따는 사람, 다른 공부를 더 하는 사람, 아니면 변호사 사무실 이외의 곳에 취업하는 변호사 등이 늘어나고 있다. 사법시험 지망자가 과다한 문제 같은 것은 그 개선책으로 해결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로스쿨로도 그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개선이라는 것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투약으로 병세가 호전되고 있는 환자를 갑자기 수술하자고 덤비는 의사는 없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수술이고,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부작용이 더 클지 논란이 많은 수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제도를 개선하는 일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적 논리적으로 확실한 변경 조치도 실제 실행을 해보면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논리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는 조치를 취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진 합리적 정책 결정자라면 진작에 배제했어야 하는 것이 로스쿨 도입 주장이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로스쿨 도입 법안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 약간 체면은 상하겠지만, 참여정부의 과오로 역사에 기록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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