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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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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문재인 정부 빈곤층 복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

내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를 결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이 2.94% 인상되었다. 기준 중위소득은 70여 개 다양한 복지제도의 선정기준 역할도 한다. 누가 가난한지(수급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를 구분하는 기준이자, 수급자가 되면 보장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의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1999년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본래 꽤 단순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제도다. 나이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최저생계비 만큼은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이며 정신이다. 법이 제정 된지 20년이 흐른 지금,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여전히 인구의 3.5%에게만 적용된다. 이는 전체 빈곤층의 절반 정도만 포괄하는 수준이다.

중위소득 기준 도입 후 인상률 낮아져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모양은 제정된 당시와 사뭇 다르다. 대상자를 선정하고 보장 수준을 정하는 기준인 '최저생계비'가 2015년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환된 이후 '기준 중위소득'으로 바뀌었다. 중위소득이란 우리나라의 전체 소득자 가운데 중간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이 값은 자료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매년 보건복지부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기준 중위소득'을 결정한다. 현재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는 각각 기준중위소득의 30%, 40%, 44%, 50%의 선정기준을 가지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이 도입되던 당시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 빈곤선이 보다 객관적인 지표라고 주장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 이래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계속 떨어져 왔으므로(99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에서 09년 30%로 하락) 시민단체들 역시 상대적 수준을 고려해 최저생계비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도입된 기준 중위소득의 출발점은 기존 최저생계비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의료급여 선정기준은 최저생계비와 동일한 수준, 생계급여는 기존 현금급여보다 도리어 떨어진 수준으로 도입되었다.

게다가 기준 중위소득 도입 이후 인상률은 기존 최저생계비보다 더 떨어졌다. 기존 최저생계비 인상률은 평균 3.9%인데 반해 기준 중위소득은 평균 2.3%로 떨어졌다. 특히 2017년 1.73%, 2018년 1.16%, 2019년의 2.09% 인상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사상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빈곤층 복지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5분위 소득가구의 지속적인 소득 추락, 빈곤 심화에도 불구하고 복지제도의 진입 장벽은 '철통 수비' 태세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 지난 7월 복지시민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였다. ⓒ연합뉴스

관계도, 건강도, 미래도 포기한다

낮은 기준 중위소득은 수급자들의 낮은 삶의 질을 의미한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지난해 전국 기초생활수급 30가구의 가계부를 두 달간 조사했다. 최저생계비 계측방식에 따르면 식료품비는 소득의 37.1%로 책정되어 있으나 조사에 참여한 서른 가구 중 이에 못 미치게 지출하는 가구는 13가구였다. 이 중 9가구는 주거비 과부담으로 인해 식비 지출을 부족하게 하고 있었으며, 식비를 아끼기 위해 무료급식이나 저렴한 단체 제공식, 삼각김밥이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가구들은 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관계를 정리하고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1200원의 버스비나 밥 한 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깥출입을 삼갔다. 이런 고립된 생활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악화와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연결됐다.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체념은 가난보다 무섭게 사람들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법2조에 최저생계비를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들은 1인 가구를 기준으로 할 때 최대 51만 원의 생계비를 받고 있다. 월세 부족분(주거급여 받지만 현실보다 낮음)이나 관리비, 핸드폰 요금과 공과금, 교통비와 식비 문화생활 등 모든 비용을 51만 원 안에 어떻게든 구겨 넣어져야 한다. 그럼에도 도무지 줄여지지 않는 지출은 포기한다. 관계를 포기하고, 건강을 포기하고, 미래를 포기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주거급여' 한 가지에서만 이행되고 시동을 꺼버렸다. 전 국민의 복지 문턱인 기준 중위소득 결정 과정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히 지나가 버린다. 이를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부처별 고위 공무원과 전문가로만 구성돼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의견이 진지하게 다뤄질 기회는 없다.

가난한 이들의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하는가? 가난한 이들의 복지에 가난한 이들의 요구와 목소리를 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준 중위소득 결정과정에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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