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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2인'의 8개월간의 고군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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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2인'의 8개월간의 고군분투 [대한적십자사 내부고발자 2인 인터뷰]"국민을 위하여"
의혹만 무성하던 대한적십자사의 엉터리 혈액 관리 실태가 감사원의 특별감사로 사실로 드러나면서 국민들을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정작 적십자사는 여론의 질타를 계기로 거듭나기는 것을 모색하기는커녕 이번 감사를 가능케 한 내부고발자(공익제보자)를 집요하게 찾아내 그 중 2인의 징계를 추진하고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적십자사, "회사 명예 떨어뜨렸다"며 내부고발자 징계 추진**

적십자사는 28일 감사원의 발표로 알려진 혈액 관리 실태를 최초로 외부에 알린 A씨와 B씨 2인에 대해서 "언론에 혈액사업에 대한 과장·왜곡된 내용을 제보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근무기강을 문란케 했다"면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상태다.

29일 오전 열린 징계위원회는 2인에 대해서 최종 징계 결정을 내리지 못 하고 다음 징계위원회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프레시안과 통화한 적십자사 관계자는 "징계위원회가 오전에 열렸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면서 "이후 일정 등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9일 징계위원회의 결정은 보건복지부, 감사원, 부패방지위 등 관련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징계조치 유보권고를 강하게 요청하고, 언론을 비롯한 국민 여론의 눈총이 따가운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사는 애초 26일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부방위의 항의 방문 등을 계기로 29일로 연기한 바 있다.

***적십자사, "쇄신보다는 내부고발자 색출에 주력**

적십자사 경영진은 지난 7월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실태가 최초로 언론에 보도된 후 혈액 관리 쇄신보다는 내부고발자 색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십자사 경영진은 7월 이후, 약 3개월에 걸쳐 서울 지역 적십자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방송 보도된 목소리를 근거로 "누구 목소리인 것 같으냐"는 질문을 던지며 내부고발자 색출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무리한 경영진의 내부고발자 찾기의 부작용으로 12월에는 내부고발자로 의심되는 1인이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혐의를 밝히지 못해 바로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노조도 적극적으로 가세해 경영진에게 내부고발자 찾기를 종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총재는 조직을 음해한 불순세력을 엄중 처벌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는 등 내부고발자를 '조직의 배신자'로 모는데 앞장서 내부고발자의 심적 고통을 가중시킨 것으로 알려져, '제2의 현중노조' 사태가 아니냐는 눈총을 사고 있기도 하다. 현재 적십자사 본부 노조는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로 등록돼 있다.

***부방위법, 내부고발자 보호 허점도 드러나**

이렇게 적십자사 경영진이 내부고발자의 징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방위법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십자사 경영진은 내부고발자들이 부방위에 신고한 시점 이전에 행한 언론제보를 문제 삼아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현행 부방위법은 신고된 공익제보의 경우 법률적 보호를 받도록 규정돼 있어나, 신고 이전의 동일사안에 대한 언론제보 등에 대해서는 그 규정이 없는 상태다.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이재근 간사는 "적십자사 경영진이 현행법의 빈틈을 이용해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부패방지법의 입법 취지에 비춰봤을 때, 신고 이전의 행위라 할지라도 똑같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근 간사는 "부방위는 법률에 따라 공익제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기관"이라며 "공익제보자에 대한 교묘하고 부당한 보복행위를 막을 의무가 있는 만큼 즉각 신분 보장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간사는 또 "집행 강제력 없이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공익제보자의 신분보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부방위가 검찰 고발을 통해 기관과 책임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가능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 혈액관리에 관한 용기 있는 고발을 한 뒤, 8개월 가까이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적십자사 공익제보자 2인을 만났다. 이들은 담담하게 2시간에 걸쳐 그들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29일 오후 진행된 이들과의 인터뷰 전문. 이들의 요청으로 실명과 사진 공개는 보류한다.

***적십자사 내부고발자 2인 인터뷰**

프레시안 : 28일 감사원 감사 결과가 보도되면서 전 국민이 충격을 받았다. 정작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린 2분은 징계가 추진 중이라고 들었다.

공익제보자 : 언론에 감사원 결과가 크게 보도된 것을 보고 반가웠다. 지난 8개월간의 고통이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언론에 섭섭한 마음도 있다. 정작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내부고발자의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전에 징계위원회가 열린다고 통보받았지만 출석하지 않고 대신에 '의견서'만 제출했다. 어떤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끝까지 싸울 것이다.

프레시안 : 2분 다 적십자사에서 오래 근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혈액 관리 실태에 대한 내부고발에 나서게 됐는가?

공익제보자 : 각각 17년과 14년을 근무했다. 특히 노조에서 10년 정도 일하면서 적십자사의 혈액 관리 실태가 큰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기회가 됐다. 그 후 노조 차원에서 여러 차례 경영진과 복지부에 시정 건의를 했다. 이런 건의는 번번이 묵살됐고, 이 문제에 한 언론이 관심을 보이자 고민을 털어놓은 게 시초가 됐다.

***"적십자사 경영진 녹음기 들고 다니면서 제보자 색출 작전"**

프레시안 : 그 동안 경과에 대해서 알고 싶다.

공익제보자 : 지난 7월 KBS의 <추적60분>에서 허술한 혈액 관리 실태의 문제점을 짚은 적이 있다. 이 때 제작진과 연결이 돼, 자문을 해준 적이 있다.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고 음성변조를 한 후 2~3분 정도 혈액 관리에 허점에 많다는 내용이 방영됐다. 지금 경영진에서 징계 사유로 들고 나온 것도 바로 이 방송과 관계된 것이다.

그 후 참여연대 투명사회팀에 보호 요청을 했고, 부방위에도 정식 신고를 했다. 점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8월 초에 어떻게 알았는지 회사 내부 감사실에서 호출을 했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고, 직원의 근무사기를 떨어뜨리는 방송에 출연한 것으로 추정되니까 나와서 조사를 받으라는 식이었다. 그 자리에서 혈액 관리 실태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지적했지만, 방송 출연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그런 '아니면 말고' 식 조사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그 후 경영진의 모습은 너무나 한심하고 치사했다. 방송에 나간 변조된 음성을 일부 복원한 후 서울 시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누구 목소리 같으냐"고 물으면서 다녔다. 경영진이 앞장서 조직을 분열하는 모습이었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치졸하게 할 필요가 있나'라는 목소리도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배신자들 때문에 회사 분위기만 흐려졌다'란 목소리도 들리고.

나중에는 YTN이 8월에 보도한 '수혈로 인한 60대 두 남자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감염 사고'의 제보자로 몰아 'AIDS 예방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해 긴급체포됐다 풀려난 일도 있었다. 혈액 관리 실태의 문제점은 많이 알고 있지만, AIDS 환자의 정보에 접근할 위치도 아닌데 말이다. 그 일로 방송보도상을 받은 YTN 기자가 많이 미안해했다.

***"동료들, 배신자로 몰 때 제일 고통스러워"**

프레시안 : 적십자사 직원들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공익제보자 : 맞다. 동료들이 배신자로 몰 때 그 때가 제일 고통스러웠다. 상당수의 동료들이 마치 우리가 조직을 배신한 사람들로 매도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경영진이 일부 그런 분위기를 부추겼고. 특히 노조가 나서서 그럴 때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프레시안 : 노조도 경영진과 한 편이었다는 말인가?

공익제보자 : 말할 면목이 없다. 10년 가까이 노조에서 일하다 2000년에 현직으로 복귀했다. 현 노조가 경영진과 관계가 좋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8월초 감사실에 호출을 한 당일에 노조에서 "총재는 조직을 음해한 불순세력을 엄중 처벌하라"는 노조 명의의 성명서가 나왔다. 의장이 직접 총재를 면담해 "11월말까지 내부고발자를 색출해 징계에 처하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렸다. 누구보다도 엉터리 혈액 관리 실태를 잘 알 만한 사람들이 저렇게 나오니 갑갑했다. 큰 배신감이 느껴졌다.

프레시안 : 그래도 힘이 되는 동료들도 많았을 것 같다.

공익제보자 : 맞다. 직접 나서지는 못하지만 '장한 일 하고 있다', '잘 지켜보고 있다'고 격려해주는 동료들도 많았다. 그런 동료들도 없다면 아마 이렇게 오랫동안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수혈 안 받는다"**

프레시안 : 이번에 감사 결과 혈액 관리 실태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 현장에서 보기에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공익제보자 : 혈액의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클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현재 군 부대에서는 훈련소에 입소할 때 한 번, 퇴소할 때 한 번 총 두 번에 걸쳐 헌혈을 하도록 돼 있다. 특히 입소했을 때는 성병에 감염돼 있을 위험이 상당히 높다. 사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퇴소할 때 한 차례 헌혈을 하는 게 맞는데, 여러 가지 위험을 감수하고 실적 때문에 입소할 때 헌혈을 대규모로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단적인 예일 뿐이다. 솔직히 알 만한 사람들은 수혈 받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안전성 문제는 결국 혈액 사업의 목적을 망각하고 기관의 실적 올리는 데만 급급하고 있는 적십자사의 관행 탓이 크다. 적십자사는 사실상 지난 수십 년 동안 혈액 사업을 독점해왔다. 이런 경험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혈액 수급 계획도 없이 사업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한다. 그러다보니 어떨 때는 수혈 혈액도 부족하고, 어떨 때는 남아돌아서 폐기처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국 각 지역 혈액원이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방에서는 헌혈 전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문진'조차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혈액 사업이 수익원의 대부분인데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다보니, 혈액원 입장에서는 마구잡이식 채혈에 대한 유혹을 느끼는 것이다.

***"복지부 담당 사무관 1명뿐, 한심하다"**

프레시안 : 정부는 그 동안 뭐했나 싶기도 하다.

공익제보자 : 혈액 관리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가 제 역할을 못한 탓도 크다. 현재 복지부의 혈액 사업 담당 사무관은 1명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인력으로 관리·감독은커녕 업무 파악하는 데도 버거울 것이다. 그나마 전문성이 쌓이면 금세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혈액 관리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우습다.

프레시안 : 이번 감사 결과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점이 상당수 드러났다.

공익제보자 : 솔직히 말해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만족할 수 없다. 그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엄밀하게 얘기해서 언론에 보도된 '부적격 혈액'이란 말에는 어폐가 있다. 좀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적십자사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불량 의약품'을 시중에 유통시킨 셈이다. 이 참에 아예 근본부터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 : 어떤 대안이 있겠나?

공익제보자 : 전문가가 아니라서 현장의 경험을 통해서 얘기할 수밖에 없다. 아마 이번에도 '자진 헌혈을 유도한다', '등록헌혈제를 실시한다', '군부대와 학교 중심에서 대기업 등으로 헌혈 자원을 다양화한다', '관계 당국의 관리를 강화한다'는 식의 구태의연한 대책들이 나올 것이다. (실제로 29일 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단기 대책이 담긴 방안을 내놓았다.)

우리가 보기에는 이런 것은 말 그대로 피상적인 대책일 뿐이다. 혈액의 품질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심사해 유통시킬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땜질하는 식으로는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징계돼도 끝까지 싸울 것"**

프레시안 : 이번에 부방위법의 허점도 드러났다.

공익제보자 : 동일 사안에 대해서는 부방위 신고 이전의 언론 제보 같은 것도 보호해줘야 한다. 솔직히 일반 직장인들이 이런 내부고발 절차에 대해서 어떻게 알겠나? 언론에서 어렵겠지만 내부고발의 보도 시점을 부방위 신고와 맞춰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프레시안 :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

공익제보자 : 적십자사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징계를 할 것이다. 징계가 나오면 지방노동위원회는 물론이고 법적 대응까지 고려할 예정이다. 끝까지 싸우겠다. 무엇보다도 지지하는 동료들과 국민 여론의 관심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이재근 간사 : 참여연대도 이후 법적 소송을 비롯한 모든 사안에 대해서 끝까지 같이할 생각이다.

프레시안 :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하다. 끝까지 잘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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