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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적십자사 혈액 다량 폐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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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적십자사 혈액 다량 폐기 확인 '양 과다', '기한 경과' 등 부주의 사례도 다수
지난 5개월 동안 대한적십자사의 부주의로 폐기된 혈액이 최대 10만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런 사실은 적십자가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 때문에 3월 이후 헌혈이 급감해 수혈용 혈액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일부 언론이 이에 동조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그 파문이 커질 전망이다.

***5개월 동안 적십자사 폐기 혈액 최대 10만여 건에 달할 수도**

프레시안이 입수한 서울 소재 A혈액원과 B혈액원의 1월~5월 폐기 혈액 현황을 보면 A혈액원 9천5백58 건, B혈액원 1만9백34 건 등 지난 5개월 동안 총 2만4백92 건의 혈액이 채혈 후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A혈액원과 B혈액원은 각각 통상 전체 혈액 사업의 10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어서, 이들의 폐기 혈액 현황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최대 10만여 건에 달하는 혈액이 폐기됐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적십자사가 발행하는 <2003 혈액사업 통계연보>를 살펴보면 헐현자수로 A혈액원은 전체 헌혈자수의 8.8%, B혈액원은 8.3%를 차지한다. 공급실적의 경우 A혈액원은 9.3%, B혈액원은 10.7%를 차지한다.

프레시안은 이런 예상치를 염두에 두고 지난 2일 대한적십자사 혈액사업본부 홍보실에 지난 5개월간 전국의 혈액 폐기 현황을 요청했으나, 홍보실 관계자는 "입수한 자료를 보내주면 확인을 해주겠다"는 등 사실상 공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에 A혈액원과 B혈액원의 폐기 현황은 시민들이 헌혈한 320㎖, 400㎖ 백을 기준으로 조사된 것으로 적혈구농축액, 혈소판농축액 등 2~3개로 분류돼 공급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폐기 혈액의 2~3배에 해당하는 숫자의 환자에게 쓰일 수 있는 양이다.

***'양 과다', '기한 경과' 등 관리 소홀로 인한 폐기 상당수 달해**

특히 폐기 현황 사유를 확인한 결과 명백한 적십자사의 부주의로 인한 것이 상당수 확인돼 감사원 지적과 잇따른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적십자사의 '불안한' 혈액사업 관행은 사실상 거의 시정되지 않았던 것이 밝혀졌다.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양 과다'나 '양 과소'로 폐기한 혈액이 A혈액원 4백32건, B혈액원 4백7건에 달한다. '양 과다'의 경우는 통상 채혈시 백의 용량보다 10%를 초과하는 피를 채혈해서 폐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요즘에는 적정량이 채혈되면 자동으로 차단하게끔 장치가 돼 있는데도 이런 '양 과다'가 발생하고 있다"며 "명백한 부주의가 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시민으로부터 기준인 320㎖나 400㎖보다 많게는 10% 이상 혈액을 더 채혈한 뒤, 그것을 폐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다수 발생했던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기한 경과'로 폐기된 혈액이 A혈액원 1천18건, B혈액원 2천1백58건으로 폐기 혈액의 10분의 1에서 5분에 1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기한 경과'는 채혈 뒤 수혈용으로 쓰기엔 기한이 경과해 폐기되는 혈액을 말한다. 두 혈액원에서 총 3천여명 전국으로 단순 환산해보면 약 3만여명이 헌혈한 피가 적절한 환자에게 쓰이지 못하고 폐기됐다는 얘기다.

매번 "피가 부족하다"면서 시민의 헌혈을 종용하는 적십자사가 '기한 경과'로 소중한 혈액을 폐기하는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거기에는 20여년에 걸쳐 혈액사업을 진행하면서도 제대로된 혈액 수급 계획을 갖지 못한 현실에 그 원인이 있다. 수혈용 혈액 수요 예측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은 탓에 이렇게 '시민들의 사랑의 실천'이 폐기되는 일이 발생한 셈이다.

***채혈해서는 안 될 혈액, 마구잡이식 채혈도 발견돼**

한편 A혈액원과 B혈액원의 혈액 폐기 현황을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도 발견된다.

A혈액원의 경우 B형 감염과 C형 감염으로 헌혈 유보군으로 묶여 채혈을 해서는 안 되는 혈액이 각각 9건과 3건 총 12건이 확인됐다. B혈액원은 더 많아서 B형 감염의 경우에는 15건, 심지어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유보군의 혈액도 12건이나 확인됐다. 이미 B형 감염, C형 감염, AIDS 의심자로 확인돼 관리를 하고 있던 39명의 시민에게서 채혈을 했고, 뒤늦게 발견해 폐기를 한 셈이다.

이것은 지난 3월 감사원 감사시 '마구잡이식 채혈'의 예로 지적된 것으로, 시민들과 언론의 가장 큰 질타를 받았던 부분이라 더욱더 큰 충격을 준다.

이미 프레시안은 적십자사가 지난 5개월 동안 혈액 확보를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었음 보여주는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본지 2004년 6월2일자) 이번에 추가로 밝혀진 혈액 폐기 현황은 적십자사가 지난 감사원 지적과 언론의 잇따른 보도에 불만만 털어놓으면서, 사실상 스스로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적십자사의 변화에 기대를 걸었던 많은 시민들에게 큰 허탈감을 안겨준다.

시민들의 더욱더 강한 질책과 감시만이 적십자사가 다시 태어나는 압력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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