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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말라리아 검사 실시하지 않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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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말라리아 검사 실시하지 않아" 시인 말라리아 혈액 유통 예견, "현행 헌혈 구조가 근본 원인"
대한적십자사가 혈액에 대한 말라리아 검사를 시작된 2000년 9월 이후, 충청ㆍ경상ㆍ전라ㆍ제주 지역의 혈액원에서 말라리아 항체 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나 B형ㆍC형간염 감염 혈액 외에 말라리아 감염 혈액 유통 사실이 이미 예견돼 있었던 셈이다.

***적십자사, "말라리아 검사 실시하지 않아"**

적십자사는 지난 2000년 9월 말라리아 검사가 시작된 이후, 혈액 검사가 가능한 서울 중앙ㆍ동부ㆍ남부 혈액원을 제외한 대전ㆍ광주ㆍ대구ㆍ부산 혈액원에서 혈액에 대한 말라리아 항체 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적십자사 부산혈액원 관계자는 1일 "서울, 경기, 강원 이남 지역에서는 채혈 혈액에 대한 말라리아 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시인했다.

적십자사 홍보실 관계자도 "충청ㆍ경상ㆍ전라ㆍ제주 지역의 혈액원에서 말라리아 항체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말라리아 위험지역에 거주하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군인이나 주민이 제대나 이사를 통해 말라리아 혈액검사가 가능한 경기, 강원, 인천 지역을 떠나 다른 지역에 가서 헌혈을 하게 된다면, 말라리아에 감염된 혈액이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 하게 된다.

실제로 삼일열 말라리아가 국내에 재유행된 1993~2000년까지 수혈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이 10건이 된다고 적십자사 내부 조사 결과 밝혀졌고, 이 사실은 2001년 <대한수혈학회지>에도 보고된 바 있다. 적십자사는 10건 중에서 4건에 대해 보상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중 3건은 피해자가 만 1세 이하의 유아였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2003년에는 출생한지 1백20일된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가 수혈로 삼일열 말라리아에 감염된 뒤 치료한 사실이 <대한신생아학회지>에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말라리아 감염 혈액 유통은 이미 예견돼 있었던 셈이다. 특히 이런 사실은 2003년 7월 <주간동아> 등을 통해 그 문제점이 지적됐으나, 적십자사는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적십자사, "문진 실시, 항체 검사 실효성 의심돼" 항변**

한편 이런 지적에 대해 적십자사 관계자는 "말라리아에 대해 문진을 실시하고 있는 데다, 항체 검사의 실효성도 의심된다"고 항변하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일단 헌혈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문진을 통해서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 군 복무를 했거나 거주했던 이들의 헌혈을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말라리아 항체 검사에서는 양성이 나온 결과를 실제로 확인해보면, 충이 잠복해 있기보다는 면역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래서 의학계에서는 말라리아 항체 검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말라리아 항체 검사가 필수적인 것이 아니라는 항변이다.

이런 적십자사 관계자의 해명은 일부 사실이다. 서울대학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말라리아에 오염된 혈액을 찾아내는 만족스러운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학계에서는 말라리아에 대한 항체 검사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는 게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라리아 오염 혈액을 찾을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는 데다, 궁여지책으로 실시한 항체 검사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시행되고 있어서 말라리아 감염 혈액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단체 헌혈 의존 현행 구조가 근본 문제"**

한편 오명돈 교수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삼일열 말라리아는 AIDS나 B형ㆍC형 간염에 견주어 보면 그 심각성에서 훨씬 떨어진다"며 "불행히 감염이 되더라도 치료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명돈 교수는 "이 문제의 핵심은 군인들과 학생들의 단체 헌혈의 혈액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현재의 헌혈 구조에 있다"며 "현행 헌혈 구조가 계속되고 적절한 검사 방법이 없는 한 이런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부대 대부분이 경기, 강원도의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위치한 현실에서 군인들의 단체 헌혈에 의존하는 현실에서는 말라리아의 위험을 극복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적십자사에서 발행하는 <2003 혈액사업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3년 전체 헌혈 중 군부대 헌혈은 28.4%를 차지하고, 군인 헌혈은 29.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 29일 개인 헐혈자의 혈액 공급 비중을 현행 35%에서 2010년에 70%선까지 배 이상 늘리는 내용 등이 담긴 '혈액 안전 종합대책'을 29일 발표했다. 이 역시 적십자사의 자발적인 개혁 노력과 정부의 강력한 관리가 병행될 때 가능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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