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겸 작곡가 겸 가수'라는 흔치 않은 호칭을 가진 박치음 씨가 자신의 음악활동 25년을 정리한 음반 '소쩍새'를 내놓았다.
대학 4학년 시절이던 1980년 말에 작곡해 그 이듬해 선을 보인 운동권 가요 '가자 가자'(일명 전진가)에서부터 지난해 장기수 출신의 한학자 노촌(老村) 이구영 선생을 위해 만든 '소쩍새'에 이르기까지 세월의 더께를 오롯이 보여주는 9곡을 골라 모았다.
이 음반에 실린 곡들은 대부분 사연을 가진 것들이다. '가자 가자'가 그러한 것은 물론이고 '산국화'는 요절한 혁명의 시인 김남주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며, '미안해요 베트남'은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사죄하는 헌정곡이고, '이 외로운 별에서'는 사형제 폐지운동을 위한 자신의 염원을 담았다.
박 씨는 이번 음반을 1999년에 내놓은 첫 음반 '혁누망운'(혁명 누명 망명 운명의 줄임말)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음반으로 제작했다. 지난해 6월 10일 서울 낙원동 이문학회(以文學會) 앞마당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 실황에 그의 '음악친구'들이 연주를 덧입히는 형식으로 제작한 것.
이 제작과정에 참여한 친구들의 면면은 다양하면서도 화려하다. 작곡과 연주 등에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원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대협 노래패에서 출발해 이제는 대중성과 서정성을 함께 갖춘 가수로 평가받는 이지상 씨, '천재적'인 기타 연주 솜씨를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정재일 씨, 최고의 거문고 연주자 중의 한 사람인 허윤정 씨 등등.
박치음 씨는 이번 음반과 관련해 "어두운 시대와 싸우는 과정에서 우리 자신도 내면에 상처를 입지 않았느냐"고 되물으며 "이제는 그 영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노력을 하고 싶으며 그런 점에서 '소쩍새'는 내 음악의 전환점"이라고 자평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 '노래운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일이기도 하다고 그는 말했다.
박 씨는 자신의 향후 계획으로 올해 여름부터 매년 전남 구례의 화엄사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오늘의 정신문명을 되돌아보고 평화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는 음악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또 이번 음반을 전혀 상업적 판매에 내놓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이구영 선생의 이문학회 카페(//cafe.daum.net/imoon90)에 모든 곡과 공연실황을 올려놓았으니 여기서 누구든 내려받을 수 있으며, 굳이 음반을 사고자 하는 분들은 여기서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치음 음악의 분위기는 25년 동안 조금씩 변해 '소쩍새'에까지 이르렀어도 그 특유의 결기만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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