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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상장'은 삼성그룹에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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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생명 상장'은 삼성그룹에 양날의 칼? 상장차익 대박…이재용의 그룹지배력엔 마이너스
정부가 증권선물거래소의 상장 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연내에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생명의 상장과 관련된 상장차익의 규모 및 배분방식, 삼성차 채권단의 소송, 삼성의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세 차례에 걸쳐 생보사 상장을 시도했으나 상장차익의 배분방식을 놓고 생보사와 보험계약자, 시민단체 사이에 이해관계와 의견이 엇갈려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미래에셋생명, 금호생명 등 일부 생보사가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정부는 정부 관련부처와 시민단체를 제외한 중립적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생명보험회사 상장자문위원회'를 마련해 생보사 상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생보사 상장이 '중립적',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삼성생명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차익의 배분 문제와 관련해 시민단체들의 견제를 받아 온 삼성생명의 경우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부담뿐 아니라 삼성차 부채 문제까지 걸려 있어, 상장시킨다는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중립적'인 전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삼성생명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무마하는 동시에 각 생보사의 규모, 영업력, 상품특성, 자산가치 등에 따라 '단계적'으로 생보사들의 상장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생보사들부터 상장시키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상장차익 나눠줄 수 없다"**

지난 16년 간 논란이 돼 온 생보사 상장 문제의 핵심은 상장시 발생하는 차익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있다. 생보사들은 법적으로 주식회사인 기업의 상장차익은 주주의 몫이라는 입장인 반면, 보험계약자와 시민단체들은 생보사의 성장에 기여한 계약자에게도 상장차익을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특히 회사의 수익을 주주와 보험계약자가 나눠갖는 형식의 유배당 보험상품을 많이 팔아 성장한 삼성생명은 상장차익을 계약자와 나누는 문제를 놓고 지난 10년 간 보험계약자, 시민단체 등과 다툼을 벌여 왔다. 삼성생명은 "상장차익을 보험계약자들에게 나눠준다고 해도 수천만 명에 이르는 보험계약자들에게 차익을 배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계약자에게 상장차익을 나눠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이런 논란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결국 증권거래소의 상장규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생보사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다. 생보사 상장에 따른 차익의 배분에 관한 기준을 거래소의 상장규정에 새로 집어넣고, 그 기준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런 방식의 거래소 규정 개정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난 16년 간 논란이 돼 온 민감한 사항을 정부가 법과 규정 등을 앞세워 증권거래소로 넘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삼성차 채권단 "일단 지켜보겠다"**

서울보증보험,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14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삼성차 채권단은 어쨋든 삼성생명의 상장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채권단은 1999년 이건희 삼성 회장으로부터 주당 70만 원으로 평가된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를 건네받고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을 상장해 보유주식을 현금화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주주와 계약자 간 이익배분 문제로 상장이 계속 미뤄지자 채권단은 지난해 말 삼성을 상대로 4조7000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단은 삼성생명의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00년 말까지 삼성생명의 상장을 통해 채권을 모두 회수하기로 합의했으나 지난 5년 간 그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데 대한 위약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삼성생명의 상장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생보사 상장 시도가 그동안 번번이 좌절됐던 만큼 현재로서는 채권단의 입장을 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건희 삼성 회장과 삼성 계열사들은 삼성생명 주식의 상장가액이 예상했던 주당 70만 원에 못 미칠 경우 그만큼의 차액을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 배불리기?**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이 이뤄지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D) 편법증여에 이어 또다시 삼성가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이라는 헐값에 배정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주식 19.34%(266만8800주)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자녀들로,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가 25.6%(62만7390주), 최근 자살한 이윤형 씨를 포함해 그의 여동생 3명이 각각 8.37%(20만9000주)를 보유하고 있어, 다 합치면 지분율이 50.21%에 이른다.

1999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개인 소유의 삼성생명 지분을 삼성차 채권단에 양도하면서 주식 평가액을 주당 70만 원으로 잡았으나, 증시 관계자들은 삼성생명이 상장될 경우 주가가 주당 100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 일가는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만으로도 1조3000억 원 이상의 '대박'을 터뜨리게 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주식인수나 투자로 발생한 차익은 위험을 감수한 데 대한 보상으로 봐야지 결과만을 놓고 '대박' 운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더욱이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으로 차익을 낸다 하더라도 이는 당장 실현되지 않는 장부상 이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에서는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자동차 채권단에 넘어간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17.5%)가 상장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면 삼성생명 주식 19.34%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대주주 이재용 상무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는 삼성생명의 상장이 이뤄질 경우 삼성이 삼성차 채권단에 넘겼던 삼성생명 지분을 되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생명보험사 상장 추진방침이 발표되자 장외시장에서 삼성생명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생보사 상장설이 시장에 떠돌면서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왔던 삼성생명의 장외 거래가격은 지난해 말 38만 원대에서 지난 27일 40만 원대 중반으로 훌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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