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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CB 증여로 얻은 부당이익 환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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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랜드CB 증여로 얻은 부당이익 환원하겠다" 삼성그룹,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발표
"그동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불법증여 문제, 안기부 X파일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과 같은 문제들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회와 국민들의 여론에 부응하는 취지에서 8000억 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헌납하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증여세 부과 소송 및 공정거래법 헌법소원을 취하하겠다."

삼성그룹은 7일 서울에 있는 그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5개월만에 귀국한 지 3일만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주재한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부회장이 전한 바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그동안 기업경영에는 온힘을 쏟아 왔지만 정작 우리 사회와 더불어 발전하고 국민들의 기대와 뜻에 부응하는 데 소홀했다"며 "특히 정치자금과 자식들에 대한 증여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동안 삼성의 현안 문제들에 대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지적해왔던 점을 받아들여 기금 헌납과 사회공언을 주 내용으로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이 대국민 성명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이건희 회장이 사재를 털어 마련하겠다는 8000억 원의 상당의 기부금이다. 삼성은 "그간 사회적 논란이 됐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등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취득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들이 문제 제기한 이득 모두를 사회에 환원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제한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헌법 소원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등 정부를 상대로 한 2건의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은 그동안 '삼성공화국' 논란을 촉발했던 구조조정본부를 개편하는 한편 삼성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삼성은 사회공헌을 확대하고 옴부즈맨 형식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별도로 중소기업 및 협력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은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일문일답에서 "국회에서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통과되면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은 금산법이 삼성전자 등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방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그동안 노동조합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은 삼성 특유의 관행에 대한 재고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했다.

이날 삼성이 발표한 '삼성의 현안과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요약)'은 다음과 같다.

<박스-1>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삼성이 오늘날 세계 일류기업과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과 사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대선자금, 에버랜드 전환사채 증여 문제, X-파일 같은 문제로 걱정끼쳐서 송구스럽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경영진은 지난날 잘못에 대한 반성과 함께 삼성의 여러 현안에 대한 시민단체와 국민의 뜻을 받을어 오늘 발표 내용을 준비했다.

◇ 사회복지기금 헌납 = 이건희 회장 등이 공동 출연해 설립한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을 포함해 8천억 원 상당의 기금을 조건 없이 사회에 헌납키로 했다. 장학재단 기금으로 4500억 원이 이미 출연됐으며 이재용 상무와 이부진, 이서현 씨 등이 계열사 지분 취득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익 1300억 원과 고(故) 이윤형 씨의 재산 2200억 원 등 3500억 원을 추가로 기부하겠다. 이재용 상무는 본인이, 이부진씨 등은 보유주식 처분이 어려운 관계로 이건희 회장이 대신 부담할 계획이다.

◇ 관련 소송 취하 = 현재 진행 중인 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443억 원의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취하하겠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도 취하하고자 한다.

◇ 사회공헌 확대 및 자원봉사센터 창단 = 삼성은 2004년부터 사회복지 10대 사업을 선정해 지원해왔다. 올해는 탁아소 설립, 농촌돕기, 불우 청소년 지원에 역점을 두고 사회복지에 약 2천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극화 해소와 가난의 대물림 방지에 기여하겠다. 현재 30개인 탁아소를 올해 5개 더 늘리고, 현재 200개인 농촌 자매마을을 400개로 늘리겠다. 또 농촌과 도시의 어려운 곳에 '미니도서관'을 만들겠다. 특히 15만 임직원 모두가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 개인이나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과 자매결연하고 자원봉사하도록 권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공헌과 자원봉사를 전담할 사장을 따로 선임했다. 또 각 회사별로 자원봉사센터를 설치 중이다.

◇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 운영 = 삼성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데는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삼성 경영에 대해 쓴소리를 해줄 사회각계 인사를 모셔 조언과 자문을 구하겠다.

◇ 계열사 독립경영 강화 = 구조조정본부의 기능을 미래지향적으로 조정하고 인력도 감축했다. 구조본은 앞으로 삼성 브랜드 가치 제고, 경영철학 가치 공유, 선진 경영기법 개발 등 계열사 공통업무를 지원할 것이다. 또 법무실은 구조본에서 분리운영할 계획으로, 법무실은 앞으로 계열사 경영활동에 대한 법률자문과 윤리경영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또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 우선 이사회 중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 보좌기구를 별도로 설치, 사외이사들에게 경영정보를 충실히 제공하겠다.

중소기업과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경쟁력 강화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별도로 준비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은 앞으로 차질없이 시행될 것이며 삼성은 우리 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 또 지난해 3월 발표한 다섯가지 경영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겠다."

<박스-2>

***이학수 부회장 일문일답**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부회장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삼성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의 다 수용했는데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안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적용해 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로 규정해 계열사 지분을 강제처분토록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금산법 등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입법이 되면 수용할 것이다. 지배구조 문제는 더욱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에 최선을 다함으로써 대처하겠다.

-공정거래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취하하고 금산법 개정도 수용한다고 했는데 그에 따른 경영권 방어 대책은 있나.

▲경영권 수호에 대해 강구했으나 똑떨어진 방안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경영을 잘하고 주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최선의 경영권 방어책으로 생각한다. 경영권에 위협을 초래할 불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연구하겠다.

-8천억 원의 헌납기금 운영주체와 금액산정 기준은.

▲운영주체는 삼성이 지정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와 사회에 조건 없이 내놓는다. 국가든 사회든 누군가가 의논하고 정해서 운영하면 우리 손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이다. 오늘 우리의 발표 이후 정부나 사회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 회장 일가의 출연액 1300억 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변칙증여'라고 주장하면서 고발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산정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보유 중인 상장주식 등 처분해 출연액을 조달할 것이며 두 딸은 당장 현금을 동원할 사정이 아닌 점을 감안해 이 회장이 출연액을 대신 부담한다.

-법무실 분리운영의 구체적 방안은.

▲법무실이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있으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에는 변호사가 1천 명이 넘는다. 우리도 국제 비즈니스에 많은 변호사 인력이 소요되지만 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십수 명에 불과하다. 분리운영은 다른 뜻이 아니라 법무실이 계열사들의 경영에 관련된 법률자문을 착실히 하고 윤리경영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무실은 그룹 소속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 사장단 산하에서 계열사 지원에 전념할 것이다.

(이종왕 법무실장 보충설명) 법무실이 별도의 로펌으로 독립하는 것은 아니다. 분리경영의 취지는 삼성 경영원칙의 제1항인 '법과 윤리 준수'를 뒷받침하는 데 있다. 법무실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 법률경영을 위해 자문역할을 하는 데 기본목표를 두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구조본 소속이어서 세간에서 법무실이 그룹의 방침을 전파하는 기능을 하지 않느냐는 오해가 있었다. 앞으로 구조본에서 분리해 독립운영함으로써 윤리경영의 파수꾼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며 법무실 자체적으로 계열사 자문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의 윤곽은.

▲내부적으로는 모임에 모셨으면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나 그분들이 응해줄 지는 모르겠다. 원칙적으로 대기업과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신 분으로서 사회에서 누구라고 하면 충분히 인정할 만한 분들을 생각하고 있다.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학계, 법조계 등 각계 전문가가 해당될 수 있다. 그런 분들을 분기에 한 번쯤 사장단과 모임을 개최해 쓴소리를 듣고 경영의 방향을 정하는 데 참고하겠다.

-귀국한 이 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경영현안을 챙기나.

▲국내건 해외건 장소에 따라 이 회장이 경영을 더 챙기고 덜 챙기는 것은 없다. 이 회장은 종전에도 회사에 자주 출근하지 않았지만 하루종일 회사업무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해외에 체류 중일 때도 유선이나 면담 보고를 받고 지침을 내려왔으며 앞으로도 그동안 해온 대로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귀국시 이 회장이 "세계시장에서 1등을 하고 비즈니스 하는 데만 열중한 나머지 국민정서에 둔감했다"는 발언을 한 만큼 그런 부분에 큰 관심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회장이 전경련이나 재계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음양으로 많이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수 주간은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늘 발표가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은.

▲수주 전부터 준비해 왔다. 이 회장의 결심을 놓고 경영진이 몇 달 동안 검토하고, 제가 외국 갔다 왔다 하면서 의견 내고 회장께서도 의견을 줘서 방안을 마련했다. 이 회장이 귀국했고 국민께 사과도 드렸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그룹 차원의 대책을 발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번 발표로 반삼성 분위기가 누그러지겠나.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해 고심해 마련한 방안이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언론의 협조를 바란다.

-삼성에 대한 비판론의 근거 가운데 하나인 '노조 불인정' 방침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나.

▲앞으로 관련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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