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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권의 한미FTA 올인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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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정권의 한미FTA 올인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한미FTA 뜯어보기 9]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 인터뷰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팀이 다음달 6일 서울에서 예비협상을 가질 예정이다. 이 예비협상에서는 양측 협상대표인 김종훈 통삽교섭본부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만나 5월부터 시작될 본협상에 앞서 상견례를 갖고 협상 일정과 의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정부는 지난 16일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이행 지원기금'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또 무역자유화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내용을 담은 '무역조정지원법'을 연내에 제정해 내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의 FTA 절차 규정을 대외통상협상 전반에 적용하도록 하는 '대외통상 절차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곧 마련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미 양국 정부에서 FTA 협상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부의 한미 FTA 추진 행태와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정부의 한미 FTA 드라이브에 이의제기를 하고 있는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만나보았다. 김성훈 총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냈고, 현재 경실련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자로 근무하면서 우루과이 라운드에 참여한 적이 있는 통상전문가이기도 하다.

김성훈 총장은 농림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정부 현안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김성훈 총장은 특히 현재 정부가 한미 FTA를 추진하는 방식은 5공 군사정권 때나 가능한 방식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쫓기듯이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는 경제적인 유인 외에 정치적·외교적·안보적 유인들도 있을 것이며 이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언론인과 지성인들의 역할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미 FTA로 GDP 1.99% 성장?…연구자는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

프레시안: 정부에서 국내총생산(GDP) 1.99% 성장 등 한미 FTA의 실익을 장담하고 있는데?

김성훈: 정부는 실익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내놓은 허구적인 장밋빛 전망이다. KIEP에서는 이익이 날 것만 계산하고 있다. 정부는 KIEP에서 급조된 연구결과에 현혹돼 한미 FTA 협상 개시를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한미 FTA를 결정해 놓고 이 연구결과를 이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KIEP와 같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촌에서 10만 명이 실직하고 2조 원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는 이런 연구결과는 잘 인용하지 않는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아무리 관변 연구기관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관련 부처에서 주문하는 것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을 호도하는 분석을 해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일반 학술연구가 아니라 정책판단 자료로 쓰일 연구에 대해서는 '연구책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는 누구인지, 그 사람의 책임은 몇 %인지를 명확히 규정하는 연구책임제를 도입해 연구결과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이것은 학자로서의 소신 문제가 아니라 국익이 달린 문제다.

프레시안: KIEP에서 내놓은 GDP 1.99% 증가 전망이 말이 되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GDP를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던데?

김성훈: 계량화에 포함되지 않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다. 그런 요인들은 다 사상해버리고 계량화할 수 있는 자료만 가지고 계산해놓고 그것을 객관적인 분석자료라고 하면 정직한 학자의 자세라고 할 수 없다.

***"무지막지한 한미 FTA 협상 과정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프레시안: 총장님께서는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가족농 장려, 농가부채 탕감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는 그런 방향의 정책들이 실종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한미 FTA를 추진하면서 농민들에 대해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을 하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김성훈: 정부에서 2년 반 동안 일한 후 다른 유혹들을 뿌리치고 다시 학자, 시민운동가로 복귀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5년 동안은 침묵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되도록 현안에 관한 언급을 삼가고 미래지향적인 것들만 이야기해 왔다. 그런데 이제 농림부 장관을 그만둔 지 6년째로 접어들었고, (국민들에게) 엄청나게 심각한 타격과 변화를 가져올 정책들이 태연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무지막지한 의사결정 과정을 보면서 최근에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과잉인구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평야면적 기준으로 1인당 토지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에 속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농업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그 중에서 경제적인 것만 보자면 논값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 농토를 더 공급할 길도 없다. 간척은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나는 농림부 장관 재임 당시 새만금 사업이 마지막 간척사업이라고 천명했었다.

땅값이 비싼 까닭에 주택 가격, 공산물 가격,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비싸다. 가령 땅값, 즉 토지용역비를 빼고 계산하면 우리나라 쌀은 미국 쌀에 비해 1.8배 가량 비싸다. 토지용역비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쌀값은 미국 쌀값의 3.6배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농사 규모를 아무리 키워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평균인 '농가 당 70헥타르'의 농가를 만들려면 농민 65명의 땅을 농민 1명에게 몰아줘야 한다. 이것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가능하다 해도 땅값이 미국에 비해 10배나 더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 따라서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게 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활성화하고,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균형된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도 가족농 중심의 농업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쌀 농장은 미국이 아니라 바로 한국 서산에 위치한 고 정주영 씨의 논으로 340헥타르 규모였다. 그런데 정 씨는 이 논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결국 300평으로 조각내 팔아버렸다. 왜 규모가 세계에서 제일 크고 비행기로 농사를 지었는데도 잘 안됐을까? 토지용역비가 높아 가격경쟁력에서 뒤지기 때문이었다.

참여정부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농업 대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경천동지할 한미 FTA를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관세와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없앨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데, 우리가 먼저 미국 앞에서 옷을 벗어버리면 DDA 협상은 하나마나한 것이다.

***스크린쿼터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한미 FTA랑 무슨 상관?**

김성훈: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여부는 WTO가 아니라 국제수역(獸疫)기구(OIE)의 소관사항이다. 스크린쿼터도 유네스코(UNESCO)의 '문화 다양성' 조항에 속한다. 그런데도 미국이 요구한다고 해서 스크린쿼터를 50% 축소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재개하면서 한미 FTA 개시를 선언한 것은 마치 백기를 들고 협상장에 나가는 것과 같다.

정부는 미국 국내 사정에 맞춰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내겠다는 입장인데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2004년 쌀 재협상 때도 협상에 해당하지 않는 품목까지 다 양보해버렸다. 한중 마늘 협상도 실무자들이 밀실에서 처리해버리고 대통령에게는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칠레 FTA도 휴대전화와 자동차 업계만 재미를 보고 농업 분야는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협상들을 진행해 왔던 바로 그 사람들이 이번에 또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이다.

***정부의 한미 FTA 추진은 군사작전 방불케 해…도대체 왜?**

프레시안: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한미 FTA를 추진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좀 이상하지 않나?

김성훈: 이상하다. 아주 이상하다.

비전도 없고, 준비도 안 된 한미 FTA는 참여정부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여준다. 참여정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기는커녕 하루만에 뚝딱 한미 FTA 공청회를 하려 했고, 공청회가 무산됐는데도 "개회 선언했고 폐회 선언했으니 적법"이라며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통해 한미 FTA 협상의 개시를 확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한국과 미국 양국의 협상 대표가 미국의 국회의사당에서 개시를 선언했다. 이런 것은 5공 때나 볼 수 있는 군사작전 아니냐.

그런데 왜 이런 군사작전까지 해가며 한미 FTA의 체결을 서둘러야 하는가. 한미 FTA가 그렇게까지 이익이 된다면 왜 여태까지 안 했는가. 자기들 스스로 중장기적으로 고려하겠다고 하던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문제가 한미 FTA와 무슨 관계가 있길래 이런 것들에 대한 기존 입장을 다 포기해 버리는가. 정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쫓기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풀어줘야 한다. 정부가 그 의문을 풀어주지 못하면 언론인이나 지성인이 풀어줘야 한다.

***"모대체 무엇에 이렇게 쫓기는가?"**

프레시안: 대통령훈령으로 규정돼 있는 한미 FTA 공청회가 결렬됐는데도 우리 정부가 한미 FTA의 개시를 선언한 것은 상당한 법률적 흠결에 해당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김성훈: 법률적인 판단을 떠나 모든 일은 먼저 상식에 비춰 봐야 한다. '공청회의 개최와 폐회를 선언했으니 공청회를 한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에 이렇게 쫓기는가.

지금 경제부총리로 있는 한덕수 씨는 스크린쿼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뿐 아니라 농업 문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 분이 1998년 미국과의 양자투자협정(BIT) 협상을 할 때 똑같은 문제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덕수 부총리도 이런 식으로 한미 FTA를 추진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한 부총리가 이런 모든 것들을 다 알면서도 한미 FTA 협상을 달갑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사정을 잘 모르는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미국과 FTA를 체결해 미국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그것은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미국의 관세는 평균 12.4%, 우리의 관세는 평균 43% 수준이다. 그것들을 다 없애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요한 수출품목들의 미국 관세는 전기전자 2%, 자동차 2.5%. 기계류 1.9%로 이미 낮은 수준이라, 이 관세들이 다 없어진다 해도 큰 수출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섬유류의 미국 관세가 5.5~6%로 수출증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설령 미국 관세가 0%가 된다 해도 값싼 중국산 섬유를 당할 수는 없다.

한미 FTA로 축산, 곡물, 채소, 원예 등 농업 분야는 모두 쑥대밭이 될 것이고, 그 결과 농촌 인구 350만 명 중 절반은 농촌을 떠나야 할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촌에서 7만~10만 정도의 실직자가 생길 것이라고 예측하는데, 경제통계상 농업노동자로 분류된 사람들만 계산한 결과가 그렇다. 이들의 가족까지 고려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클 것이다. 이런 엄청난 파장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고도 그러는지 이상하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제6차 대외경제위원회 회의에서 이른바 '한미 FTA 협상 지침'이란 것을 내렸는데, 노 대통령은 그 전에 먼저 청와대 밖의 전문가들 이야기부터 들어봐야 했다. 왜 대통령이 한미 FTA에 올인하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이렇게 올인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것이 경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는 것은 대충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FTA 추진은 참여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

프레시안: 헌법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2004년 정부의 쌀 협상이 합법적인 것인지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이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한미 FTA에 영향을 미칠까?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협상 태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나?

김성훈: 미국의 경우 주권재민의 정신에 따라 대외 통상교섭권이 국회에 있다. 현재는 신속협상권한(TPA)을 통해 이 권한을 일시적으로 행정부에 위임한 상태지만 협상 체결 전에 먼저 국회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모호하다. 우리는 주권재민을 말하고는 있지만 국민의 이해와 안보에 관계되는 사항은 국회의 비준만 받으라고 제한적으로 규정해 놨기 때문에 얼마든지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이 문제에 있어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편의적으로 일을 하도록 해주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의 통상교섭 절차에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 각 부처 장관들의 참여 기회도 현실적으로 제한돼 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절차만은 민주적으로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한미 FTA가 참여민주주의를 부정해버리는 행위인 것만은 확실하다.

***"미국의 고급 로비 방식에 휘둘리지 말라"**

프레시안: 농민들이나 영화인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려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들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김성훈: 우리나라의 여론 주도 계층은 대기업, 수출기업이다. 이들이 광고를 통해 상업신문, 상업주의 신문들에 영향을 미친다. 외국서는 '한국과의 협상은 참 쉽다'고 한다. 청와대와 협상하고 대기업으로 하여금 주요 언론들이 자기네에게 유리한 여론을 주도하게 하면 된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약육강식의 신제국주의적인 고급 로비 방식이다. 탁월한 정치지도력과 미래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없을 때 우리는 이런 로비 방식에 휘둘리고 비극과 악순환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언로가 막힌 이해당사자들과 피해자들이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눈뜨고 보기 힘든 분신자살과 같은 일들을 하는 것이다. 언론은 이들의 주장을 아예 묵살하거나, 그들의 행위 자체만 놓고 '비민주적'이라며 매도한다.

지난해 말 홍콩에서 일어난 사태를 보라. 농민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역사적 경험을 많이 한 중국에서 지금 가장 큰 불만세력이 농민이다. 농민반란을 제일 두려워하는 중국 당국은 지금 농민들의 불만을 막기에 정신이 없다. 한때 '민주주의의 천국'이라 불렸던 홍콩도 이제는 이런 중국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농민들이 홍콩에 가서 WTO 반대 시위를 하다가 중국 경찰들에게 연행되자, 한국 언론들은 우리 농민들이 무식해서, 한국에서 버릇이 잘못 들어서, 국제적인 기준에 어긋나는 비민주주의적인 시위를 해서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고 보도했다. 실제로는 중국 당국이 한국 농민들의 시위가 중국 대륙 전체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이들을 잡아들인 것인데도 말이다. 상업주의 언론들은 그 내막을 정말로 몰랐을까, 아니면 기득권 계층의 이익에 맞춰 의도적으로 이런 여론을 형성한 것일까.

국가와 민족 형성의 필수 기본조건인 농업이 무너지게 생겼는데, (한미 FTA에 대한) 농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단순히 '밥그릇 챙기기'로 봐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의 영향을 받은 일부 언론들이 농민들의 주장을 집단 이기주의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것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다. 우리 국민과 후손의 사활 문제다. 우리 국토와 환경의 사활 문제다.

***우군마저 떠나고 없는 참여정부, 한미 FTA로 레임덕 현상 나타날까 우려**

프레시안: 정부는 미국의 무역촉진권한 소멸 시기에 맞춰 내년 3월 말까지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상이 정부의 계획대로 타결될 것 같나?

김성훈: 정부의 그런 주장은 2004년 WTO 쌀 재협상 때 정부가 언론과 국민을 상대로 2004년 말까지 협상을 못 마치면 자동으로 관세화 되어 쌀 시장이 개방된다고 거짓말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한미 FTA가) TPA 기한을 벗어나면 어떻고 1~2년 늦어지면 어떤가. 한미 FTA에 대한 사전 분석도 없이 '先대책 後협상' 원칙을 뒤엎어가면서까지 반드시 미국의 TPA 기한 내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하는 데는 무슨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면 1998년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통상교섭본부장을 하던 시절에 안 하고 왜 지금 하는 것인가? 이것은 통치권 차원의 판단 문제다.

가뜩이나 우군마저 떠나고 없는 참여정부에 한미 FTA가 자칫 정권 말기 현상을 재촉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제발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단 한번이라도 이해당사자들과 피해자들의 말을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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