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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장자문위 위원명단 비공개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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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사 상장자문위 위원명단 비공개 '눈총' 참여연대, 삼성생명 관련 가능성에 촉각 세워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 상장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상장자문위원회가 세번째로 구성됐으나 지난 15일 첫 회의를 갖자마자 중립성 논란에 휩싸였다.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자문위가 결과적으로 삼성생명 주식을 상장하라는 압박을 무마시키는 역할만 하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결론은 내놓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된 자문위에서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또다시 무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장자문위는 지난 1999년, 2003년 두 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위원회의 주도로 가동됐으나 애매한 결론만 내놓았다는 비판에 부딪쳐 흐지부지됐다.

특히 2003년 당시 자문위는 최대 쟁점인 상장 이익 배분에 대해 생보사는 법적으로는 주식회사이지만, 계약자의 기여분도 인정해야 한다는 모순된 결론을 내려 비판을 자초했다.

그 뒤 금감위는 자문위 구성에 정부와 계약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를 모두 배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증권선물거래소에 자문위 구성을 맡겼다.

***참여연대 "업계 이해관계 자유로운 전문가 많지 않아"**

이에 따라 증권선물거래소는 지난 17일 "상장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15일 1차 회의를 개최해 KDI 나동민 금융경제팀 팀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면서 "위원은 공익을 대표하는 중립적 인사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선물거래소는 위원 구성에 대해서는 "자문위는 보험분야 2명, 재무분야 2명, 회계분야 2명, 법률분야 2명, 증권시장전문가 1명 등 9명으로 구성됐다"고만 밝혔다.

이에 대해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22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나동민 박사는 2003년 자문위에서도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라면서 "자문위원에 시민단체가 배제된 것은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자문위가 이번에는 중립적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김 소장은 "이미 2003년에도 자문위는 위원들의 면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생보업계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고, 결국 위원들의 명단이 흘러나왔을 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소위 중립적인 전문가라고 하지만 은행과 관련한 문제라면 몰라도 보험업계와 관련된 전문가들치고 업계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면서 "특히 보험분야 전문가, 회계분야 자문위원들은 정말 중립적 인사인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발표한 논평에서도 "자문위의 논의 내용은 고사하고 위원들의 구성마저 밝히지 않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밀실협상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대로 상장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또다시 특정 생보사의 압력에 못 이겨 상장방안 논의 자체를 왜곡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반복하는 것을 경계하며, 즉시 위원회 구성과 논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나동민 상장자문위원장은 "2003년 자문위에 이해관계자들을 위원으로 참여시켜보니 소모적인 논쟁으로 회의가 진행됐다"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은 나중에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히 수렴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위원들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민감한 사항을 논의하는 위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 업계의 로비나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상조 소장은 "업계에서는 이미 위원에 누가 포함돼 있는지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시민단체만 논의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참여연대가 자문위 운영이 파행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걸려있다. 상장 이익 배분 문제 등 쟁점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상장 방안이 마련되면, 상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고 신인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상장을 할 것을 원하는 생보사들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이 상장하기 힘든 이유**

하지만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상장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이익 배분은 차치하고 삼성생명 주식이 상장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관계에서 출발한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주식 19.34%를 갖고 있는데,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는 문제에 봉착한다.

삼성생명이 상장되면 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이 시가로 평가되고, 삼성생명 주식의 시가평가액은 에버랜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을 것이 유력하다.

금융계열사 지분이 총자산의 50%가 넘으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는 법 규정에 따라 에버랜드는 비금융사 지분과 손자회사 지분을 모두 매각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면 그룹 지배구조가 밑둥채 흔들린다.

게다가 삼성자동차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출연한 삼성생명 주식 350만 주(17.5%)가 삼성차채권단에 넘어가 있는 점도 삼성그룹으로서는 삼성생명의 상장을 꺼리게 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는데, 삼성차채권단이 소유한 삼성생명 지분의 향방에 따라 이재용 상무의 그룹 지배력이 크게 위협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단계별 상장', 삼성생명에 시간 벌어주기?**

삼성생명 때문에 자문위원회가 내린 결론이 또다시 삼성생명과 시민단체 등 양측의 반발에 부딪쳐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해 나동민 위원장은 "가장 우려되는 사태"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2003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지금은 상장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생보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자문위의 결론이 어느 정도 업계와 계약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면 삼성생명만 혼자 반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장 이익 배분에만 논쟁의 초점을 맞추지 말고, 이번만큼은 미래 지향적인 논의가 되었으면 한다"면서 "상장으로 생보사와 계약자, 투자자 등이 공유할 파이 자체를 키우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다.

상장자문위원회는 매주 정기적인 회의를 갖고 생보사 상장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자문위원회가 만든 상장 방안을 토대로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게 되고, 이후 금감위에 승인을 요청하면 금감위가 규정개정안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규정 개정안이 승인되면 증권선물거래소는 개별적으로 상장 신청을 받아 상장여부를 심사.결정한다는 '단계별 상장'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또다시 상장자문위를 구성한 취지에 대해 "생명보험회사 상장방안 마련을 통해 우량 주식공급을 통한 증권시장 체질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생보사 상장 규정이 마련되더라도, 생보업계 시장점유율이 40%가 넘는 삼성생명이 빠진 채 이뤄진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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