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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환경·보건·복지'를 외국자본 손에 넘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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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환경·보건·복지'를 외국자본 손에 넘길 건가 [한미FTA 뜯어보기 11] 북미자유무역협정의 교훈
정부가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속성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일방적으로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결정하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협상추진 의지는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한미 FTA가 스크린쿼터로 대표되는 문화영역뿐 아니라 환경, 의료, 복지 및 기타 공공서비스 등 광범위한 영역들에 걸쳐 국가 및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결정, 입법절차, 사법절차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FTA의 분쟁해결 조항은 한 나라의 환경, 보건 등에 대한 공공정책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기반을 둔 다국적기업들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중재조항을 이용해 다른 당사국의 환경정책, 보건정책에 이의를 제기하고 악영향을 미쳤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잘 드러난다.

***'예외조항'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중재조항'**

NAFTA의 환경 관련 예외조항은 외국인 투자자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모든 장벽을 무조건적으로 철폐해야 한다는 자유무역의 기본원칙과 상충되는 환경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 관련 예외조항에도 환경정책이 준수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돼 있으며, 이와 관련된 부수적인 협약도 마련돼 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해당 정부들은 협약을 체결하기 전에 바로 이런 사실을 들어 자국 국민들에게 FTA가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NAFTA 협약에는 외국인 투자자가 협약 상대국의 환경정책, 보건정책 등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중재조항이 동시에 들어 있다. 미국계 기업들은 이 중재조항을 이용해 협약 당사국의 시민이나 기업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공공정책들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게다가 FTA 관련 중재는 한 나라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중재재판소에서 비밀리에 진행되고 결론이 내려진다. 중재 결정을 내리는 사람도 해당 공공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이 아니라 투자나 무역에만 정통한 법조인들이다.

***중재조항 이용해 공공정책을 파괴하는 미국기업들**

실제로 몇 해 전 멕시코의 한 지방정부가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 미국기업의 유독폐기물 처리시설에 대한 건축을 불허한다는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이 기업은 해당 정부의 이같은 결정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NAFTA의 중재판결을 통해 16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또 다른 미국기업은 캐나다 정부가 환경 보호,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MMT라는 연료첨가물의 사용을 금지한 조치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기업은 중재판결에 이르기도 전에 캐나다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13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을 뿐 아니라 해당 정책도 철폐하도록 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수립 및 집행이 자유무역협정의 중재조항을 이용한 외국기업들의 위협에 얼마나 무력한지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시민단체들도 반대**

이런 중재조항은 미국기업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도 이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내의 시민단체들이 환경, 인권 등과 같은 전인류적인 가치 외에 자국의 국익 수호를 위해서라도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기도 한다.

캐나다의 한 석유화학회사는 수질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솔린에 MTBE라는 화합물을 첨가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정부의 조치가 NAFTA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제소해 놓고 중재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도 현재 환경, 보건 등의 공공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수십 건의 청구들이 중재판결에 이르렀거나 현재 중재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다. 또 새로운 청구들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문화는 예외조항에서조차 제외돼**

환경, 보건, 복지 등에 대한 공공정책은 사기업들 간의 경쟁과 자본의 흐름에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영역이라기보다는 국민이 자신들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복지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판단을 내려줄 것을 위임해야 하는 영역이다.

이런 영역에서 외국의 사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만을 목적으로 국내정책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정부가 거액의 혈세를 들여 그런 기업들에 손해배상금이나 합의금을 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스크린쿼터 축소 선언에 직면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사실은 환경, 보건 등은 유명무실하나마 NAFTA 예외조항에 포함돼 있지만, 문화는 아예 예외조항에서조차 제외됐다는 점이다.

물론 NAFTA의 부속조항은 NAFTA에 앞서 체결된 미-캐나다 FTA에 따라 '문화산업'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가 자국의 문화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들에 다른 국가가 보복조치를 취하는 것도 허용되고 있어서 이런 부속조항은 유명무실한 것이다. 멕시코의 경우 자국 문화의 수호를 위한 아무런 예외조항도 NAFTA에 명시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어떤 패를 들고 있는가**

우리는 수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끈 협상전문가들과 그들에게 이론적·이념적 기초를 제공하는 두뇌집단들을 앞세운 상대방을 앞에 두고 거의 무방비 상태로 있다.

한미 FTA을 무조건 빨리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어떤 패를 들고 있는지, 그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한번 던지고 나면 영원히 다시 얻을 수 없는 패가 있지 않은지, 꼭 단기간에 게임을 끝내야 하는 것인지, 게임이 끝난 후 우리 국민의 실질적인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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