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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동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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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동묘지 [새만금 살리기 詩릴레이] 이원규
***새만금 공동묘지**

이원규

그래, 그토록 소원이라면 막자
서로 싸우지 말고 차라리 막아버리자
이미 하나의 38선이 있으니
그래, 그까짓 것 또 하나의 38선
반생명 반평화의 방조제쯤이야 막자, 막아버리자
광주처럼 부안처럼 피가 흐르고
전쟁이 터지기 전에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시작하자
아무래도 돌과 흙이 부족할 터이니
먼저 눈앞이 캄캄한 바닷가 사람들
생존권마저 수장된 어민들부터 하나 둘
돌망태에 집어넣어 수장을 하자 참회의 삼보일배
왼쪽 무릎이 망가진 수경 스님을 수장하고
문규현 신부와 김경일 교무와 이희운 목사를 수장하자
도올 김용옥 선생과 감히
국책사업에 발목을 잡는 활동가들도 집어넣자
마침내 물막이 공사가 끝나더라도
또다시 흙과 모래와 바위가 필요할 터이니
해창산이 사라지고 모악산이 사라져도
턱 없이 모자라고 또 모자랄 터이니
아예 통째로 지리산을 퍼다가 메우자 애써
터널을 뚫지 말고 말 많은 천성산도 밀어버리자
그래도 모자라면 북한산과 남산을 집어넣고
계룡산과 설악산과 금강산
청와대와 국회의사당과 대법원을 부수어
바다를 메우자 갯벌을 메우자
공허한 메아리 국민들의 열망을 집어넣고
비정규직과 실업자와 노숙자
평택의 대추리 사람들과 갯벌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철없는 시인들도 집어넣자
그래도 모자라면
그래, 그까짓 것 그토록 소원이라면
성추행과 내기골프 황제골프도 집어넣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 한나라당
한국농촌공사와 전북도와 환경부도 함께 집어넣자
죽어가는 갯지렁이 칠게 꼬막 백합
더불어 비비고 또 비벼서
21세기의 거대한 비빔밥, 전주비빔밥을 만들자
그래, 그까짓 것 우선 돈이 된다는데
화장터면 어떻고 핵 폐기장이면 또 어떤가
마침내 세계 최대의 공동묘지, 새만금 공동묘지를 만들자
길이길이 후손들에게 물려줄 높이 550미터
세계 최고의 묘비명도 세우자

약력 : 1989년『실천문학』에 연작시 「빨치산 아내의 편지」 15편 발표. 신동엽창작상과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시집으로『옛 애인의 집』『돌아보면 그가 있다』『빨치산 편지』『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길을 지우며 길을 걷다』 『벙어리달빛』이 있다. 9년 째 지리산에 머물며 생명평화운동을 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운영위원, 생명평화결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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