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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도의 '강대국 야망'을 부추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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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도의 '강대국 야망'을 부추기는 이유

[먼슬리 리뷰]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협력과 그 내막

이 글은 미국의 좌파 잡지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의 최근호에 실린 시사평론을 번역한 것이다. 이 시사평론은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경제의 여러 측면들(Aspects of India's Economy)〉이라는 제호의 매체를 발행하고 있는 '정치경제연구소(The Research Unit for Political Economy)'의 연구원들이 쓴 것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인도 뉴델리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민수용 핵협력 협정에 합의하는 등 최근 급속히 밀접해지고 있는 미국과 인도의 관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글은 이런 의문을 풀어보는 데 도움이 되는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2005년 3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정부가 인도를 글로벌 강국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군수업체들은 인도로부터 대규모 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런 상황전개는 보다 폭넓은 전략적 고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해 먼저, 미국은 인도의 야망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인도가 독자적으로는 아시아 전체에 걸쳐 힘을 발휘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인도양 연안국들에 즉각적으로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군 체제를 갖추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이런 계획은 공중급유 기능을 갖춘 장거리 고속 전투기, 조기경계기, 공중지령기, 공격용 헬기, 아이엔에스 비라트(INS Virat)라는 기존의 항공모함 1대 외에 또 하나의 항공모함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인도가 이런 것들을 갖추려면 그 가운데 상당부분은 미국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장기간의 군사적 개입을 하는 데는 상당한 인프라가 필요하지만, 인도는 그런 인프라를 갖추고 있지 않다. 사실 유럽연합도 미국과 별도로 군사력을 해외에 지속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발칸위기 때 입증됐다. 그때 유럽연합은 결국 미국에 개입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존의 군사력 균형 상태를 고려하면, 미국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면 인도의 세력 확장 시도가 유지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03년에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당시 총리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고백을 했다. 그는 인도를 강대국의 지위로 끌어올리기 위한 자신의 20개년 계획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며 "그렇지 않다면 나라의 힘과 영향력을 해외의 그 어디로든 확장할 수 있는 인도의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이 인도의 야망을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이 점을 솔직하게 서술한 미국 쪽 자료가 적어도 3개는 존재한다.

그 가운데 첫 번째 자료는 2002년에 미국 국방부의 의뢰로 작성된 '인도와 미국의 군사관계: 기대와 인식(The Indo-US Military Relationship : Expectations and Perceptions)'이라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23명의 현역 미군 장교와 15명의 미국 관료를 포함한 42명의 주요 미국인들, 10명의 현역 인도군 장교들, 5명의 인도 정부 관료 및 인도 국가안보위원회의 위원들 몇 명, 인도 정부를 돕는 외부 전문가들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작성됐다. 두 번째 자료는 로버트 블랙윌 전 주인도 미국 대사의 보좌관이었던 애실리 텔리스가 쓴 글이다. 텔리스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블랙윌의 보좌관을 지내는 동안 미국의 대인도 정책 분석가로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세 번째 자료는 미국 육군대학 전략연구소의 스티븐 블랭크가 2005년 10월에 작성한 연구보고서 '자연적 동맹?: 아시아의 지역안보와 인도-미국 간 전략적 협력의 전망(Natural Allies?: Regional Security in Asia and Prospects for Indo-American Strategic Cooperation)'이다.

***미국의 세계전략적 관점을 배경으로 놓고 봐야**

이런 연구들은 오늘날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상황과 전 세계에 대한 미국 제국주의의 전략적 관점을 배경으로 놓고 봐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2003년에 〈먼슬리 리뷰〉에 게재된 글 '이라크 침공의 배후'에서 검토한 적이 있으니, 이 글에서 우리가 주장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표면적으로 보면, 소련이 붕괴한 뒤로 미국은 자국의 전 세계적 헤게모니를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의 도전에는 전혀 직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군비지출액은 전 세계 군비지출액의 절반에 해당하고, 유엔 안보리의 다른 상임이사국들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의 군비지출 합계액에 비해서는 약 3.5배, 미국 다음으로 군비지출 규모가 큰 순서로 6개국, 즉 러시아, 프랑스, 일본, 독일, 영국, 중국(중국의 경우는 실제 군비지출액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금액의 2배로 가정한다)의 군비지출 합계액에 비해서는 2배에 이른다. 미국은 멀리 떨어진 지구상의 다른 곳으로 자국의 군사력을 옮겨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미국은 이런 능력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여줬다. 이에 비해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들은 예컨대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이류의 세력에 대항하는 군사활동을 벌인다든가 하는, 비교적 소규모의 개입만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군사력을 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경제력이며, 경제적 토대에서는 미국의 힘도 취약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세계 전체 소득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50년에는 50% 정도였으나 오늘날에는 21%로 낮아졌다. 세계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1950년에는 60%였으나 1999년에는 25%로 낮아졌다. 세계 전체의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960년에는 47%였으나 2001년에는 21%로 낮아졌다.

물론 미국 경제는 "잘 굴러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의 경제성장은 소비자 부채와 정부 부채를 대규모로 체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의해서만 지탱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서 소비되는 재화와 서비스 중 수입된 재화와 서비스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상수지, 즉 재화와 서비스 무역 및 투자와 관련된 수입과 지출의 차액은 20여 년에 걸쳐 계속 적자였고, 2004년에는 무려 6680억 달러에 이르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 2005년에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이보다 더 커졌을 것이다. 이런 경상수지 적자는 해외로부터의 차입에 의해 메워졌고, 결국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채무국이 됐다.

미국은 이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전 세계 저축의 70% 이상을 빨아들여 보전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이 각자 자기 나라의 저축을 미국으로 보내주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이유는 미국은 전 세계를 압도하고 있는 제국주의 강대국이라는 것이고, 둘째 이유는 미국 달러화가 여전히 세계에서 으뜸가는 국제결제 통화라는 것이며, 셋째 이유는 많은 나라들이 주된 수출시장 미국의 화폐인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게임이 무한히 계속될 수는 없다. 미국이 국민소득 중에서 부채상환을 위해 지출할 돈을 떼어내는 비중이 점점 더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 투자자들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미국에 넣어 둔 투자자금을 이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닌가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렇게 투자자금을 옮기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떨어지고, 미국 금리는 상승할 것이며, 미국 경제는 붕괴의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결과가 빚어지는 것을 막는 데서 미군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은 전 세계를 압도하는 제국주의 강대국인 미국의 지위를 보호함으로써 미국이 전 세계 자본의 안전한 피난처로 유지되도록 한다. 미군은 이라크를 침공했고, 그밖의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침공할 수 있다고 위협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미군은 전 세계 석유무역의 대부분이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도록 보장한다. 미군은 석유를 비롯한 세계적인 필수 자원들의 대부분에 대한 물리적 통제권을 확보해 놓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경쟁세력이 나타날 경우 그 경쟁세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사용할 비장의 무역루트까지 확보해 놓고 있다. 미군은 또한 군비경쟁에서 경쟁세력이 될 수 있는 다른 나라의 경제적 토대를 붕괴시키는 활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력도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 그 이유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첫째, 미국 군사력의 우월성은 그것에 도전할 능력이 있는 다른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기반을 둔다. 이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은 지구 전체에 미쳐야 하고, 지구상의 그 어느 곳에서 일어나는 저항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미군은 쉼 없이 계속해서 전쟁을 수행하는 상태에 있다. 실제로 미군은 미국 군사력의 우월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느 곳에라도 개입하며, 이 때문에 전 세계 반제국주의 세력의 최대 타격 목표물이 되고 있다.

둘째, 미군은 재래식 상비군을 궤멸시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준비는 잘 되어 있지만 게릴라식 저항과 민중봉기에 대항하는 데 있어서는 좋은 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점은 과거 베트남의 해방투쟁과 지금 이라크의 저항에 대한 미군의 대응이 잘 보여준다. 그럴 때 미군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인종 간 긴장을 조작해내는 데 있다.

셋째, 위대한 베트남인들의 투쟁이 남긴 유산 중 하나로, 미국의 지배계급은 전쟁을 위한 징병과 전쟁 과정에서의 대규모 사상자 발생이 미국 국내에 일으키는 정치적 결과들을 두려워하게 됐다. 이 때문에 미군의 규모는 미국의 지구적 헤게모니가 요구하는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앞으로도 미국은 필요하면 징병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대신 국내적으로 무거운 정치적 부담을 안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해외주둔 미군 배치' 정책**

미국이 광범위한 군사기지 네트워크를 갖춘 것은 다양하고 달라지는 잠재적 적들에 대항해 자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군사기지가 확대되면서 해외에 미군이 배치된 상태가 엷어졌다. 미국 국방부는 2003년에 발표한 새로운 기지 운영정책을 통해 옛 소련과의 전쟁에 맞춰 설치됐던 냉전시대의 대규모 기지들 가운데 35%를 폐쇄하고, 서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 걸친 '활 모양 불안정 지대(arc of instability)'에 배치된 다수의 소규모 기지들로 병력을 이동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전진작전 거점 기지(lily-pad base)'들에는 영구적인 시설이 최소한으로만 설치되고 병력도 제한적으로만 주둔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필요할 경우에는 미국에서 파견되는 기동군이 이들 기지를 활용하게 된다.

이같은 새로운 해외주둔 미군 배치 정책은 미국의 지구적 헤게모니가 새로이 요구하는 바와 관련이 있다.

미국 국방부의 더글러스 페이스 정책담당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냉전시기에 우리는 주된 위험이나 전쟁이 어디에서 발생할 것인지를 안다고 믿었고, 바로 그런 곳들에 병력을 배치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완전히 다른 개념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 우리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전투에서 평화유지활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군사작전을 매우 신속하게 수행할 능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 미국 국방부는 앞으로 수십 년 간 테러행위에 대응하고 석유를 조달하는 데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비롯한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의 신축성을 추구하고 있다. 따라서 미군은 가능한 한 많은 지역들에서 가능한 한 많은 나라들과 군사기지 설치 및 기존 군사기지 이용에 관한 협정을 폭넓게 맺으려고 한다."

미국은 주요 작전기지 및 전진작전 거점 기지들을 설치해야 하는 지역 외에 '안보협력 대상지역(cooperative security location)'도 설정해 놓고 있다. 안보협력 대상지역은 전진작전 거점 기지가 설치되는 지역보다도 미군의 배치상태가 훨씬 엷다. 안보협력 대상지역은 상주하는 미군이 거의 또는 전혀 없으며, '민간업체나 해당 국가의 인력'에 의해 관리된다. 미국은 이런 곳들의 군사적 인프라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이용할 권한을 갖기를 바란다.

페이스는 최근 몇 년 간에 걸쳐 미국이 유럽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유럽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을 저지해 온 것과 같은 종류의 환경적 또는 정치적 제약을 미국 국방부는 피하고 싶어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미국이 다른 나라에 병력을 배치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만드는 제약을 그 나라가 우리에게 가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 나라에 미군 병력을 계속 배치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미국이 인도에 군사기지와 훈련시설을 갖춰야 할 필요성**

미군 태평양사령부의 여러 부서 사람들과 토론한 내용을 근거로 작성된 미국 육군대학의 한 연구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단언했다.

"우리는 인도로부터의 가시적인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전략적 이익과 목표는 글로벌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그런 이익과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 섬에서부터 태평양의 오키나와와 괌에 이르기까지 수천 마일에 걸친 활 모양 지역의 미군 배치상태는 위험할 정도로 엷다."

2001년에 작성된 미국의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QDR)'는 "아시아의 모든 갈등지역에서 위협의 요소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군은 아시아에 더 많은 병력과 기지를 둘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피터 브룩스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는 2002년 의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의 작전지역으로서 아시아는 그 지리적 범위가 대단히 넓고, 미군 기지와 미국이 군사력 이동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다른 주요 지역들에 비해 취약하다. 게다가 다른 지역들에 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은 현지 군사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덜 보장받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4개년 국방전략 보고서'는 현지 군사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보장받고 필요한 인프라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협정들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줄리 맥도널드('인도와 미국의 군사관계: 기대와 인식' 보고서의 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군 장교들은 궁극적으로 인도 내 군사기지와 군사적 인프라를 이용할 권한을 확보할 계획임을 솔직하게 밝히고 있다. 인도는 늘 붐비는 중동과 동아시아 간 해상교통로를 끼고 있으며 아시아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미군은 인도의 이런 전략적 위치에 각별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미 육군 장성들은 미군이 인도 내 군사기지를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게 되면 "세계의 다른 지역들에도 바로 접근"할 수 있게 되고 "지역적 위기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맥도널드가 전했다. 미 육군 장성들은 또한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가 악화하거나 붕괴할 경우나 이런 나라들의 군사기지에 대한 미국의 이용권한이 제약받게 될 경우에는 "아시아에서 다른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게 되며, 그럴 경우 인도가 최적의 선택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맥도널드는 미군의 한 영관급 장교의 다음과 같은 발언도 전했다.

"미국 해군은 중동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항구와 보급기지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비교적 중립적인 지역을 지구 반대편에 확보하기를 원한다. 인도는 이런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고, 인도 해군은 미국 군함을 정비해주고 연료를 공급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음이 이미 입증됐다. 시간이 흐르면 미국 군함의 인도 입항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인도는 호송작전과 지역적 위기에 대한 대응 등 미국 해군의 모든 군사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나라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하고 점령하는 과정에서 이미 인도가 미군에 항만시설을 제공한 바 있다. 또한 인도는 스리랑카의 군사기지 사용과 관련해 미국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 왔다."

인도는 그 어느 외국에 대해서도 디에고가르시아 섬이나 스리랑카 동부에 있는 트링코말리 기지와 항구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 왔으나, 미국 해군에 대해서는 이 지역의 항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 인도의 항구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 대가로 미국은 스리랑카의 타밀 반군에 압박을 가해 스리랑카 정부와 평화협상을 계속하게 했다. (…) 이들 인도양 연안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 중동과 동남아시아에 걸치는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데 대단히 큰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인도양에서 중국 해군의 야망을 견제하는 역할도 해줄 수 있다. (…) 게다가 미국의 선박과 비행기들은 필요할 경우 인도의 기지들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이미 누리고 있다."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난 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때 인도가 자국 군사기지들을 적극적으로 미군에 제공해준 것은 하나의 전환점이었다. 그 전에 미국 해군의 배는 대략 3년에 한 번씩만 인도에 기착했다. 그러나 미국 태평양사령부 장교들에 따르면, 지금 인도는 미국 해군의 배가 정기적으로 기착하는 곳이 돼 있다. 9.11 사태 이전에는 인도 정부가 구자라트 지역의 지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미군 병력이 무기를 들고 인도 땅을 밟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9.11 사태 이후에는 미군이 인도의 기지들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갖고 있다"고 맥도널드는 분석했다.

맥도널드는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은 인도에 훈련시설도 갖기를 원한다. 인도는 얼음으로 뒤덮인 산에서부터 사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며, 이런 인도의 자연환경이 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는 군사훈련장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점점 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국 해군의 입장에서는 인도 해군과 함께 훈련을 하는 것이 인도양 지역에 익숙해지는 데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인도군은 부차적인 하위 역할만 할 수 있게 된다**

미군은 인도의 시설뿐 아니라 인도의 군 병력도 필요로 한다. 애실리 텔리스에 따르면 인도군 병력의 역할은 하위의 것이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은 미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시아는 미국의 이익에 긴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미국은 필요할 경우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자원을 일방적으로 아시아 지역에 투입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는 조연의 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인도의 능력이 강화되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인도의 영향력도 제한적으로나마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간다면, 인도의 영향력이 제한적으로 커지는 것이 미국과 인도 두 나라의 공통이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텔리스는 이렇게 썼다. "이 긴요한 지역에서 지금 미국과 인도 사이의 군사력과 자원의 불균형이 대단히 크기 때문에 인도가 무엇을 선택한다는 이야기 자체가 부적절하다. 그러나 미국 군사력과의 협조체제 속에서 동원되는 인도의 군사력이라면 그 영향력이 대단히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인도가 지원해줄 수 있는 각종 자원은 이 지역에서 미군이 짊어지게 되는 작전상의 부담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

더 나아가 텔리스는 미국이 직접 개입할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지역이나 이슈에서는 필요한 역할을 인도군에 위임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시아 지정학의 틈새에 해당하는 지역 또는 이슈의 영역에서는 인도군이 가장 활용가치가 있다. (…) 그러한 지역 또는 영역에서는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명확하지도 않고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지도 않는다. 따라서 그러한 지역 또는 영역에서는 어떤 특정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도록 하는 유인이 적다. 이런 경우에는 인도와 같은 신흥강국이 차별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왜냐하면 인도와 같은 신흥강국은 지배적인 강대국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 그 능력을 통해 복수의 동맹세력 중 어느 동맹세력 쪽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게 할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따라서 인도군에 '부차적인 하위의 작전임무'가 부여될 수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횄다.

"아시아에서 미군은 예컨대 평화유지 활동, 수색과 구조, 인도적 지원, 재난구호, 고가화물 호송 등과 같은 하위의 임무를 맡아 유능하게 수행해줄 수 있는 군사적 파트너를 찾는다. 이런 군사적 파트너가 존재한다면 미군은 주된 고급의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군사적 파트너로 가장 적합해 보이는 것이 바로 인도 해군이다. 미국 해군과 인도 해군의 협력은 2001년에 미국에서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한 뒤에 크게 강화됐다. 6개월 동안 인도 해군은 미국 해군과 함께 상업선박을 호송하기도 했고, 북아라비아해에서 말라카해협까지의 늘 붐비는 해상항로를 정찰하기 위해 공동순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것은 유용한 선례가 됐다. 맥도널드는 "해군의 협력은 두 나라 군 사이의 협력 중에서 가장 유망한 영역"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도 해군은 인도의 국경 밖에서 작전활동을 하도록 조직된 유일한 인도군"이라는 것이다. 해군의 협력은 육군 등의 협력에 비해 인도 안에서 정치적 반대를 덜 불러올 것이다. 미국의 한 해군 장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해군은 인도 땅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인도의 각 군 중에서 미국이 협력관계를 밀고나가는 데 가장 쉬운 군은 해군이다. 해군은 훈련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하며, 훈련 도중에 미국 병력이 인도 땅에 올라가지도 않는다."

2005년 6월 28일 체결된 '미국과 인도 간 국방관계의 새로운 틀(New Framework for the US-India Defense Relationship)'이라는 협정은 인도군과 미군 공동의 군사훈련 및 교류, 재난상황에 대한 공동의 대응, 다국적 군사작전과 평화유지 활동에서의 상호협력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협정에는 유엔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협정에 적시된 공동의 활동들은 명목상으로도 유엔의 깃발 아래 수행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협정이 체결된 것은 미국이 예전에는 관여할 수 없었던 상황에 미군 병력이나 동맹국 병력을 투입하기 위해 재난이나 지역갈등을 이용하려는 미국의 체계적인 노력의 하나다. 2005년 7월 18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공동성명에서 '쓰나미(지진해일) 대응 핵심그룹'의 경험에 토대를 둔 새로운 '미국과 인도 간 재난구호 이니셔티브'에 대해 언급했다. 인도도 포함됐던 '쓰나미 대응 핵심그룹'은 나중에 해체됐고, 이 그룹에서 수행하던 일은 유엔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미국은 쓰나미라는 재난을 기회로 삼아 자국의 병력과 장비를 인도네시아의 아체 지역과 스리랑카에 투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은 특히 스리랑카에는 '인도주의적 목적'을 명분으로 해서 1500명의 해병대 병력과 수륙양용 공격함 하나를 파견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은 국제법 위반이다**

2005년 6월의 '새로운 틀' 협정은 미국과 인도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는 데도 공조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사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에 참여할 참인데, 이는 위험하고도 불법적인 움직임이다. PSI는 국제조약이나 국제기구가 아니며, 단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한 그룹의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조건이나 규칙도 없이 서로 간에 '비공식 조정협의'를 하는 창구일 뿐이다. PSI는 유엔을 통하는 경로를 버린 채 직접 참여국들에 대해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는 국가나 지역으로, 또는 그런 국가나 지역으로부터 대량살상무기, 대량살상무기 수송수단, 기타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이 수송되는 것을 저지"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저지'라고 했지만, 실제로 사용된 단어는 '차단'이다.

'대량살상무기 수송수단'이란 표현은 아마도 미사일 같은 것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질'이란 표현은 무엇을 가리키는지가 모호하다. 이런 표현으로 인해 PSI는 비료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물질도 그것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압수하도록 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가 가동된 기간(1991~2003년)에 이라크는 연필에 들어있는 흑연이 무기 제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연필의 수입을 방해받은 적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PSI 참여국들은 국제법에 따른 제재로서가 아니라 그들 자신의 주도로 자국 영해는 물론 공해상에서도, 다시 말해 특정 국가의 영해에 속하지 않는 먼 바다에서도 금지대상 화물을 수송한다는 '합당한 의심'을 갖게 하는 배라면 그게 어떤 배든 탑승해 수색하고 화물을 압수할 수 있게 돼 있다. PSI 참여국들은 대량살상무기를 확산시키는 나라로, 또는 그런 나라로부터 금지대상 화물을 수송한다는 '합당한 의심'을 갖게 하는 비행기에 대해서는 착륙을 요구하고 화물을 압수할 수 있게 돼 있다. 만약 비행기가 착륙하기를 거부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아마도 대량살상무기를 화물로 수송하고 있었다는 주장에만 근거해 발사된 대공포에 맞아 추락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을 이라크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지만, 결국 이는 터무니없는 주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PSI의 주장도 이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국제기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첩보'에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 PSI가 사용하는 '합당한 의심'이라는 표현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합당한 의심'을 근거로 PSI 참여국들이 하게 될 행위들은 국제법상 전쟁행위가 된다. 이런 이유에서 인도가 PSI에 참여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년여 전에 콜린 파월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인도에 대해 PSI에 참여하도록 압박을 가할 때만 해도 인도의 고위 관리들이 그 합법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의 인도는 PSI 참여국이 되는 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월에 열린 제7차 아시아 안보회의(Asian Security Conference)에서 프라납 무케르지 인도 국방장관은 해상 경로를 통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은 "최대의 문제점들 가운데 하나"라면서 "PSI 같은 이니셔티브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케르지 장관은 해상 경로를 통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과 같은 위협에 대처하는 데는 인도의 해군과 연안경비대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5월 21일에는 아룬 프라카시 해군 참모총장이 "인도가 PSI에 참여한다면 국제문제에 있어서 인도의 지위가 높아져 우리가 핵심 국가들 가운데 하나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05년 9월에는 인도 해군이 미국 해군과 함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항공모함이 앞장서고 미사일 구축함, 프리깃함, 헬리콥터, 첩보기, 전투기도 동원된 이 합동훈련에서 인도 해군은 공해상에서 선박의 운항을 '차단'하는 훈련과 더불어 선박에 대해 임검, 승선, 수색, 나포하는 훈련도 받았다. 인도의 고위 관리들은 이 훈련과 PSI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미사일 방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공세적 동맹**

'새로운 틀' 협정에는 인도와 미국 두 나라의 군이 "미사일 방어와 관련해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절도 있다. 인도 국민에게 심각한 위험이 될 요소가 들어 있는 대목이다.

2001년 5월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전략 틀(new strategic framework)'을 선언했다. 그 안에는 국가미사일방어(NMD) 계획, 즉 미국을 향해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지점에 떨어지기 전에 그것을 공중에서 요격함으로써 미국을 방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계획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는 30년 동안 유지돼 온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협정(ABM)의 제약을 넘어서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었다. ABM 협정은 핵무장한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에 대항해 유효한 자기방어 체제를 갖추어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자국의 핵무기를 다른 나라들에 대해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논리에서 성립된 것이었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자기방어 체제를 갖추려는 나라가 있을 경우 다른 나라들은 그 나라의 방어막을 뚫을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 보유량을 늘리려고 할 것이며, 결국은 위험한 군비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부시의 '새로운 전략 틀' 선언은 폭넓은 비판에 부닥쳤다. 중국의 관영 신문인 〈차이나 데일리〉는 부시의 계획은 전 세계에 "절대적인 군사적 우위"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신문은 미국이 그러한 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기존의 세계적 안보균형을 깨뜨리고 국제적으로 새로운 군비경쟁을 촉발할 것이며, 그동안 국제적인 군축 노력을 통해 달성된 것들을 파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가 하면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30년 동안 유지돼 온 군축협정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제적 안보 문제들을 풀어낼 수 있다고 우리가 확신하게 할 만한 논거를 미국은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미국의 계획에 대해 '매우 진지한 질문들'을 던졌다. 전 세계 시민들의 여론은 훨씬 더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인도의 바지파이 총리 정부는 미국의 계획이 핵군축으로의 일보전진이라고 기이한 정당화를 해줌으로써, 부시의 선언을 공개적으로 환영한 몇 안 되는 국가들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인도가 부시가 추진하기로 한 새로운 체제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를 놓고 인도와 미국 간 협의가 시작됐다. 2004년 1월 1일 부시는 인도와 '미사일 방어'에서의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다음 단계(NSSP, Next Steps in Strategic Partnership)'의 체결을 선언했다. 인도 정부는 황홀해 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의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다음 단계는 독보적이며 대단한 것"이라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바지파이 정부는 5개월 뒤에 붕괴했고, 새로 들어선 국민회의당 주도의 통합진보연합(UPA, United Progressive Alliance) 정부는 처음에는 미사일 방어에 대해서는 발언을 신중하게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UPA 연정의 '공통 최소강령'은 독립적인 외교정책 유지에 관한 몇 가지 일반적인 원칙을 포함하고 있었다. UPA 연정이 공식 출범한 직후인 5월 말, 미국과 인도 사이에 전략적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 '인도-미국 방위정책그룹(Indo-U.S. Defense Policy Group)'이라는 포럼이 회합을 가졌다. 이 회합에서 미국 대표단이 미사일 방어에 관해 설명했으나, 이에 대한 인도 측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다음해까지 이 문제에 관한 양국 간 교류가 몇 차례 더 있었다. 그 중 하나로 2005년 4월에 인도 대표단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실시된 미사일 방어 훈련을 참관하기도 했다.

인도 정부의 국가안보 자문관인 사티시 찬드라는 2004년 8월 '델리 정책그룹(Delhi Policy Group)'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미사일 방어의 진정한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는 핵무기를 선제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패러다임 시프트 중 일부"라고 말했다. 이 연설에서 찬드라는 미국이 핵무기에서 해방된 세계를 실현하는 노력을 외면하고, 그 대신 "핵무기를 보존하기 위한 새로운 명분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ABM 협정을 폐기하고 탄도미사일방어 체계를 개발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은 미국인들의 전략적 사고가 패러다임 시프트를 거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조짐이며, 이는 곧 미국이 선제적인 방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 것임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1970~80년대의 핵무기 축적은 주로 그것이 억지력이 된다는 논리를 근거로 해서만 정당화됐다. 그러나 이제 핵무기 사용론자들이 핵전쟁이 아닌 전쟁 상황에서도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 시작했다.

찬드라의 반란은 소용이 없었다. 결정이 이미 내려진 뒤였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 멀포드 미국 대사는 〈포스(Force)〉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인도는 미사일 방어에 대해 '단지 이야기만 하는 단계'는 넘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술과 시스템에 관한 논의가 이미 있었다. (…) 내 눈에 보이는 단 한 가지 문제는 그것이 기술적으로 복잡한 주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러 세대의 가용한 시스템들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쟁점은 어떤 시스템이 어디에 요구되는가를 정하는 것이다.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다."

일본의 미사일 방어를 위해 수립된 시스템을 살펴보면 인도에 대해 계획될 수 있는 시스템이 어떤 것일지를 추측할 수 있다. 일본 시스템은 지상요격 미사일(ground-based interceptor missile)을 일본 국내에 배치하고, 해상요격 미사일(sea-based interceptor missile)을 일본 주변에서 운영되는 미국 이지스 구축함에 배치하는 것이다. 일본 시스템의 세 번째 요소는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것으로, 신형 보잉 747 제트기의 기수 부분에 레이저 광선을 쏠 수 있는 장치를 다는 것이다. 이런 장치를 단 신형 제트기는 중국 연안을 24시간 비행하다가 중국이나 북한에서 미사일이 발사될 경우 즉각 그 미사일을 향해 레이저 공격을 가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나 이런 항공 레이저 무기 개발계획은 개발 단계에서 기술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가 계획대로 가동된다 하더라도, 인도는 일본보다 국토 규모가 훨씬 크다는 문제점이 남는다. 인도는 일본보다 방어하기가 더 어렵고 방어하는 비용도 더 많이 들 것이다. 인도의 경우에는 미사일 방어체계가 국토 전체가 아닌 일부 선정된 군사지역이나 대도시 지역만을 방어하는 것으로 계획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서 어떤 선택이 이루어지든 미사일 방어체계가 도입된다면 아마도 중국이 그런 방어체계를 압도하기 위해 더 많은 미사일을 축적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이미 대만에 대해 취하고 있는 대응태도를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인도는 중국에 대한 보복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그니 3호(Agni-3)' 미사일을 더 많이 축적하고 그 미사일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것으로 다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인도 국민들은 이런 상황전개가 지닌 비이성적 성격, 그것이 초래할 막대한 비용부담과 심각한 위험,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이익에 봉사하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아시아판 나토의 핵심 고리로서의 인도**

인도 국민들은 인도가 미국이 지원하는 폭 넓은 아시아 군사동맹에서 핵심 고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003년 이후에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2003년에는 미국과 인도의 관리들이 아시아판 나토(Asian NATO)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물론 그 논의의 내용과 그 속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다.

동맹이라는 것은 무언가 대적할 것이 없다면 무의미한 것이다. 나토는 원래 소련에 대항하는 동맹으로 형성됐다. 아시아판 나토의 주된 타깃은 중국이다. 인도의 군부, 특히 해군은 아시아판 나토가 지향하는 이런 목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여 왔다. 최근의 '해양 독트린'에 따르면 인도 해군은 "인도양 지역의 관문들, 주요 섬들, 필수 무역항로들"을 장악해야 한다. 또한 인도 해군은 2004년 말 이전에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의 해군과 함께 인도양 지역에 대한 정찰활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이에 따라 인도 해군은 '동방지향(Look East) 프로그램'의 실행에 들어갔다. 인도의 함선들이 일본 및 베트남의 함선들과 해상훈련을 하는 동시에 동남아시아에 친선사절단을 보내거나 베트남, 필리핀, 한국, 일본의 항만을 방문했고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의 해군과 함께 합동 해양순찰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 목적은 중국 인근에 있는 국가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 인도 해군 병사들로 하여금 잠재적인 군사작전 지역인 남중국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 인도 해군이 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인도 정부가 해군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 있는 기지들을 대대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 관련 보고서는 인도의 '원동해군사령부(FENC, Far Eastern Naval Command)' 설치계획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그 경위를 설명했다.

"원동해군사령부 설치 계획은 1995년 미국 워싱턴에서 나라심바 라오 당시 인도 총리와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비밀회동 이후 구체화됐다. (…) 미국이 원동해군사령부 운영비용의 일부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됐다. 왜냐하면 원동해군사령부의 운영에서 인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그것은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안보체제의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미국의 자금지원은 클린턴이 인도를 방문한 2000년에 분명해졌다."

인도는 베트남과 특별히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 왔다. 과거 미국 제국주의에 대항한 영웅적인 투사 국가였던 베트남이 이제는 비극적이게도 미국과 간접적인 동맹관계를 맺은 셈이 됐다.

인도는 베트남으로 군사적 판매를 늘려가고 있고, 베트남에 항공기 정비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게릴라전에 대응하고 밀림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데 필요한 장교들을 파견하고 있다. 인도의 연안경비대와 베트남의 해양경찰은 해적들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데서도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베트남의 해군 증강 노력을 돕고 있고, 베트남에 프리트비(Prithvi) 미사일을 판매한다는 데 이미 '원칙적'으로 동의한 상태이며, 인도의 핵 관련 시설에서 베트남의 과학기술자들을 훈련하고 있다. 또한 인도는 베트남이 소형 무기를 생산하기 위해 자체 군수산업을 발달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인도 해군은 베트남 해군과 공동으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인도가 베트남에 미사일 기술을 전수해주는 대신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항구이자 자연적으로 깊은 수심을 가진 항구인 캄란 만을 인도군이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베트남에 요구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인도 사이의 유대관계도 강화되고 있다. 해상자위대로 알려진 일본 해군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지원하기 위해 인도양 지역에서 작전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작전활동은 2005년 4월의 특별입법에 의해 그 기간이 연장됐다. 이 작전활동이 특별한 중요성을 갖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선례가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이 1945년 이후 처음으로 해외의 군사작전에 참여한 것이다. 일본군을 지칭하는 '자위대'라는 명칭은 이제 시대에 뒤진 것이 됐다. 이번 작전기간에 일본 해군 함정들이 인도의 항구시설들을 사용하고 있다. 2004년 5월에 일본은 중국의 세력 강화에 맞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인도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수립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따라 2005년 4월에 인도 총리와 일본 총리가 만나 양국 간 '글로벌 파트너십'의 원칙을 확인하면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두 나라 총리는 두 나라 해군과 마찬가지로 연안경비대 차원에서도 효과적인 협력의 틀을 수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0년에 조지 페르난데스 당시 인도 국방장관은 인도양에서 남중국해에 걸친 해상에서 해적행위에 단속하고 대항하는 일에서 베트남과 일본이 인도의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육군대학의 연구보고서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항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에 던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인도는 태국, 호주, 싱가포르, 그리고 미국과도 방위협력을 증강시킬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도 당연히 이 목록에 포함될 수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과 '인도 산업연합'의 공동 회의에서 시암 사란 인도 외무장관은 연설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를 향한 인도의 방침을 명쾌하게 진술했다. 그는 "현재 아시아에서 중요한 세력재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갖춘 '글로벌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인도가 "아시아에서 확대된 균형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 지역의 안보상황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이 지역에서 '하나의 안보 패러다임'에 의한 규율 속으로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을 끌어들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육군대학의 연구보고서, 아시아판 나토의 이점 나열**

아시아판 나토는 미국에 어떤 이점이 있는가? 첫째, 지역적으로 제한된 안보체제는 중국의 과도한 야망과 탈레반화한 이슬람의 확산이라는 두 가지 커다란 국제적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 내 해법이라는 점에서 미국에 유리하다. 둘째, 이 구상은 전적으로 아시아 지역 안에서 유래한 것이어서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곳에 미군 병력을 배치하는 데 따르는 것과 같은 반발을 불러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것은 미군이 보다 넓은 지역에 주둔하거나 미국이 군사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을 결코 방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심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그것은 인도가 강대국의 야망을 품지 않는다면 그 모든 구상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점이다. 인도가 강대국, 즉 '아시아에서 중국에 대항하는 균형추'라는 자기의식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야 인도가 광범위한 '반 중국 동맹'을 추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인도가 자국의 '현시된 운명'을 따르도록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가 자국의 '현시된 운명'에 확신을 갖고 강력하게 그 운명의 길을 걸어 나가도록 하는 것이 긴요해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인도 정부가 지리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하고, 자국의 중대한 국가이익을 증진하는 일에서 소극적이던 태도를 버려야 하며, 친구와 적에 대해 동일하게 유화적으로 대하던 습관적 태도도 버려야 한다. 인도가 이런 방향으로 교정되려면 인도 정부가 자국의 전략적 이익과 초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도록 하고, 입증되고 검증된 핵융합 기술을 획득하도록 하고, 일정한 사정거리까지 대륙간탄도탄을 보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조처가 신속하게 취해지지 않는다면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로 여겨지는 다른 나라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인도가 중국에 대항하는 데 효과적인 균형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정부가 인도를 존중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도가 강대국 야망을 갖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 인도의 외교정책이 미국의 전략적 구도에 더 많이 종속될수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인도의 노력에 대해 미국이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의회에서 인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자 하는 데 대해 미국이 그동안 지지를 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때가 오면 우리가 무시당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믿을만한 이유를 나는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과 인도 간 동맹의 전망은 인도의 지배자들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미국은 지금 세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군사적 우위를 누리고 있는 게 분명하고, 따라서 미국은 인도에 새로운 세계적 지위를 보장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둘째,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의 인도 상류계급, 그리고 도시 중산계급의 상당부분이 미국의 세계적 헤게모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사는 친지를 갖고 있고, 그들 중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미국기업 또는 미국에 봉사하는 인도 내 기업(예를 들어 IT부문의 기업들)에서 일하고 있으며, 최근 15년 간에 걸쳐 급증한 외국계 미디어 또는 내자계 미디어가 인도 사람들에게 미국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의식을 강화시켰다. 인도의 '강대국 프로젝트'를 미국이 공식적으로 뒷받침하는 움직임은 미국과 인도 간의 전략적 동맹에 대한 중상류층 인도인들의 지지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 틀림없다. 이런 계층의 인도인들은 수로는 적은 규모이지만 인도 내 여론을 형성하는 데서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인도 사회에 폭넓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인도 간 동맹이 순항하도록 모든 상황이 원활하게만 굴러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게 하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째,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과대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도 절대무적이 아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저항세력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력은 전 세계적으로 지나치게 확장되면서 일종의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다. 더 중요한 것으로, 미국의 전 세계적인 헤게모니를 떠받쳐줘야 하는 경제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인도의 글로벌 강대국화'에 대한 미국의 보장은 생각보다 취약한 것일 수 있다.

둘째, 인도가 '글로벌 강대국'으로 비쳐지는 것이 인도 지배계급 내부의 정치적 난제들을 해결해줄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 계급질서의 상층부는 지난 20여 년간 일어난 변화 덕분에 더 부유해졌지만, 같은 기간에 인도인들 대부분의 생활형편은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부분의 밑바닥 서민들이 인도 국내 정치무대에서 벌어지는 여러 격변의 배경이다. 이들은 매우 절박한 가난 속에서 살고 있으며, 인도가 글로벌 강국의 지위에 올라야 한다는 선전에 그다지 넘어가지 않는다.

지금 인도 경제의 성장궤도도 이런 상황을 다르게 변화시킬 것 같지 않다. 국민소득이 성장하더라도 더 빠른 속도의 불평등 확대가 수반된다면 노동하는 계급들에 돌아가는 성장의 편익이 무엇인지가 모호해진다. 성장과 더불어 고용이 늘어난다면 노동하는 계급들에도 혜택이 돌아가겠지만, 그동안 고용의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일자리를 구하는 인구의 증가를 감안하면 오히려 그동안 인도에서는 실업자만 급속히 늘어났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외국계 및 국내의 기업부문에 여러 가지 기회를 만들어주는 반면 인도의 소농 농업을 파탄시킬 큰 변화가 곧 일어날 참이다. 이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인도의 실업 문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고, 인도의 정치도 그동안보다 훨씬 더 격동하게 될 것이다.

셋째, 오늘날 미국은 쇠락하는 자국의 제국주의적 힘을 보강하기 위해 엄청난 군사적 모험주의의 길에 올라선 상태다. 이 점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가치가 있는 주제이지만, 여기서 우리가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볼 여유는 없으니 몇 가지 사례만 언급하겠다.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점령은 세계 석유자원에 대한 최대한의 물리적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보다 폭넓은 계획의 일부다. 미국의 저명한 탐사 저널리스트인 세이무어 허시는 미국 정부가 2004년 여름부터 이란 내에서 비밀 정찰활동을 벌여 왔으며, 그 목적은 이란의 군사적 인프라를 최대한 파괴하기 위한 폭격과 기습공격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2005년 1월 24일자 〈뉴요커〉지에 게재된 '다가오는 전쟁'이라는 기고를 통해 폭로했다. 이런 미국의 계획 실행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것은 아마도 미국의 군사력을 계속 묶어둔 이라크 국내의 지속적인 저항이었을 것이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군사적 계획들은 그 성격이 장기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모험주의적 성격이 덜한 것이 아니다. 로버트 카플란은 2005년 6월 〈애틀란틱〉지에 게재된 '우리는 중국과 어떻게 싸우게 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국방부 전략가들은 '새로운 냉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도 견제당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유럽의 도움을 받아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에서 '혁명'을 지원했다. 그 목적은 러시아를 에워싸는 미국의 동맹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석유가 많이 매장된 카스피해 연안지역에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한 안보조직'을 수립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은 상태다. 미국은 2002년 9월에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을 통해 미국의 지구적 헤게모니에 대해서는 물론 지역적 헤게모니에 대해서도 경쟁세력의 등장을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미국은 이런 자국의 과제들을 실현하는 데서 다른 나라들의 지원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미국은 동맹국들 내부에 '미국의 비호 아래 우리나라를 강대국 지위에 오르게 하겠다'는 꿈을 품는 자들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2005년 10월에 광범위한 전략적 협약을 체결한 일본이 그 두드러진 사례다. 미국은 최근 여러 해에 걸쳐 일본으로 하여금 자국 군사력에 대한 헌법상의 제한을 폐기하고 자국 군대를 해외에 파견하도록 체계적으로 격려하는 태도를 취해 왔다.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 내부의 수구적 정서에 노골적으로 호소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 고의적으로 도발하는 행동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가 전쟁범죄자들을 추모하는 행위를 거듭했는데, 미국은 이런 고이즈미 총리를 계속 지지해 왔다. 미국은 또한 우주공간을 군사화하는 프로그램에 일본을 주요 파트너로 참여시켜 왔다.

미국은 2002년 3월 중국, 러시아, 점령 전 이라크, 북한, 이란, 리비아, 시리아 등 적어도 7개 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으니 준비를 갖추라는 지침을 군에 내리는 내용을 포함한 '핵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까지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특정한 전쟁터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공격을 견뎌낼 능력을 갖춘 적에 대해서는 핵무기나 생물화학 무기로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고 '예기치 못한 군사적 상황이 전개되는 경우'에는 소규모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비한 무기를 개발해 갖추어야 한다고 방향제시를 하고 있다. 이 문서는 아랍과 이스라엘 간 분쟁, 중국과 대만 간 전쟁, 북한의 남한 공격과 같은 경우에는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간단히 말하자면, 핵무기는 더 이상 '억지력'으로만 고려돼야 할 것이 아니며,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국가들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런 내용의 정책을 선언했다는 사실 자체가 미국의 잠재적 적들에게 모종의 신호를 보내는 효과를 의도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이 전 세계인에 대한 도발과 테러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세력들과 다양한 인물들이 바로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고, 더 나아가 그러한 길에서 마주치게 될 충돌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주요 군사강국들의 움직임을 보면 우선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가까워지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나라는 일방주의와 무력사용에 반대하는 동시에 다자주의, 유엔의 역할 강화, 우주공간의 평화적 이용, 국제문제에 있어서 그 어떤 독점이나 지배권 주장이 없는 세계질서의 구축을 지향하는 '세계질서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the World Order)'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두 나라는 중앙아시아의 4개 나라와 함께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라는 군사동맹을 결성하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 두 나라가 최근 1만 명의 병력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구상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는 두 나라의 직접적인 전략적 이익과 관련되는 영역에 국한돼 있다. 미국의 구상에 대한 반대는 세계 민중의 차원에서 가장 격렬하고 폭넓게 표출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다수의 여론조사들에서도 확인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전 세계에 걸쳐 전개되고 있는 대중투쟁(popular struggle)에서 확인된다. 미국이 자국의 뒷마당으로 간주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은 전례 없는 고립상태에 빠졌다. 조지 부시도 최근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했을 때 바로 이 점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의 민중들도 그들의 지도자들과는 달리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인도의 지배자들이 인도가 미국의 군사동맹에 참여하는 계약에 서명해주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수구반동적인 세력에 인도를 묶어두는 행위가 되는 동시에, 전 세계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는 반미세력들의 반발 대상이 되는 지점에 인도를 위치시키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인도를 이런 식으로 묶어두는 것은 인도의 민중에게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 예를 들어 인도의 군비지출이 크게 늘어나거나 인도가 전쟁을 비롯한 보복행위의 표적이 될 위험이 증대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인도의 민중은 미국의 구상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에게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잠잘 곳도 가져다주지 못하는 헛된 '강대국 지위'의 환상에 인도가 속박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번역=이주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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