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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농협중앙회를 포함한 전세계 120여개 국의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제네바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148개 회원국 중 85%인 128개 국을 대표하는 농민단체 지도자 50여 명은 22일(현지시간) 제네바에 모여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에서 각국의 다양한 농업이 공존할 수 있는 농업협상의 세부원칙을 마련해줄 것을 WTO 고위 관계자들에게 호소했다.

정대근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한 각국 농민단체 대표들이 제네바에 모인 것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는 DDA 협상의 1차 시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 왔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12월 홍콩 WTO 각료회의에 즈음해 공정한 DDA 농업협상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데 이은 후속행동의 성격도 띠고 있다.

정대근 회장은 유럽연합(EU), 일본,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등 뜻을 같이하는 주요국 농민단체 회장들과 함께 이날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농업협상을 관장하는 크로퍼드 팔코너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회장단은 이 자리에서 최근 DDA 농업협상이 수출국의 이해관계만 반영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수입국과 수출국의 입장이 균형 있게 반영되도록 협상을 공정하게 진행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선언문을 전달했다.

정대근 회장은 농업협상에서 관세를 대폭 감축하자는 미국과 농산물수출 개도국그룹(G20) 등의 급진적인 주장은 수용할 수 없으며 더구나 관세상한 설정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쌀과 같은 민감품목의 범위와 신축성을 제한하는 것은 회원국 간 형평성에 어긋나며 일방적으로 수입국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전달했다고 면담에 배석한 김진국 농협중앙회 주제네바 자문관은 전했다.

정 회장을 포함한 세계각국 농민단체 대표단은 이에 앞서 제네바 인터콘티넨털 호텔에 모여 각국의 다양한 농업이 공존할 수 있도록 수출국, 수입국, 선진진, 개도국의 입장을 균형 있게 협상세부원칙(모댈리티)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이들은 또 공동 기자회견에서 소수 수출국 위주로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상 모댈리티가 채택될 때까지 농산물 수입국의 농민단체들 사이의 연대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들의 연대 활동에는 EU의 양대 농민단체인 COPA의 루돌프 슈바츠벡 회장, COGECA의 도널드 캐쉬먼 회장, 미국 전국농민연맹의 데이비드 프레드릭슨 회장, 캐나다 낙농단체 회장단 등이 각자의 나라 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동참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국 그룹에서는 정 회장 외에 일본 전중(全中)의 미야타 회장, 노르웨이 농민연맹의 요한슨 회장, 스위스 농민연맹의 월터 회장, 아이슬란드 농민연맹의 소리게슨 회장 등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아프리카와 인도, 인도네시아, 니카라과, 스리랑카 등의 농민단체 대표들을 포함하면 이번에 제네바에서 연대활동을 하는 세계 농민단체 대표자의 수는 50여 명에 달한다.

한편 이들 대표는 23일 EU, 캐나다, 인도네시아, 한국, 일본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과 만나 공동선언문을 전달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한국과 스위스, 일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이 참여하는 농산물 수입국그룹(G10)의 농민단체 대표들과 24일 별도로 만나 내부결속과 공조를 한층 더 강화할 것을 다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