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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총재 "정책결정 과감하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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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총재 "정책결정 과감하게 하겠다" 3일 취임…경제에 대한 독립적 의견표명 의지도 밝혀
이성태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취임 일성으로 "때에 따라서는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이 총재의 이런 발언은 역대 한국은행 총재들의 취임 직후 발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며, 앞으로 한국은행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총재는 정부에 대해 한국은행이 중립성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강하게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날 그가 밝힌 적극적 통화정책 운용 방침이 앞으로 어떻게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이날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들어 경제구조 및 경제주체들의 행태가 크게 달라지고 경제변수 간의 인과관계도 불투명해짐에 따라 미래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앙은행은 정책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이런 실기를 하지 않으려면 '불확실성의 위험도 감수하는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가 이처럼 '과감한 정책결정'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과거에 정책금리 조정의 적절한 시점을 놓쳐 경제 전체에 부작용을 초래했던 것에 대한 반성인 동시에, 한국은행이 그런 '정책적 실기'를 하는 데 종종 원인으로 작용했던 재정경제부 등 정부쪽의 간섭과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정책금리 조정에 실기를 한 대표적 사례로 한국은행 관계자들은 2002년 초의 경우를 꼽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01년 9.11 테러 직후 금융통화위원회가 경기하강을 우려한 나머지 콜금리를 무려 0.5%포인트나 인하해 4%로 떨어뜨리는 경기부양적 금리조정을 했는데, 이듬해 초부터 신용카드 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경기부양 정책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2002년 초부터 콜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학계 전문가들은 물론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전철환 총재가 물러나고 박승 총재가 취임하면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제때 정책금리에 손을 대지 못했고, 5월에 가서야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이미 거품은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이성태 총재가 '과감한 정책결정'을 내세운 것은 바로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이다.

이성태 총재는 또한 "국민들 사이에 주요 금융경제 현안에 대한 중앙은행의 중립적인 의견과 합리적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거시경제에 대한 객관적 평가자 및 정책조언자로서 한국은행의 역할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관련 기관의 전문가와 활발히 의견을 교환하여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구사해온 보수적이고 신중한 어법을 감안하면, 이 발언도 예사롭지 않다. 이는 '금융경제'뿐 아니라 '거시경제'에 대해서도 한국은행의 '중립적'인 의견과 '합리적'인 대안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겠다는 취지이며, 따라서 재정경제부가 책임지고 있는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한국은행이 논평을 가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성태 총재는 이와 함께 "지난해 말부터 재현되고 있는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를 관찰하고 있다"고 밝혀,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부동산시장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뜻을 내비쳤다.

이날 이 총재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은 다음과 같다.

- 일각에서 강성 혹은 '매파'라는 평가가 있는데.

▲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른바 '매파적'이라는 지적은 그때그때의 상황에서 판단해야 할 부문이다. 상황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고, 상황이 달라지면 그 상황에 적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물가가 위험하면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 하고, 다른 부문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 태도전환의 시점에 대해 7명의 금융통화위원들이 매달 고심하고 있고, 2000여 명의 한은 직원들이 고민하고 있다.

- 부동산시장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 부동산 문제는 최근 몇 년 간 우리 경제의 중요한 관심사가 됐고,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통화정책 기조와도 관련이 있다. 지난해 말 이후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부동산시장 불안에 대해 한은도 상당한 우려를 갖고 관찰하고 있다. 부동산이 통화정책의 주 목적은 아니지만 통화당국의 상당한 관심사임은 분명하고, 한은은 자체적으로 금융안정분석국과 조사국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 동향을 수집하고 있다. 다만 한은은 부동산 문제를 분석해서 구체적인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다.

- '통화주의자'라는 일부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통화정책이라는 것이 통화현상을 다루는 것인데, 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긴축적으로 가는 것이 맞고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완화 쪽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과거에도 밝힌 바 있다. 돈이 너무 많은지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물가, 성장, 부동산시장 거품, 주식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를 봐야 한다고 보는데, 이런 입장을 두고 일부에서 통화주의자로 평가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머니터리스트(Monetarist)'와는 다르다.

- 경기상황에 대한 평가는.

▲ 지난해 상반기께 이후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의 경우 지표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상당히 확장세가 빠르고, 올해도 속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 부총재 인선에 대해.

▲ 인사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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