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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도하라운드 협상 재개…타결전망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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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도하라운드 협상 재개…타결전망 '흐림' 제네바에서…미국-EU-개도국 '삼각갈등'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사전협상을 개시한 데 이어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아젠다(DDA) 무역협상이 재개된다.

149개 WTO 회원국들은 18일부터 총 4일간 DDA의 '백미'인 동시에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농산물 협상과 비농산물 시장접근(NAMA) 협상에 돌입한다. 농산물 협상에서는 관세감축을 포함한 시장접근, 국내보조, 수출경쟁 등이 논의될 예정이고, 비농산물 시장접근 협상에서는 관세감축의 공식, 개도국에 대한 신축성 허용, 미양허 품목의 처리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DDA 협상의 전체 일정상 이번 농업 및 비농업 시장접근 협상은 DDA의 세부원칙(모댈리티)을 마련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이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 DDA의 세부원칙이 마련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것이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국내외 통상전문가들 "DDA 세부원칙 마련하기 힘들 것"**

지난해 말 홍콩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서는 △올해 4월 말까지 DDA의 세부원칙을 마련하고 △7월 말까지 WTO의 모든 회원국들이 이 세부원칙에 맞춘 이행계획서를 제출하며 △올해 말까지 DDA 협상을 타결한다는 일정을 정했었다. 이어 올해 1월 제네바에서 개최된 DDA 협상에서는 △4월 30일까지 농산물 보조금과 공산품 관세의 감축 공식을 마련하고 △4월 마지막 주나 5월 첫째 주에 각료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일정이 보다 구체화됐다.

DDA 협상 현안에 대해 농산물의 수입국·수출국, 공산품의 수입국·수출국, 선진국·개도국 간 입장차이가 큰 가운데 얼핏 보기에도 무리해 보이는 이같은 일정이 잡힌 것은 미국이 자국의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7월 1일에 만료된다면서 그 전에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의 TPA 때문에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한미 FTA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국내외 통상 전문가들과 외교관들은 물론 WTO 협상 담당자들도 이런 시한에 맞춰 이번 협상에서 DDA 세부원칙이 완성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유럽연합(EU)의 피터 만델슨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나는 우리가 이 마감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 하지만 (국가들 사이의 견해) 차이가 여전히 너무 커 시한 내 타결은 매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도 최근 협상타결 가능성에 대한 염려를 내비치며 미국, EU, 브라질, 인도 등 DDA 협상의 핵심 4개국이 원래의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즉 미국은 농업 보조금의 감축에 동의해야 하고, EU는 농산물 관세를 대폭 인하하는 데 협조해야 하고, 브라질과 인도는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는 데 동의해야 하며,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미국, EU, 브라질, 인도 '동상이몽'**

일각에서는 이번 DDA 협상의 구조를 "거래의 기본 삼각형(basic triangle of trade-offs)"이라고 부르고 있다. 여기서 '삼각형'이란 미국과 EU는 개도국들에 공산품 및 서비스 시장을 더 개방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브라질이 이끄는 개도국들은 EU(와 인도)가 농산물 관세를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개도국과 EU는 미국에 국내 농업보조금을 감축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3중상황을 뜻한다.

한편 인도는 이번 DDA 협상에서 선진국들이 '가장 걸리적거리는 국가'로 꼽는 나라다.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이 각각 124.3%, 59%로 세계 주요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인도는 이번 DDA 협상으로 이득을 볼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인도는 DDA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국과 EU가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데만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한 EU의 공식적인 입장은 개도국들이 공산품과 서비스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는 한 농산물 관세를 감축하고 관세 예외품목의 수를 줄이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EU 회원국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프랑스와 폴란드는 DDA 협정의 타결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영국, 독일, 북유럽 국가들은 DDA 협정의 타결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세계 1위의 수출국인 독일은 이 협정을 꼭 타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평균관세율이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인 미국은 EU와 개도국들에 더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동시에 국내 농업보조 정책 등을 지키는 데 힘을 다하고 있다. 미국 대사인 피터 알제이어는 "미국 농부들은 우리에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시장개방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DDA에 대한 국내의 반대 목소리를 이번 협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번 농산물 협상과 비농산물 시장접근 협상에서 주시해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가 개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와 높은 수준의 FTA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측은 개도국 지위를 얻더라도 그 대가로 관세감축 폭 등에서 양보를 하면 이익을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한 농업협상에서는 관세감축 폭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될지, 민감품목 및 특별품목 인정 비중이 몇 퍼센트나 허용될 지가 주목되고 있다.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현재 농산물에 부과하는 평균관세율은 63.1%다. 우리나라는 총 1452개의 관세부과 대상 농산물 품목 중 관세감축에서 제외되는 '민감품목'이 적어도 10%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나라는 관세 감축과 관세할당물량의 적용을 받지 않는 '특별품목'의 비중도 20%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민감품목 및 특별품목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쌀, 마늘, 고추, 쇠고기 등이다.

그러나 농산물 수출국인 미국과 EU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의 비중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령 민감품목의 비중에 대해 미국은 1%, EU는 8%를 주장하고 있다.

***DDA 협상과 한미FTA 협상을 동시에?…협상력 분산 우려**

우리나라는 이번 농산물 협상과 비농산물 시장접근 협상에 각각 배종학 농림부 국제농업국장과 박재현 외교통상부 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우리 정부는 다자간 협상인 DDA 협상과 양자간 협상인 한미 FTA 협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형편이라 '협상력의 분산'도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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