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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성들과 밀려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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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여성들과 밀려난 여성들 [먼슬리 리뷰] 미국 여성운동 40년 (3)
어떤 것은 극적으로 변한 반면에 어떤 것은 변함없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누가 수혜자이고 누가 비수혜자인지를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령 최근에 가장 많은 혜택을 입은 여성들은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종사하게 된 이들이다.

그러나 요한나 브레너(Johanna Brenner)가 지적한 바대로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진출한 여성들이 성공하게 된 것은 노동시장에서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과 같은 '개별화된 해법' 덕분이었다. 여성들은 여성에 대한 대학이나 전문학교의 입학문호 확대를 요구해 왔고, 노동시장에 대한 보다 넓은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에서 법적 수단을 동원하거나 소송을 활용해 왔다. 이들의 성공은 남녀 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해 왔고, 직업상의 남녀 구분 및 차별의 철폐에도 부분적으로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개별화된 해법의 혜택은 대부분 백인여성이나 이미 그러한 해법을 이용할 능력이 있는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유급노동시장에 진입했다고 계급이동된 건 아니다

여성 문제에서 인종과 계급도 중요한 요소임을 우리는 통계수치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지적은 참신하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여성들 사이에 나타나는 최근의 추세는 인종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는 1990년대에 백인여성과 흑인여성 사이에 나타난 직업상 차별의 증가와 최근에 젊은 백인여성과 젊은 흑인여성 사이에 나타난 고용률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유급노동시장에 진입한 여성들 대부분은 계급의 변화는 이루지 못했다. 미국의 계급 이동성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연구는 계급 이동성이 점점 낮아져 왔음을 보여준다.

자녀가 있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자녀를 둔 여성 모두가 노동시장에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빈곤가정의 75%가 18세 미만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있는가 여부는 여성이 노동시장에 얼마나 잘 진입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예고지표로 여전히 활용된다. 남편이나 보조부모(second parent)가 있을 경우에는 자녀의 유무와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사이의 관련성이 낮아지지만, 그런 경우에도 아이를 기르는 일차적인 책임은 여전히 여성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만으로는 앞에서 논의한 여성 관련 추세들을 다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앞에서 논의한 추세들이 노동계급의 여성이나 유색인종 여성이 엘리트 여성이나 백인 여성에 비해 권력이나 개인적 자원을 적게 가졌기 때문이라거나 자녀를 두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거나 임금을 많이 받는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추가로 조직화 또한 중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노동계급 여성을 포함해 모든 여성들은 자신들이 지닌 힘을 발휘하기 위한 개별적이고 집합적인 시도를 해왔다. 그리고 여성들의 힘이 행사되는 구체적인 방식은 권력이나 자원이 분배되는 방식이나 사회적 재생산이 조직되는 방식에 의존했다.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주장하는지에 따라 투쟁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넬슨 리히텐슈타인(Nelson Lichtenstein)은 미국 노동운동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노동계급을 포괄적이고 집합적으로 조직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노동운동은 예컨대 보편적 보건의료 체계를 수립하기 위해 투쟁하기보다는 개별 기업별로 보건의료 보장을 얻어내거나, 모든 노동자를 위해 노동조건이나 고용기회를 개선하는 투쟁을 하기보다 노조 조합원의 이익을 앞세우는 투쟁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들 대부분은 노조운동의 바깥으로 밀려났고, 노조는 보건의료 체계나 퇴직 후 생활 보장과 같은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입법적 성과도 개별적 소송을 통해야 실현돼

2차 세계대전 직후 전개된 미국 노동운동의 과정에서 특히 주변화된 집단은 여성과 유색인종이었다. 그들은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인종이나 성별 등에 따른 고용차별을 금지하고 동일 노동을 수행하는 남성과 여성에 대해 동일 임금을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기념비적인 법안의 통과를 추구한 1960년대의 시민권 운동은 그러한 대안 모색의 한 가지 표현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민권 운동에 의해 확보된 권리는 입법적 승리의 결과였기에 그 행사는 기본적으로 개별적인 소송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런 점은 오늘날의 여성단체들이 채택하고 있는 관점에 영향을 주었다.

이런 식의 접근법이 그동안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여성단체들은 노동계급 여성을 위한 개별화된 전략을 꾸준히 강조한다. 이들은 직업상의 차별에 맞서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직종에 여성이 취업할 수 있도록 해줄 직업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남녀 간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대학 진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거나 남녀 간에 동일한 임금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의 제정을 요구한다.

이런 식의 개별화된 해결책도 물론 중요하다.하지만 노동계급 여성과 유색인종 여성은 현실적으로 이런 방법을 이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물론 '베티 듀크스 대 월마트 사건(Betty Dukes v. Wal-Mart, 월마트의 여성 직원인 베티 듀크스가 사측의 성차별적 인사정책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2000년에 제기한 소송으로, 월마트의 전현직 여성 직원 등 160만 명을 원고로 하는 집단소송으로 발전했다-역주)'을 비롯해 노동계급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소송사건이 다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송은 문제 해결에 수 년이 걸릴 수 있는데, 노동계급 여성들 대부분은 이런 소송에 나설 시간도 없거니와 소송을 진행하는 데 요구되는 자원도 갖고 있지 않다. 노동계급 여성들로서는 법적인 방법을 비롯한 개별화된 해결책을 활용할 수 없다. 게다가 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 수단도 위축돼 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자신들을 위한 규모 있는 조직을 갖고 있지 못한 노동계급 여성들은 대부분 방치된 상태에 놓여 있다.

물론 모든 단체들이 개별화된 해결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임금과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집합적 접근방식으로서 노조 결성의 혜택을 입은 노동계급 여성들도 있다. 미국에는 여성을 조직화하는 노조들이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노조들의 그런 노력이 극적으로 확대되며 성과를 거둔 것은 최근 몇 십 년 사이의 일이다.

가령 교사나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들은 노조를 결성하는 것을 통해 임금 상승과 사회보장 혜택의 개선을 이루었다. 1973년에 설립되어 지금은 미국 본토의 50개 주 모두에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9시에서 5시까지(9to5) 같은 노동계급 여성단체는 1991년의 시민권리법을 비롯해 육아휴가 및 의료휴가법, 국가보건안전법, 주별 생활임금조례 등의 통과를 촉진하기 위해 조직됐다.

여성들은 어디에서 힘을 찾아내야 하나

이같은 집단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조직화를 하는 과정에서 힘의 원천을 찾아내는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스티브 젠킨스(Steve Jenkins)는 '노동자센터 운동'의 역동성을 분석하면서 노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두 가지 힘의 원천을 제시하고 그 특징을 구분해 설명했다. 첫 번째는 '사회적 힘'이다. 이는 생산이나 회사운영을 방해하고 중단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두 번째는 '지지 유도력'이다. 이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변호사, 로비스트, 유권자를 비롯한 여러 지지자들을 확보해내는 능력을 가리킨다.

여성노동자들은 이 두 가지 힘을 어느 정도나 갖고 있는가? 과거 몇 십년 간 직업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적응해 온 여성들은 희소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던 여성들이다. 특히 학사학위나 그 이상의 학력을 갖고 관리직이나 전문직으로 진출한 여성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여성들은 보다 나은 직업에 진출하고 보다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개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거나 때로는 집합적 협상력에도 의존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임금과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각자의 기능과 교육수준을 노조를 통한 집단행동에 결합시킨 여성노동자들도 있다.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20개 직업을 목록화한 <표>를 보면 이런 부류의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이들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여성노동자 중 43%가 이 표에 열거된 20개 직업에 종사한다. 공인간호사와 초등학교 교사는 주급이 각각 930달러와 813달러로 전체 여성노동자의 평균 주급 585달러에 비해 상당히 높고, 이들의 노조조직률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더 많은 교육을 받고 희소한 기능을 습득하거나 노조원이 되는 것만으로 노동시장에서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가령 보조교사나 보육원 및 유치원 교사들의 노조조직률은 평균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들의 주급은 전체 평균보다 낮다. 이런 현상을 설명해주는 것 중 하나는 보살핌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일에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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