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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종만 없었으면 황우석은 줄기세포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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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선종만 없었으면 황우석은 줄기세포 성공" <신동아>, 교수직 복귀한 박기영 전 과학기술보좌관 인터뷰
박기영 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이 입을 열었다. 박기영 전 보좌관은 18일 나온 <신동아> 11월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김선종 연구원이 '섞어심기'만 하지 않았더라면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가) 안 만들어지는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줄기세포를)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종만 없었더라면…"

박 전 보좌관은 황 박사의 논문 조작에 대해서도 "줄기세포의 실체가 없으면 아예 논문을 못 썼을 것"이라며 "줄기세포가 나왔으니까 그 다음 진도를 나간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김선종 연구원 탓에 황 교수가 논문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황 박사가 어떤 노하우를 갖고 있는 분들과 팀을 이뤘는지, 시설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 수 없어서 줄기세포를 다시 만들 수 있을지는 판단하기 힘들다"며 "줄기세포 연구는 하지 못하더라도 동물복제 등은 계속 연구해서 좋은 결과를 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줄기세포가 오염돼 훼손된 지 불과 2개월 뒤 황 교수가 <사이언스>에 논문게재 신청을 한 데 대해서도 "그저 '짧은 기간에 다시 만들었구나'하고 생각했다"며 "다시 만든 줄기세포를 최종 확인하기까지는 3~4개월 걸리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는 대개 2개월을 잡는다"고 말했다.

"모르겠다…판단하기 어렵다…황 박사가 알 것"

박기영 전 보좌관은 이렇게 황우석 박사에 대해 강한 믿음을 표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져야 할 책임과 관련이 있는 부분에서는 "모르겠다", "판단하기 어렵다", "황 박사만이 알 것"이라는 식으로 피해갔다.

우선 박 전 보좌관은 황우석 박사,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함께 만든 '황금박쥐' 모임에 대해 "단순한 친목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끔 음악회도 가고, 부부 동반으로 만나고, 피자도 먹는 모임"이라며 "황우석 박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모임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초기에만 한 달에 한 번씩 만났지 그 다음에는 각자 일이 바빠서 못 만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를 비롯한 황금박쥐 구성원들은 2004년 중반 이후에도 2004년 12월 31일 <문화일보> 신년 대담에 참여하는 등 수차례 언론에 등장했다.

"보건복지부와 사전협의한 것뿐…이 과정에서 오해 생겼다"

박기영 전 보좌관은 또 11월 24일 보건복지부에 압력을 넣어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발표를 복지부가 대신 하도록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판단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복지부와 사전협의를 한 것뿐"이라며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수의대 IRB의 조사 결과를 복지부가 대독해 사실상 국민에게 복지부 조사 결과로 받아들이게끔 한 일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전 보좌관은 초안에 있던 황우석 박사에게 불리한 진술("2003년 8~9월 여성 연구원의 난제 제공 가능성을 어렴풋이 느꼈다")이 생략된 채 언론에 공개된 점에 대해서는 "그 내용은 몰랐다"고 발을 뺐다.

이밖에도 수천 개의 난자가 사용된 점에 대해서도 박 전 보좌관은 "그 실험을 직접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난자가 사용된 것은 몰랐다"며 "사용된 난자 개수가 계속 변한 것은 참 애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난자를 많이 썼기 때문에 이 기술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야 할지, 그래도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황우석 박사는 실제로 줄기세포를 한 번도 만든 적이 없다는 사실이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 결과 밝혀졌다.

"황 박사 덕분에 국민이 과학기술 중요성 인정했다"

박기영 전 보좌관은 '대통령 보좌관으로서 줄기세포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점검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내 임무는 과학기술 정책 전반을 챙기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지 황 박사의 연구를 챙기는 것은 아니"라고 빠져나갔다.

박 전 보좌관은 인터뷰 끝에 "황우석 박사와 가끔 통화를 한다"며 "그저 안부나 묻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는 "황 박사 덕분에 국민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며 황 박사를 옹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 전 보좌관은 지난 3월 순천대 교수로 복직된 후 과학기술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그도 학생들이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 이미지를 조작했을까봐 현미경 사진 같은 것을 직접 보러 간다고 한다. 황우석 박사는 지난 7월 2차 공판에서 "논문 조작에 대해 포괄 책임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박기영 전 보좌관, 학생 가르칠 자격 없다"

한편 박기영 전 보좌관의 인터뷰를 보고 미국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인 김병수 전 생명공학감시연대 정책위원이 짧은 논평을 보내왔다. 그는 제보자 및 <PD수첩>팀과 함께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을 파헤쳐 왔다. <편집자>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서 공직자로서, 학자로서 박기영 전 보좌관의 부도덕한 행위는 이미 상당 부분 밝혀졌다. 국민들에게 사과는 하지 못할망정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하는 데 대해서 깊은 실망을 느낀다.

박기영 전 보좌관이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나 검찰 보고서는 읽어 봤는지 의심스럽다. 황 박사는 심지어 1번 줄기세포의 DNA 지문분석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논문을 만들어냈다. 즉 줄기세포의 실체도 모른 채 2004년 논문을 쓴 것이다.

이런 상황이 뻔한 데 도대체 무엇을 기준으로 줄기세포를 확립했다고 믿는다는 말인가? 더구나 황우석 박사팀에서 배반포 단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 및 배양하는 일은 김선종 연구원의 몫이었다. 담당자가 못 만들어서 섞어심기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만들 수 있었다는 발언은 구체적 증거 없이 막연히 황우석 박사를 두둔하는 발언밖에 안 된다.

특히 실험실 내에서 권력이 없었던 한 연구원에게 사건의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은 사건의 실체를 가리기 위한 변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더구나 황우석 박사가 줄기세포를 만들었는지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논문을 조작해 전 세계 과학자를 속였다는 데 있다. 조작으로 논문이 취소된 마당에 시간이 있었으면 만들 수 있었다니….

이런 발언을 하는 박 전 보좌관이 과연 생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맞는지, 후학을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 나아가 이런 박 전 보좌관의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황우석 박사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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