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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연합인가? 진보대통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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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진보대연합인가? 진보대통합인가? 연합정치를 말한다(3) '도로 민노당'도 군소정당 통합도 아니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연합의 정치 논의와 관련해, 필자는 두 차례에 걸쳐 여러 연합론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았다. 그 대상은 '빅텐트론'과 '비민주 진보대통합당론'이었다.

빅 텐트론은 한국민주주의의 지기기반은 호남, 친노, 진보세력이기 때문에 이 셋을 하나로 묶을 수 있도록 민주당이라는 빅 텐트에 모든 자유주의세력과 진보세력이 모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 주장이 미국식 정당체제를 벤치마킹 한 것이지만 미국과 달리 비례대표제 등 진보세력의 독자생존의 토대를 갖추고 있는 선거제도의 차이를 보지 못한 퇴행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빅 텐트는 틀렸다", 2010년 8월 31일자).

두 번째 주장인 비민주 진보대통합당론은 자유주의적 개혁세력 중 거대기득권정당인 민주당은 빼고 국민참여당 등 군소신생 개혁정당과 진보세력이 모여 '반한나라당 비민주 진보대통합당'(정확히 이야기해 '반한나라당 비민주 진보-개혁 연합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은 같은 자유주의적 신자유주의세력 중 왜 민주당은 안 되고 국민참여당은 같이 할 수 있는 진보세력이라고 보는 것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즉 국민참여당은 당원참여 등 일정한 상대적 진보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면에서는 민주당보다 강한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함께 할 진보세력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많다. 다만 국민참여당의 상층부지도자들과 지지기반인 촛불시민은 구별해 후자를 견인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FTA 국가가 진보인가?", 2010년 9월 6일자)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한다면 우리에게 적합한 전략은 지난해부터 필자가 주장해 왔듯이 먼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기타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먼저 진보대연합을 만든 뒤 이에 기초해 자유주의세력, 특히 민주당에 대해 좌경화와 탈패권주의를 조건으로 반MB연합에 나서는 '선 진보대연합, 후 조건부 민주대연합'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필요하다면 진보대연합과 민주대연합사이에 비민주 진보-개혁대연합을 상정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민주대연합을 위한 협상과정에서 민주당에 대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민주당을 뺀 군소개혁정당(국민참여당 등)과 진보정당이 연합해 비민주 진보-개혁대연합을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진보대연합→비민주 진보-개혁대연합→조건부 반MB연합이라는 3단계 모델을 기본 틀로 하더라도 남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진보대연합인가, 아니면 진보대통합인가라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지금과 같이 독자적 정체성을 유지하며 연합을 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정체성을 버리고 통합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정답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보대연합을 통해 서로의 신뢰를 구축하고 차이점에 대해 조율을 거친 뒤 가능하면 진보대통합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진보대연합, 진보대통합의 중심이 되어야 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2007년 대선과 일심회 사건 등을 통해 소위 '종북주의'과 '패권주의' 논쟁을 통해 분열함으로써 서로 깊은 상처를 갖고 있고 불신의 벽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은 그런 것 같지 않다. 물론 울산 북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의 김창현후보와 진보신당의 조승수의원간의 후보단일화라는 진보대연합의 실험이 성사됐고, 얼마 전 있었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광주에서 출마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진보신당과 사회당 등이 지지하는 진보대연합의 경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오히려 예외에 불과하다.

▲ 지난해 4월 재보선 당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울산 진보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뉴시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지방선거와 은평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 선거에서 진보대연합을 전혀 이루어내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진보대연합을 주장했지만 이를 관철시킬 정치력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나아가 진보대통합에는 소극적이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달리 진보대통합을 추구한다고 공표하고 나섰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진보진영의 진보대연합 요구를 일축하고 민주당과의 연합에 올인하고 나서는 등 진보대통합의 전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진보대연합에 부정적으로 행동해 왔다. 민주노총역시 진보대통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진보대연합을 원칙을 버리고 반MB연대에 매몰되고 말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진보대연합의 경험을 축적해 진보대통합에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 같은 통합움직임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2012년 총선 전에 두 당을 포함한 통합진보정당의 설립을 목표로 진보대연합의 논의를 역산해 추진해 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일어나고 있다.

역사란 결국 한 번의 선택이 향후의 진행방향을 결정하는 경로의존성을 가진다. 따라서 2012년의 총선과 대선이 진보대통합에 중요한 계기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정에 진보대통합의 논의를 맞춰나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진보대연합의 경험을 축적해 서로의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 은평 재보궐 선거와 같이 눈앞에 있는 현실적 문제에서 연합을 하지 못하면서 거창한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앞으로 닥쳐올 급박한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선 진보대연합, 후 진보대통합론'은 너무 원론적이고 안이한 주장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진보대통합 논의와 구체적인 진보대연합 실천을 병행해 나가는 이중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이중 트랙 중 진보대연합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진보대통합 논의는 아무리 그것이 화려하게 진행되더라도 모래성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구체적인 진보대연합의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 이에 맞추어 통합을 하자는 것은 캘런더주의에 불과하다. 나아가 진보대연합의 구체적인 성과는 앞으로 있을 진보대통합이 얼마나 의미 있는 것, 즉 형식적 통합을 넘어서 실질적인 통합이 될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진보대연합이 단순히 선거연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연합을 넘어서 비정규직 문제, G-20 회의,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미FTA 등 자유주의세력과 입장을 달리하는 일상적인 의제들에 대해서도 반신자유주의 세력들이 진보대연합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둘째, 모두들 합의하는 것이지만 진보대통합이 단순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쳐 2008년 분당 전으로 돌아가는 '도로 민주노동당'은 안 된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이외에 사회당, 나아가 사노위 등이 합치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진보 정당들의 틀을 넘어서 반신자유주의라는 최적 강령(반MB의 최소강령과 반자본주의의 최대강령에 대비되는)에 동의하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진보세력들이 모두 달려 나와 새로운 진보통합정당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점에서 조희연교수가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교연) 등 진보적 지식인 그룹이 대대적인 진보정당움직임을 벌려 일종의 선도세력으로 제3 지대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고 이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이 이에 합류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이다.

셋째, 진보대연합의 구체적인 경험과 성과를 축적하는 것 이외에 진보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분당의 원인이 된 1)북한문제, 2)패권주의문제(당내 민주주의), 그리고 3)최근 주요한 논쟁이 되고 있는 반MB 연합 등 자유주의세력과의 연합에 대한 기본원칙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북한에 대해 봉건적 왕정을 연상케 하는 낯 뜨거운 세습제도 등 때문에 매우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고 당의 주요당직자가 당 간부들에 대해 북한에 보고를 하는 해당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이 일부 정파의 반대로 이를 징계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분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후에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간의 진보대연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진보대통합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너무도 다른 두 당이 다시 통합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최근 천안함 사태를 보면서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천안함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개인적으로 확신이 서지 않지만 예전 같았으면 북한 편을 들고 나섰을 가능성이 큰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서 분당사태를 겪으면서 민주노동당이 많이 변했고 저 정도라면 일정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이 하지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아가 분당한 진보신당 관계자들 역시 지지기반이 되는 진보적 대중들의 다수가 소위 종북주의 문제 등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에 대해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인상주의적 평가를 넘어서 이 세 문제에 대한 심도 높은 논의를 통해 기본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특히 그 합의는 단순한 형식적인 합의가 아니라 통합 후 그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실효성을 갖춘 합의여야 한다.

넷째, 위의 이야기를 뒤집어서 이야기 한다면 북한문제, 패권주의문제, 자유주의세력과의 연대라는 세 문제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대통합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통합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다시 말해, 세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통합으로 통합 후 과거와 같은 분란을 계속 할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합치지 않는 것이 낫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진보대연합과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같은 진보정당들의 당내정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대연합과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인 민주노동당 좌파가 진보진영의 압박의 도움으로 진보대연합보다는 민주당과의 반MB연합에 더 경도되어 있는 민주노동당 당권파를 얼마나 압박할 수 있을 것인가, 진보신당의 '통합파'가 '독자파'를 얼마나 견인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경우에 따라 양당의 통합파만이 통합을 하고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잔류를 하고 민주노동당의 우파는 오히려 민주당쪽으로 흡수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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