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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솟값 폭등, 일시적 현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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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솟값 폭등, 일시적 현상 아니다" [우석훈 칼럼] '3%농업'도 못 지키는 MB정부
한국은 오랫동안 농산물 시장이 안정된 나라였다.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농산물은 공급 초과 상태에 있었고, 아주 상품성이 높은 경작물 아니면 농민들이 판매를 포기하기가 일쑤였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농산물 가격 안정은 박정희 시절의 수출 진흥정책이 일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산업화 초기, 기술력이 별로 없던 우리의 조립산업이라는 것이 결국은 '손 값 따먹기'인 셈인데, 임금을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도 시스템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 안정이 최우선이다.

이 시스템이 깨어진 것은, 노무현의 '농정 로드맵 10개년 계획' 발표 이후에 농림부 스스로도 농업을 포기한 이후에 벌어진 일로 알고 있다. IMF 이후 농업에 관련된 정부기관을 통합해서 만든 농업기반공사를 한국농촌공사로 바꾼 시점이, 대체적으로 한국 정부가 농업에서 농촌으로 관리 기조를 바꾼 순간으로 나는 이해한다.

농업이나 농촌이나 비슷한 얘기인 것 같지만, 산업구조로 분석하면 전혀 다르다. 농업은 1차 산업이고, 농촌은 읍면지역에서의 건설산업인 3차 산업이다. 당시 농촌 지역의 '어메너티' 등 관광 산업의 기반 확충 혹은 도시민의 주말용 별장 용지로서의 농촌 활용 등, 이런 것은 농업과 상관없는 농촌 지역의 토건사업이었을 뿐이다.

나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와서 특별히 더 농업을 방기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 농업을 축소하고, 농민들을 다른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작업을 계속해서 해 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채솟값 폭등은 수 년 전부터 예견된 현상이었고, 국내 생산에서 약간씩 과잉 생산능력을 유지하면서 안정되었던 농산물 가격을 이런 정책 기조에서는 더는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단체나 관련 전문가들이 여러 번에 걸쳐서 정부에 이런 우려를 표명하였지만, 실제로 한국 농정의 상층부는 농림부가 아니라 청와대와 재경부의 경제관료들이었다.

그들의 신념은 노무현 때나 지금이나 "핸드폰 팔아 쌀 사먹으면 된다"이다.

▲ 지난달 14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일대의 고랭지 채소밭에서 농민들이 배추를 출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 지금의 논쟁의 핵심은 올 가을의 채소값 폭등이 구조적인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이상기온에 의한 채소 작황 문제인 것인가, 이것이다. 홍수가 날 때마다 발생하는, 천재냐, 인재냐, 이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의는 생각만큼 까다롭지는 않다.

비가 많이 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천재든, 인재든, 비 자체를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였는가, 정부가 초기에 제대로 대처를 하였는가, 평소에 하수관 정비는 제대로 되었는가, 이런 것들이 문제를 따지는 기본이고 상식이다. 자, 우리 상식으로 돌아가 보자.

지난주에 농림부에서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4대강 둔치내 경작면적은 1.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은 미미한 분량이므로 4대강의 영향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올해 이상기온에 의한 단위당 생산량 감소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 이유가 전부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 따져보자.

우리나라는 채소 생산능력에서 보통은 공급 과잉인 상태이다. 그래서 단위당 생산량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그렇게까지 많이 줄지는 않는다. 보통은 시장에 출하하기 어려워서 그냥 생산을 포기하는 2등급의 제품들이 시장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자, 지난 8~9월, 가락시장 채소 반입물량을 놓고 판단해보자.

무는 작년에 비하면 반입물량이 3.6% 정도가 감소했다. 그리고 가격은 208% 올랐다. 지난 주에 간만에 스타가 되었던 양배추는 2.9% 감소하였다. 그리고 가격은 262.6% 올랐다. 이런 채소는 3% 정도의 변화로 가격이 200% 이상 오른 채소들이다. 상추는 37% 반입량이 줄었는데, 790% 올랐다. 참고로 배추는 17.7% 줄었고, 170.3% 올랐다. 이게 8~9월의 일이다.

이런 수치들을 놓고 보면, 워낙 채소가 수요측의 탄성치가 낮아서, 가격탄력성이 높은 상황이 얼마나 심한가를 알 수 있다. 2.9%의 반입량 감소로 262.6%나 가격이 폭등한 양배추를 보면 알 수 있다. 정부가 스스로 말한 1.4%의 경작지 감소, 이 수치가 현재의 가격 폭등에서 무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이 1.4%는 올해에 4대강으로 감소한 둔치 중 보상이 완료된 수치만을 포함하고 있다. 3663헥타르가 이 내용인데, 실제로 국토해양부 계획 중 채소재배면적은 10966헥타르이다. 이건 앞으로 사라지게 될 경작지이다. 채소 경작지 감소에 의한 충격은 올해가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내년에 기록적인 풍작을 보이면 채소류 가격은 안정될 수도 있다. 그러나 평년 수준의 작황을 보이면, 채소류 가격 폭등은 정부 발표 수치만으로도 내년에도 피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여기에 추가적인 변수들이 몇 개 더 들어간다. 정부는 보상 기준으로 면적을 계산하지만, 둔치에는 불법적인 경작들도 있다. 생산자로서 이들의 생산물도 시장에 출하되지만, 불법 경작자들은 4대강 보상은 못 받는다. 9월 27일 국토해양부 참고자료의 수치들로 추정해보면 불법경작 비율은 애초 계획했던 보상 추정면적의 절반 정도를 달한다. 이 수치를 농림부 발표에 적용해보면, 4대강으로 올해 감소된 채소량은 2.8%로 높아진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공사 과정에서 준설토를 놓았던 곳과 이중에 피해를 받아서 보상하기로 한 면적 중 공식적인 농경지리모델링 지역이 957헥타르로 추가된다. 여기도 올해는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수년간 농사가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홍수 등 준설토의 피해를 본 곳이 모두 농경지리모델링에 포함된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최소한을 잡는다면, 4대강의 면적으로 채소량 감소로 추정할 수 있는 소위 면적 기여도는 5% 정도 된다.

이 5%는 앞으로도 수년간, 대체 농지를 확보하기 이전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된다. 그렇다면 이 5%가 기여도의 전부인가? 여기에 최소한 두 단계의 계산이 더 필요하다.

일단 토지 생산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도 다시 두 개의 변수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말 그대로 토지 생산성, 즉 하천 둔치가 일반적인 토양에 비해서 더욱 비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 생산성을 계산해주어야 하는데, 이건 기술적인 문제로 다루기가 어렵다. 존재는 하지만 계산은 하기 어려운 수치이다.

둘째는, 시설농과 노지의 차이이다. 노지재배에 비해서 하우스 등 시설농은 연간 재배가 가능하고, 그래서 2~3배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4대강 주변의 둔치에는 시설농들이 많았으므로, 일반적인 농지 면적에 다시 시설농에 의한 총생산량 증가치를 계산해주어야 한다. 물론 실제 기여도에서 이 수치를 현재로서는 데이터 부족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만약 이 계수를 2 정도로 잡으면, 4대강 유역의 채소값 생산량에 대한 기여도는 10%로 확 높아진다. 어쨌든 연간 총생산량을 시장에서 계산할 때, 노지와 시설농을 똑같이 볼 수는 없다.

물론 나도 아직 전체 데이터를 보지 못했지만, 아마 농림부도 실제 4대강 유역의 채소 작황에 대한 이런 데이터는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들도 지금 제시하는 수치가 보상지역 면적밖에는 없으니까, 그렇게 망실된 토지의 작황 데이터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지역의 채소 시장에서의 교란효과는 이걸로 끝일까? 이 위로 더 계산을 하기 위해서는 더 고급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혹시 수도권에 거주하는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 중에서 최근에 친환경 상추 드신 분 계신지 모르겠다. 농산물 중에서도 지역별 데이터와 함께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또 다른 범주가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경기도가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팔당 지역의 유기농가가 수도권 전체의 친환경 농산물 60%의 공급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고급 생산물에서 교란이 오면, 그 교란의 파급효과는 제어가 불가능해진다. 팔당의 친환경 농산물과 같은 사례는 정부 발표만으로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단무지용 무는 4대강 경작지의 40%를 차지한다. 올해는 김치 먹기가 힘들었다면, 내년에는 이제 단무지 차례이다. 당근은 20.6%, 연근은 17.6% 그리고 토마토는 11.2%를 차지한다. 이것도 시설농 등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해보면, 내년도에 올해 수준을 뛰어넘는 폭등이 예상되는 곳이다. 특수 농작물의 경우는 더 심각해진다. 고령에서 생산되는 향부자는 전국면적의 90%이다.

자, 이런 게 4대강 하나만을 놓고 본 단위 면적과 생산성에 대한 기본 분석이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의 토건 정책들이 또 다시 얹힌다. 강기갑 의원실의 자료에 의하면 새 정부 출범 후 진흥지역에서 해제된 경작지는 6만6000헥타르, 규제가 완화된 경사도 높은 경작지는 20만6000핵타아르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4대강은 워낙 천변 둔치에서 상업성 높은 채소들을 경작해서 올해 직접 충격으로 들러난 것이지, 채소류 일반에 대한 토건 효과는 지금부터 시작되는 거대한 괴물이고, 우리는 올해 그 꼬리를 일부 보았을 뿐이다. 물량에 대한 수치 분석을 간단하게 해보아도, "올해 날씨 때문에 채소값이 일시적으로 올랐다"는 농림부의 얘기가 진실로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약과일 뿐이다, 그런 말을 우리는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년에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후 때문이며, 고질적인 유통구조의 병폐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명박 정부도 그대로 넘겨받았다. 그리고 여기에 4대강 교란효과가 추가된 것이 올해 채소값 폭등이 우리에게 보여준 구조의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정책기조에 마지막으로 심각한 문제 하나를 추가한다면, 농림부의 정책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도저히 이제는 못 참겠다고 여론이 들끓은 것은 지난 주의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이전에도 불평들이 조금씩은 있었는데, 언론에서는 무시했고, 마치 갑자기 생긴 일처럼 일주일 동안에 전국이 들끓었다. 그 1주일이 지나기 전에 농림부가 정책으로 내세운 것은 중국산 절인 배추 수입이다. 농림부가 긴급하게 움직여서 한 것이 겨우 수입대책? 여기에 연말까지 근본대책이라고 농림부가 제시한 것들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건 시간을 갖고 천천히 분석해드리겠다.

일단 농림부가 잘못한 것은, 채소 시장의 가격 교란 시그널이 나온 것이 벌써 4월달부터이다. 4월달에는 아직 가을 작황을 걱정할 때는 아니었고 누구도 날씨와 가격 폭등을 이 정도로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4대강에 의한 경작지 감소를 여러 가지를 종합한 투기꾼들이 조직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 나는 이 시점이라고 알고 있다.

가격 폭등이 예상되면 국제적으로 투기가 움직이는 것은, 시카고 선물시장이나 태국의 대형 공급업자들이나, 아니면 취리히의 중개소나, 전부 마찬가지이다. 이게 농산물 시장의 기본 작동원리이다. 국제적이나, 국내적이나, 규모의 차이만 있지, 작동방식은 거의 같다. 태국의 쌀 도매상들이나, 가락시장의 도매상들이나, 작동방식이 크게 다를 것 같은가? 기본적인 농산물 시장의 작동방식을 농림부는 자꾸 낙후된 유통방식이라고 부르는데, 시장 특성상 특별히 선진화된 유통방식이라는 게 국제적으로도 없다. 원래 이 시장은 자유 시장경제에서는 이렇게 돌아가는 자연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농림부가 뭘 잘못했는가? 시장에 개입하고, 거래 질서 등의 약간의 단속권을 가지고 줄어드는 작황상황에 대한 긴급 대책반을 이미 4월에 만들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이 교란되고 교란되어, 내년도 투기를 위한 새로운 작전이 만들어지는 10월이 다 되어서야 뭘 좀 해보겠다고 하는데, 이 상황에서는 이미 너무 늦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이 말이 농림부가 했던 잘못이다. 그들이 농업의 최전선에 있다면, 최소한 4월에는 무엇인가 했어야 했다.

긴급 수입, 이렇게 한 달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을 하는 정부, 참 얕기도 얕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 국내산 배추와 중국산 배추는, WTO 용어대로 하면 동종상품(likelihood-product)이 아니다. 전문 용어를 써서 미안하다면, NPR-PPMs(Non-Product-Related Process and Production Methods)라는 개념을 놓고 WTO 출범시 격론이 있었는데, 결국 인정이 되었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 농산물에 대한 이력관리제를 강화한다고 했는데, 이게 WTO 내에서 문제가 안되는 것이 바로 NPR-PPMs 조항 때문이다.

생산방식의 차이가 있을 때에는 제품에 질적 차이가 없더라도 다른 제품으로 인정한다는 것이고, 이런 논의의 기반 하에서 생산지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항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 식당에서 국내산을 표기하는 것도 다 원칙적으로는 WTO 규정 이하이다. 통상 논의가 이렇고, 소비 문화에서도 이건 이미 국내에서 정착된 것이다.

결국 문제는 한 달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는 말이 맞기는 하다. 그러나 그게 정부가 기대한 대로 중국산 절인배추를 국내 소비자들이 소비를 해주는 방식이 되기 보다는 "이상한 정부 만나서 김장도 못하게 되었다"고 올해는 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해결이 되는 방식이 될 것이다. 아마 그 때쯤, 정부에서는 긴급수입이라는 정부의 '선제적 대응' 덕분에 채솟값이 안정화되었다고 말할 것 같다.

수입을 한다고 해도, 단기간의 채소값 파동은 막기 어렵다. 정부가 지금 논의해야 하는 것은, 중강기적으로 가격 폭등에 따른 투기를 완화시키기 위한 농산물 가격에 상한과 하한을 정하는 일종의 '세이프티 프라이스' 같은 것에 대해서 국민과 국회의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최소한 국민들의 필수품과 같은 채소류에 대한 국내 생산대책에 대한 정책적 기조를 세우는 일이다.

참고로 쌀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농산물 자급률은 3%밖에 안되는데, 이번의 채소값 폭등은 그나마 국내산으로 먹었던, 장기보관이 어려운 채소류에서 벌어진 일이다. 3%짜리, 최소한의 근교농업도 못 지키는 정부, 종합적으로 보면 이들을 토건쟁이라고 부르지 않을 방법이 있는가?

토건도 좋다. 그러나 기본만은 지켜야 한다.

인간 삶의 기본인 의식주를 안정하게 운용하는 것, 그것이 국가의 기본이고, 그 중의 제일은 농업이다. 이게 우리의 헌법 119조의 정신이다. 이 정부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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