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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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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당은 없다 [기고] "남일당을 잊는 순간 당신의 삶도 철거당할 것입니다"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졌던 서울 용산 한갈로2가 남일당 건물이 1일 철거됐다. 건물이 철거된 자리에는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포스코 건설등이 지은 주상복합 등 6동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화려한 건물이 들어선다 해도 과거에 그곳에서 생존권을 주장하던 5명과 이를 무리하게 진압하려던 경찰 1명이 불에 타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지워지지 않는다.

'철거'될 수 없는 희생자들의 마음을 담아 오도엽 작가가 시를 한 편 보내왔다. <편집자>


남일당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남일당은 서울에 없습니다
남일당은 용산에 없습니다
이곳은 남일당이 아닙니다
이곳을 남일당이라 부르지 마세요

어찌 제 나라 국민을
어찌 제 나라 시민을
어찌 제 나라 구민을
불살라 죽인 이곳 남일당이
대한민국의 땅이고
서울의 땅이고
용산의 주소지가 달린 곳이라 부를 수 있습니까

이곳을 아우슈비츠라고 부릅시다
유대인을 가스실에 가두어 죽인 그곳을 학살의 장소로 기억하듯
제 나라 시민을 불태워 죽인
이곳은 결코 인간의 대지가 아닙니다.

이곳에 호화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곳에 비까번쩍한 빌딩이 발기하고
십년 뒤에 백년 뒤에 아니 천년 뒤에
십팔 홀을 갖춘 골프장이 지어지고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가 세워지더라도
이곳은 학살
학살의 터전으로 불리어지고 기억돼야 합니다

허나 남일당은 남일당입니다
허나 남일당은 용산에 있습니다
허나 남일당은 서울입니다
허나 남일당은 대한민국입니다

한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으면서
누구는 배가 불러도 두 공기를 먹고
누구는 배가 고파도 반 공기만을 먹을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이 있는 한
대한민국은 또 다른 용산이고 또 다른 남일당입니다
누구는 수만 평의 땅을 지니고 부자 감세를 외치는 이 땅
누구는 자식새끼 뉘일 방마저 굴삭기에 부서지는 이 땅
대한민국은 차별의 눈물꽃이 피어나는 남일당입니다

남일당을 잊는 순간 당신의 가정이 철거당할 것입니다
남일당을 잊는 순간 당신의 삶이 철거당할 것입니다
남일당을 기억에서 지우는 순간 당신의 목숨이 철거당할 것입니다

잠시 뒤 무너질 이곳에
당신의 삶을 곧추 세우지 않고서는
잠시 뒤 무너질 이곳에
남일당의 간판을 걸지 않고서는
잠시 뒤 무너질 이곳에
자본의 빌딩이 아닌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건설하지 않는 한
남일당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사람의 존재가 무너질 것입니다

그래 그래서
남일당은 용산에도 서울에도 대한민국에도 없지만
용산을 남일당이라 불러야 합니다
서울을 남일당이라 불러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남일당이라 기억해야 합니다

민들레가 제 이름 제 꽃을 버리고
나풀나풀
홀씨 되어 세상에 제 이름과 꽃을 피우듯
남일당이 사라지는 오늘
수천의 남일당이 퍼지고
수만의 남일당이 꽃이 되어 피어날 날

이성림 살아난다
이성수 살아난다
양회성 살아난다
윤용헌 살아난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여기 진정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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