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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 잡고 '어부'가 되는 길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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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 잡고 '어부'가 되는 길로 갑시다" [기고] "김상조 교수의 글에 답한다"
어부지리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누구나 잘 아는 이야기다. 조개가 입을 벌리고 볕을 쬐고 있었는데, 황새 한 마리가 날아와 조개를 쪼자, 조개는 급히 입을 꽉 다물어 버렸다. 다급해진 황새가 "오늘도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목이 말라죽을 것이다"라고 하자, 조개도 "내가 오늘도 내일도 놓지 않고 꽉 물고 있으면 너야말로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한참 다투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부가 이를 보고 힘들이지 않고 둘 다 잡아갔다는 이야기 다.

이 고사 성어를 떠올리며, 어제(3월17일) 김상조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론스타 문제, 합리적으로 접근하자"라는 글에 대해 조심스럽게 답하고자 한다.

론스타가 '먹튀'를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금융위원회

3월 16일 금융위원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었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예전과는 달리 세련되게 일처리를 한다는 점이었다. 이날 금융위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검토하면서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정식명칭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신청 건)은 분리해서 처리를 잠시 미뤘다. 대주주 적격성도 산업자본 여부와 주가조작에 따른 적격성을 검토하면서 두 가지를 분리했다. 여론의 관심과 비판을 벗어나려는 의도였다. 아마도 4가지 정도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연습을 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의 시나리오는 이런 정도일 것이다. 대주주 적격성과 외환은행 인수 승인 건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 두 가지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방안, 분리하더라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여부와 금융관련 법령위반 건을 함께 처리하는 방안과 분리처리 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고심을 거듭하면서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와 증거만으로는 론스타 펀드Ⅳ가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발표했다. 대단히 길고 어려운 말들이 많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론스타는 산업자본이 아니라 금융자본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법원의 주가조작 판결에 따른 '금융관련법령 위반'건에 대해서는 "수시 심사결과, 적격성 요건 중 사회적 신용요건 충족여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법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음"이라고 하면서 판단을 미뤄버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나 광장, 또는 다른 유명 로펌에 물어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이다. 시간을 끌면서 론스타에게 대주주 자격을 줄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2003년에는 론스타를 '금융자본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의 노심초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3년에도 7월 25일에도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외자유치 관련 검토'라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 자료에는 '대외 보안'이라는 붉은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회의는 현재 금융위원장인 김석동 당시 은행감독국장이 주재했다.

이날 회의가 열리게 된 이유는 "론스타가 7월중 주요 조건 합의(Term Sheet) 과정에서 대주주 자격요건에 대한 감독 당국의 구두 확약(Verbal assurance)을 요청"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론스타의 요청대로 정부에서 회의를 개최한 것이었다. 결과는? 론스타는 '금융자본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법 시행령 제8조 제2항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의 규정에 의한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5조의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승인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승인하기로 하고 방법을 강구해 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회의에서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기기 위해 4가지 경우의 수를 검토했다. 즉, 론스타에게 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고심을 했던 것이다.

첫째, 론스타가 금융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정되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결론은 "론스타 펀드가 일본의 도쿄스타 뱅크, 구조조정회사, 한빛여신전문 등 여타 금융기관을 소유하는 경우에도 론스타 자체를 은행·증권·보험 등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금융기관으로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론스타는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 론스타가 소유하는 도쿄스타 뱅크와 합작투자를 하면 대주주 적격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검토했다. 론스타와 도쿄스타 뱅크가 50:50으로 회사를 만들어서 인수하라는 것이었다. 금융위는 "불행히도 도쿄스타뱅크는 2001년 6월에 설립되어 최근 3년간 BIS비율 8%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외환은행 인수 건은 2003년 7월이었으니, 3년 자격 요건에 1년이 부족했던 것이다. 금융위는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셋째, 여타 외국금융기관 (ABN Amro)과 합작투자시 적격성을 검토했다. ABN Amro 은행과 론스타가 서류상 회사(SPC)를 만들어 외환은행을 사라는 것이었다. 칼라일 펀드가 한미은행을 인수할 때 써 먹은 수법이었다. 이것은 썩 괜찮은 방법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론스타 투자위원회가 거부한 것이었다. 론스타 투자위원회는 "ABN Amro에 의결권을 50% 부여할 경우 향후 경영권 분쟁 등 법률리스크가 있다"면서 거부했다.

그래서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 경영악화 가능성에 따른 자본 확충 필요성 및 국책은행(수출입 은행)출자 지분 회수 등을 감안하여 적극 검토"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재경부에 공문을 요청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법률검토와 김앤장이 제시한 방안대로 '은행법 시행령 제8조제2항의한 예외 승인'으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 ⓒ투기자본감시센터

2011년 론스타, 둔갑술을 부리는가

2011년 3월 16일 금융위원회 발표대로라면 론스타는 '2003년에는 금융기관이 아니었고, 2011년에는 금융자본'인 셈이다. 론스타가 둔갑술을 부리는가. 2003년에는 금융자본이 아니어서 은행법 시행령이라는 요상한 법률적용을 받은 론스타가 2011년에는 어떻게 금융자본이 되었는가.

물론 2003년부터 오랜 세월동안 론스타의 성격이 변해 금융자본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금융위원회는 어떻게 그것을 알았을까? 금융위원회는 "외국인 주주 및 그 관계회사의 대부분이 우리 법령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외국에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외국인 주주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자료가 없어 심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금융자본인줄 알았는가.

이뿐 만이 아니다. 론스타는 사모펀드이다. 사모펀드의 기본 속성은 출자자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론스타는 투자자를 밝히지 않기 위해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곧바로 외환은행 미국지점 3곳을 없애버렸다. 왜냐하면 미국에 지점이 있으면 미국금융당국(FRB)의 감독을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미국 은행지주회사법은 투자자를 밝히도록 되어있다. 투자자가 누군지 밝히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론스타는 아예 지점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당국은 무엇을 갖고 심사 했는가. 론스타가 어떤 자료를 제출했는가?

3월 16일 금융위가 발표한 대로라면 론스타가 제출한 자료로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심사 했다고 볼 수 있다.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출자자를 알아야 할 것이다. 사모펀드가 출자자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에도 공개안한 투자자를 한국에 공개했다니 놀랍기도 하다. 아무튼 금융위가 자료를 갖고 심사했다니 믿어야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어떤 자료를 갖고 무엇을 심사했는지 밝혀야 한다.

론스타 펀드 6개가 서로 관련성이 없다면 어떻게 알았는가? 론스타가 6개 펀드 모두 자료를 받아 심사했는가? 론스타 펀드Ⅳ만 심사했는가? 어떤 투자자가 투자를 했었는가?

론스타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금융당국

한국 금융당국은 론스타에 대한 거의 자료가 없다. 어떻게 자신하는가? 사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을 제기한 주체는 김상조 교수가 있는 경제개혁연대였다. 이 단체에서 2007년 6월12일 금감위에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에 대한 판단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고, 금융위가 비공개 결정을 하자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법원은 금감위와 금감원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문서를 비공개로 열람하고 심사하였으나 '론스타 펀드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판정하는 정보'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 금융 감독 당국이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심사한 사실이 없다는 이야기다. 심사를 하지 않았으니 아무런 자료가 없는 것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에 대해 처음 문제제기는 투기자본감시센터였다. 2005년 10월 국회 재경위 문서검증, 2006년 3월 감사원 감사, 2006년 3월 대검 중수부의 외환은행 비리 수사 등 헐값매각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등 형사재판, 금감위를 상대로 낸 주식취득무효확인 소송 등 많은 사건과 투쟁이 있었다. 그런데 론스타펀드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문은 제기하지 않았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금융자본이 아니라고 했기에 산업자본인지 여부, 즉 비금융주력자 여부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가 처음 제기했다. 재벌개혁 투쟁과정에서 축적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리라고 추측한다. 2010년 10월 대법원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에서 한국 관료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론스타 의혹에서 제기된 문제가운데 '비금융주력자 문제'는 중요한 논점이 되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 펀드의 한국인 투자자를 밝혀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2003년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하면서 '외지유치'라고 국민들에게 이야기 했다. 하지만 외자유치가 아니라 매각이었다. 매각 절차를 생략하기 위해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리고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가 누구인지도 조사하지 않았다.

▲ 론스타 펀드 투자구조도.

2003년 9월2일 론스타 펀드와 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금융감독위원회에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초과보유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론스타 펀드의 개요와 투자도를 제출했다. 그런데 그 투자도는 실제 투자도와 다르게 일부가 조작된 것이었다. 바로 '한국인 투자자'부분이다.

2003년 론스타가 금융위에 제출한 투자도에는 외환은행에 투자한 투자자(L.P.)가 세 그룹이다. 하나는 KEB Investers, L.P.(Bermuda), 또 하나는 Lone Star Fund Ⅳ(U.S.),L.P.(Delaware), 나머지는 Lone Star Fund Ⅳ(Bermuda),L.P.(Bermuda)로 되어있다. 그런데 세 번째 언급된 Lone Star Fund Ⅳ(Bermuda),L.P.(Bermuda) 가 조작된 투자구조이다. 이 펀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론스타가 비밀리에 만든 투자도(Planned KEB Structure)에 의하면 이런 펀드는 없고, LSF Ⅳ B KoreaⅠ,L.P.(Bermuda)와 LSF Ⅳ B KoreaⅡ,L.P.(Bermuda)가 있을 뿐이다.

이것을 간단히 설명하면 론스타 펀드(LSF) Ⅳ중에서 한국인(Korea)이 투자한 펀드가 조세피난처인 버뮤다(Bermuda)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는 미국인이 아니다(Non-US)라는 표식이다. 결국 한국인 투자자 대신에 Bermuda라고 속여서 금감위에 제출한 것이다. 론스타 펀드에 투자한 한국인을 숨기기 위해서 이렇게 한 것이다. 이제라도 금융위원회는 론스타 펀드에 있는 33%의 한국인 투자자를 조사해야 한다. 이것은 2003년 외환은행 불법매각 사건을 푸는 핵심이다.

한국인 투자자는 세 갈래다. 론스타가 비밀리에 만든 투자도에는 'cadim'이란 투자자가 있다. 론스타 펀드내에서 이 투자자의 지분이 20.342%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국인 투자자는 11.64%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허드슨 어드바이스코리아가 투자한 것이 1.55%이다. 허드슨어드바이스는 바로 주가를 조작한 유회원이 대표로 있는 회사이다.

우리는 어부가 되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필자는 김상조 교수를 '좀비'로 매도할 생각도 없다. 또 당치도 않는 이야기다. 다만, 소신이라는 것도 잘못 발휘될 때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엉뚱한 집단이나 사람이 그것을 핑계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고자 했을 뿐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 땅에 유행한 이론이 '메기론'과 '청어론'이다. '메기론'이란 미꾸라지를 키우는 논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미꾸라지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고, 결국 살이 통통하게 찌고 건강해진다는 이론이다. 1993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주창하면서 설파한 이야기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외국자본이 들어와 기업을 인수하고 합병해야 한국의 기업들도 체질이 강해진다는 것으로 발전했다. 외국자본을 들여와 금융기관의 체질강화가 필요하다는 사람에게도 애용되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가? 우리나라의 대표기업과 주요 금융기관의 주요주주는 외국인 차지가 되었고, 재벌체제도 함께 공고화 되었다. 주주이익 우선주의와 고율 배당으로 인한 부의 세습과 사회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는 명예퇴직으로 잘려나가고 비정규직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었다. 은행수수료는 올라가고 소액예금에는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기도 했었다.

'청어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북유럽의 청어장사가 있었는데 유독 한 어부만 살아있는 청어를 소비지까지 가져와 팔았다. 죽은 청어를 파는 많은 상인과는 달리 활어로 팔아 값도 배로 받았는데, 그 비결은 살아있는 청어 무리 속에 천적인 메기를 넣어 운반한다는 것이었다.

메기와 청어 이야기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누가 어부가 될 것인가이다. "현 정부 경제 정책이 낙제점은 아니다"고 발언한 이건희 회장이나 론스타와 같은 투기자본은 무한경쟁의 수혜자들이다. 이른바 어부가 된 셈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와 경제개혁연대가 싸우면 누가 이득을 보겠는가? 이득을 보는 자는 투기자본 론스타와 김승유 회장, 그리고 재벌과 투기자본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이다. 이제 우리가 손을 잡아야 어부가 될 수 있다. 금융규제와 금융공공성이라는 수족관에 론스타와 김앤장 법률사무소 그리고 금융위원회를 집어넣는 어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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