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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중국 없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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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북 압박? 중국 없이 가능할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한ㆍ미ㆍ중이 힘 합쳐야
미국은 천안함사태에 대한 한국의 강경대응을 지원하면서 막대한 전략적 이득을 챙겼다. 대미 자주노선을 취해온 일본 민주당의 노선을 미·일동맹 중시로 복귀시켰고 후텐마 기지 이전 건을 미국의 뜻대로 되돌려 놓았으며, 국제 평화를 중시하고 호혜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던 중국이 평화훼방국 북한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함으로써 경쟁자인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베트남 등 중국의 이웃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한·중관계를 후퇴시키고 한·중 FTA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성과도 거두었다. 더구나 1억달러도 되지않는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이 130억달러에 달하는 이란과의 교역에 제재를 가하도록 만들었고, 천안함 후속 조치로서 한국의 대잠 무기 등 추가 무기 구매, 한·미 FTA협정 수정,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등에서도 한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한편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 계획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까지 기대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의 국익 중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 중간선거가 끝난 뒤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고, 북한 역시 회담 재개를 위해 국제원자력 기구 사찰단을 복귀시키고 핵 불능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성의를 보이면서 연내에는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수 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대외정책의 제1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다음 3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6자회담이 공전되는 동안 북한의 핵능력은 계속 되고 있다. 둘째, 북핵문제 진전이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남은 기간은 이명박 정부에게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셋째, 대북 압박과 제재가 성공하려면 북한 대외 교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

천안함 사태의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6자회담의 재개 여부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난 뒤 올해 안에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음은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한반도포커스> 10호(2010년 11·12월호)에 실린 홍현익 수석연구위원의 '동북아 정세, 6자회담 전망, 그리고 한국의 대응방안' 전문이다.

<한반도포커스>는 극동문제연구소의 교수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정책소식지로, 이번 10호는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를 주제로 5편의 글이 실렸다. 5일에는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한반도 국제정치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실릴 예정이다. <편집자>

6자회담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검증문제라는 벽에 부딪쳐 2008년 12월 회담이후 동력을 상실했지만, 적성국과도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때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정책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는 와중에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2차 핵실험을 감행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작년 8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부터 새롭게 대화가 모색되고 12월에는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였으며 금년 1월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개최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새로운 희망이 생겼으나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핵문제 해결은 물론 남북관계와 동북아 안보정세까지 좌초되고 말았다.

이제 천안함의 충격과 여파도 위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고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무모한 3대세습을 감행한 북한도 대미·대남 대화 공세에 나섰으며 오바마 행정부도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적극적인 태도는 자제하고 있으나 내심 6자회담 재개를 바라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치겠다"는 각오를 고수하면서 원칙에 입각한 엄격하고 신중한 대북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문제는 6자회담이 재개되려면 한국, 미국, 북한의 입장에 변화가 생기거나 조율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성과를 거두려면 넘어야할 장애물이 첩첩히 쌓여있는데 올해 한·미동맹과 북·중동맹간에 갈등 구도가 형성되어 4개국이 과연 신뢰와 협력 정신을 생성하여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해 갈 수 있을지 낙관하기가 매우 어려운 형편이라는 데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는 신냉전적 갈등구조가 최근 동북아에서 생성된 과정과 배경을 각국의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6자회담 재개를 전망해 본 뒤, 한국이 처한 전략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6자회담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신냉전적 동아시아 대립구조 형성 배경과 영향

연초에 한반도 상황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았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실현하려 한다고 선언하였으며 북한외무성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회담을 제안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연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미·중관계는 알력의 조짐이 있었고 점차 갈등이 확산되었다. 2008년 말 미국 은행들이 과도하게 투자를 감행한 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미국 경제·금융 위기가 세계 금융 위기로 번지고, 오바마 행정부가 대규모 화폐 발행 등 유동성 창출을 통해 자국 위기 극복에 나서면서 2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한 중국은 막대한 손실을 보게되면서 자연히 불만을 제기하여왔고 급기야 초강대국 미국이 누려온 특권인 국제 달러본위제에 대해서까지 개혁을 주장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달러 가치 약화의 최대 이유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에 있는데 그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중 적자는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중국이 대폭으로 위안화를 평가절상해야 한다고 반격해왔다. 더구나 새해 벽두부터 인터넷검색에 동조한 구글의 중국 철수를 둘러싸고 미·중 양국이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미 행정부가 대만에 패트리엇 요격미사일(PAC-3)을 포함한 67억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계획을 발표하자 중국은 미국과의 군사교류를 전면 중단하였으며,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2월 18일 백악관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자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되었다.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침몰의 여파는 양국간 긴장 갈등을 군사부문으로까지 전이시켰다. 북한에 대해 무력 시위의 일환으로 한·미 양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합동훈련을 통한 무력시위를 준비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중국에 대한 군사 위협이라고 강력히 반발하였고, 이에 한·미 양국이 훈련지를 동해로 옮겼지만 중국은 계속 반발하면서 여러차례의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반발을 표출하였다.

미·중간 갈등은 자연스럽게 한·중간 마찰과 갈등으로 확산되었다. 한국 정부는 중국이 침략자 북한을 두둔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중국은 북한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대국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구나 한국 정부가 중국의 간곡한 충고나 조언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고라는 명분 하에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에게 군사적인 위협을 가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평가한 듯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대외정책의 제1과제로 북한의 핵 포기 유도를 내세우고, 이제까지 한국 정부는 2년 이상 미국과 공조하여 대북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버릇을 고치고 핵 포기 결단을 얻어내겠다고 매진해왔으므로 당연히 북한과의 교역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하는데, 천안함 후속 조치로 중국정부와 갈등관계를 자초하는 것을 중국정부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중국과 일본이 댜오위다이(釣魚島) 문제를 두고 외교전과 경제전을 벌이는 가운데 클린턴 국무장관은 미·일안보조약이 이 문제에 적용된다고 선언하여 일본을 후원하고 나섰고, 러시아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쿠릴열도 방문의사를 표명하여 일본과의 영토분쟁에서 중국을 후원하는 유대를 과시하였다.

이렇게 동북아에서 한·미·일 대(對) 북·중·러의 대립구도가 재연되는 듯한 상황이 전개되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은 올 5월과 8월 두차례나 중국을 방문하여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서방의 대북 제재와 식량 및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원조를 요청하고 3대세습을 양해받은 뒤, 9월 말 당대표자회에서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전대미문의 3대 세습을 단행하였다. 문제는 한·미·일이 강력하게 중국과 북한을 압박하는 구도하에서 중국이나 북한은 양국관계 강화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데 있다. 천안함 도발을 자행하고 한국과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은 북한은 오히려 중국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지하에 사회주의 국가로서는 기상천외한 3대 왕조 세습을 성공시킨 것이다.

6자회담 재개 전망

천안함 사건의 파장이 약해지는 가운데 8월 중순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가 평양을 방문하여 6자회담 재개 동력을 재가동하였다. 이어서 그는 한국, 일본, 미국, 러시아를 방문하였고,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아시아를 순방하였다. 그 결과 천안함 사건은 이제는 남북간 해결 과제로 넘기고 6자회담은 북핵문제 자체의 진전에 대한 기여 여부로 판단하겠다는 합의가 도출된 듯하다. 단지 한국이 북핵문제의 주요 당사자이고 6자회담의 일원이며 미국의 동맹으로서 새롭게 미국 중시 외교를 펼쳐왔으므로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서 북핵 문제 해결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이 회담 재개에 선행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미국이 이제 천안함 사건을 남북의 문제로 넘긴 것은 클린턴 국무장관이 국무부에 지시한 '신선한 대안' 모색의 배경에 놓여있는 미국의 전략적 고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짓고 항공모함을 파견하여 한국의 대북 경고 시위를 적극 지원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략적 이득을 챙겼다. 대미 자주노선을 취해온 일본 민주당의 노선을 미·일동맹 중시로 복귀시켰고 후텐마 기지 이전 건을 미국의 뜻대로 되돌려 놓았으며, 국제 평화를 중시하고 호혜적인 이익을 추구한다던 중국이 평화훼방국 북한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도록 함으로써 경쟁자인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베트남 등 중국의 이웃국가들이 미국과 협력하도록 만들었다. 특히 한·중관계를 후퇴시키고 한·중 FTA 논의를 뒷전으로 밀어내는 성과도 거두었다. 더구나 1억달러도 되지않는 대북 제재를 가하면서 한국이 130억달러에 달하는 이란과의 교역에 제재를 가하도록 만들었고, 천안함 후속 조치로서 한국의 대잠 무기 등 추가 무기 구매, 한·미 FTA협정 수정,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등에서도 한국의 우호적인 태도를 기대하는 한편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 계획에 한국이 편입되는 것까지 기대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의 국익 중 아직 진전을 보지 못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중국은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으며 북한 역시 점차 6자회담 재개 조건을 완화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입장도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게 6자회담을 재개하려면 북한의 성의 표시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여 성사시키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남북 군사 실무회담도 북한측 제의로 열렸으며 남북관제통신망도 복원시키는 등 계속적으로 남북간 대화와 협상, 교류 재개 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므로 한국 정부가 6자회담 재개를 계속 통제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북한은 영변의 폭파된 냉각탑 인근에서 공냉식 냉각탑 건설에 나서는 동향을 보이고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 실험장에서 차량과 인원 통행 움직임을 보여 원자로 재가동이나 핵실험 가능성을 과시하면서 미국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미 중간선거가 끝난 뒤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을 보다 적극적으로 취하고, 북한역시 회담 재개를 위해 국제원자력 기구 사찰단을 복귀시키고 핵 불능화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성의를 보이면서 연내에는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의 대응 방안

▲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적이지만 최근 북한과 중국은 '혈맹의 우의'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5일 평양에서 궈보슝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왼쪽)과 악수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뉴시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대외정책의 제1과제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내세워왔다. 정부가 아직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책임있고 능력있는 모습을 보이려한다면 다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여야 한다.

첫째, 6자회담이 공전 중이지만 북한 핵 능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먼저 추출된 플루토늄의 핵탄두화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또한 핵탄두 운반능력 향상을 위해 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가 연구중일 것이고 미사일 기술도 계속 향상 중일 것이다. 원심분리기를 가동하여 고농축우라늄 추출도 진행중일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원자로는 가동되고 있지 않지만 공냉식 냉각탑 건설이 진행 중이라면 조만간 원자로를 재가동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북한에게 압박과 제재를 가하는 동안 북한의 핵 능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으므로 결국 북한은 머지않아 명실상부한 핵 능력 보유국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기다림의 철학'을 구사할 여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둘째, 이제 이명박 정부의 임기도 충분히 남지 않았다. 어느새 임기가 중반이 지나 이제 2년 4개월이 남았을 뿐이다.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마지막 해에 정상회담을 개최한 것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으므로 마지막 1년은 또 제외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핵문제 진전이나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일년 남짓의 기간동안 성과를 내야 한다.

셋째, 정부는 현재 북한의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하여 미국과 공조하여 제재와 압박에 중점을 둔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압박과 제재가 성공하려면 북한 대외교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중국을 거쳐 사치품과 군사 부품 및 기술까지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자주 들린다. 효과가 거의 없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아직도 '북한의 버릇을 고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려면 중국이 우리의 행동에 동참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정책 방향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와 외교는 도덕보다는 실현 가능성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넷째, 북한의 조건부 6자회담 복귀 의사에 대해 가장 엄격한 잣대로 이를 막아온 것이 한국 정부이다. 천안함 사건 이전에도 미국은 북한에게 6자회담에 복귀한다면 회담 과정에서 제재 해제가 논의될 수 있고, 평화협정도 6자회담이 재개되면 논의되지 않겠냐는 수준의 입장을 보였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에 가시적인 진전이 이루어진 뒤에야 제재 해제나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수준의 엄격한 입장을 고수하였다. 지금 우리 정부는 북한의 성의 표시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6자회담 개최보다 선행해야 한다는 점을 추가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6자회담을 개최하지 않아도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일 6자회담이 제일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면 6자회담 진입 장벽을 조정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을 회담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한편 6자회담이 재개되어도 난제가 첩첩히 쌓여있다. 무엇보다 새로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과 미사일 문제가 의제로 포함되어야 하고, 1998년 12월 이후 6자회담을 공전하게 만든 검증 및 사찰문제에 대해 여러 세부의제가 합의되어야 하며, 핵 폐기 대상과 방식 및 일정 등이 북한에 대한 보상과 연계되어 종합적으로 합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각국 내부에서 논쟁과 반발이 제기될 것인데, 각국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를 극복해갈지, 또한 그 과정에서 6자회담국들간 신뢰가 형성되고 공고화될지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남·북·미·중 4개국 중 어느 한 나라에서 어느 한 사안에 대해서라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면 전과정이 또다시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의 관건은 한·미·중 3국의 공동 의지 도출 여부에 달려 있다고 판단된다. 즉 3국이 상호안보 및 상호위협감소, 그리고 동시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제공할 수 있는 보상에 대하여 공동의 '포괄적인 그랜드 바겐'안을 작성하여 북한에 제시하고, 북한이 이를 받을 경우 공동으로 신뢰성있게 보상을 이행하되, 만일 북한이 이를 거절할 경우에는 중국을 포함한 5개국이 공동으로 가혹한 대북 제재에 나설 것임을 결연히 보여주어, 결국 북한 정권이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핵 폐기 결정을 내리도록 해야한다.

* 원제 : 동북아 정세, 6자회담 전망, 그리고 한국의 대응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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