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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 가능성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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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 가능성은 0% [홍헌호 칼럼] 준조세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 황당한 코미디
10여년 전 어느 대학 교수가 흥미로운 말을 했다. 대중음악 기획사들이 보다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백화점식 전술'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사회비판과 전혀 무관한 곡이 대부분이지만 가끔씩 사회비판적인 것도 좀 집어 넣어야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당근과 채찍

우리나라에서 구독자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조선일보>도 이와 유사한 전술을 구사한다. 이 신문도 여론의 눈치를 보아가며 종종 기득권층을 비판한다. 특히 최근 이 신문이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에 상당히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추정해 보면 대략 세 가지다.

첫째, 신생 미디어 시장인 종편(종합편성채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의 중노년층 공략전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점. 둘째, 역시 신생 미디어 시장인 종편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중앙일보>의 든든한 배경인 대기업에 지속적으로 견제구를 날릴 필요가 있다는 점. 셋째, 권력의 향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이념적으로 보다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점.

그러나 이들의 견제구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금도(禁度)'를 넘어서는 경우는 없다. 대기업은 그들의 가장 든든한 물적 토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대기업은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줄 대상이지, 채찍만 가혹하게 휘두를 대상은 아니다.

홍콩, 싱가포르의 법인세율과 비교하는 것은 난센스

'만일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지난 18일자 <조선일보>의 칼럼은 '당근'에 해당한다. 이지훈 경제부장이 쓴 이 칼럼은 삼성 본사 해외 이전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다. 2005년에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본사의 해외 이전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삼성 비자금 특검이 있었던 2008년에도 해외 이전설이 나왔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 부장이 이렇게 근거 빈약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자.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좋은 기업들은 죄다 해외로 빠져나가고, 한국은 빈 껍데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22%)이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낮지만 아시아의 주요 경쟁국들인 대만(20%), 싱가포르(17%), 홍콩(16.5%)에 비해 높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주장에 대해서는 필자가 2008년 8월 <프레시안>에 쓴 칼럼, "MB정부, 감세 말하기 전에 계산부터 하라"에서 비교적 상세하게 논박한 바 있다.

"보통 미국,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무역의존도가 20%대 수준으로 매우 낮고 내수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내수성장을 위해 '소득재분배'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쓴다. 반면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들은 무역의존도가 300%대 수준으로 매우 높고 내수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법인세율을 낮추고 있다.

또 내수발전의 기반이 되는 인구와 법인세율 관계를 보더라도 OECD 회원국 중에서 아이슬랜드(30만 명), 아일랜드(430만 명), 핀란드(528만 명). 덴마크(544만 명), 스위스(748만 명) 등 비교적 인구가 작은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고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인구가 많은 나라들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높다.(인구는 2007년 기준)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70%대 수준으로 통계청이 소개한 74개국 중에서 26위로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인구 또한 200여개 국 가운데 25위로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인구대국과 인구소국 중간 정도가 적정하다 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11월 <노컷뉴스>에 실린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의 인터뷰 기사. 그도 필자와 유사한 의견을 피력했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가 법인세율이 상당히 낮은 편이고, 경쟁국이라고 얘기하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보다는 물론 높지만, 이런 도시국가들 하고 G20에 속하는 우리나라 하고는 산업구조도 다르고, 경쟁규모도 다르고, 많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꼭 그 나라들과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2010년 11월 16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의원이 2008년 <프레시안>에 실린 필자의 글을 읽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보수진영을 비판하는 필자의 글이 보수진영 일각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율은 경쟁 산업국가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뉴시스

홍콩·싱가포르 빈부 격차, 중남미 수준

법인세율에 관한 한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특수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대만은 중소기업 비중이 유난히 높은 나라다. 그래서 법인세 최고세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홍콩, 싱가포르는 중개무역으로 먹고사는 도시국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심각한 빈부 격차와 낮은 법인세율을 맞바꿀 수밖에 없었다. 경제수준에 비해 조세부담율이 낮으면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따르면 홍콩의 지니계수는 0.533(2007)으로 137개국 중에서 13번째로 빈부 차가 컸고, 싱가포르의 지니계수는 0.478(2009)로 29번째로 빈부차가 컸다. 지니계수 0.5는 중남미 수준이다. 이 두 나라는 내수 희생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도시국가들의 어두운 그늘을 보여준다.

감세정책과 외국인 투자, 별다른 관련 없다

이 부장과 같은 맥락에서 대다수 보수언론들은 기업들의 과중한 세 부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근거가 빈약하다.

국책연구소들의 보고서를 보면 기업들이 해외진출 사유로 '국내의 높은 세금'을 거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년 간의 FDI(외국인 국내 직접투자)와 ODI(내국인 해외 직접투자) 동향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조세정책과 FDI, ODI 유출입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 ⓒ홍헌호
[그림-1]을 보면 최근 몇년 간의 법인세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FDI 비율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2006년 이후 GDP 대비 ODI 비율이 급증한 것은 2006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이었던 최중경 현 지식경제부 장관이 환율을 높이기 위해 달러 퍼내기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35조 원의 사회보장세 덜 내고 있다

정부의 법인세 감세정책이 FDI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기업들의 세금 부담 수준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다.

OECD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4.0%로 OECD 평균 3.9%와 유사하지만, GDP 대비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은 2.4%로 OECD 평균 5.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 ⓒ홍헌호

이렇게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보니 정부의 감세정책이 FDI(외국인 국내 직접투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이다.

기업들 준조세 과하다? 황당한 코미디

또 방송토론을 하다보면 보수진영 학자들은 어김없이 '준조세'를 들고 나온다. 기업들의 준조세액이 법인세액에 근접할 정도로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준조세가 32조 원(2009년)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준조세 부담이 과하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조세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우리나라 준조조세 실태와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이렇게 쓰여져 있다.

"협의의 준조세 규모를 산출하면 부담금 2조 3822억원,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 20조 7167억원으로 23조 969억원."
"광의의 준조세 규모는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 20조 7167억원, 부담금 11조 5477억원을 합한 32조 2644억원."

이 보고서를 접한 보수언론들은 한국의 준조세 부담액이 법인세의 94%에 달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그 실체는 이들의 주장과는 무관한 것이다.

이 보고서가 준조세의 일종으로 분류한 사회보험료 사업주 부담금 20조7167억 원은 필자가 앞에서 언급한 기업부담 사회보장세를 말하는 것이다. (2007년 GDP 대비 기업부담 사회보장세 비율은 우리나라가 2.4%, OECD 평균이 5.4%)

문제는 부담금 2조3822억 원(협의)~11조5477억 원(광의)인데, 이런 것들이 과하다고 주장하려면 선진국들과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조세연구원 보고서에는 이에 관한 아무런 분석이 없다.

광의와 협의의 준조세 구분도 신뢰를 얻으려면 국제기구의 구분 기준에 따라 준조세를 나누거나, 그게 없다면 연구자 자신의 기준에 따르더라도 일관되게 각국의 통계자료들을 비교해야 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조세연구원의 보고서는 그 어느 쪽도 아니었다.

삼성그룹의 총매출, 국가경제 총산출의 8.3%

이 부장은 또 문제의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한다.

"2009년 삼성그룹 계열사 71개의 총매출은 220조 원에 달해 우리 GDP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전체의 23%이고,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이른다."

우리 경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3가지 지표를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출액과 GDP를 단순비교하여 비중을 따지는 것은 코미디다. GDP가 부가가치액의 총합이라는 것은 대학교 1학년생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분모를 GDP로 놓고 분자를 매출액으로 놓아 경제적 비중을 따진단 말인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은 1678조 원의 중간재(중간서비스 포함)를 투입하여 959조 원의 부가가치를 남기고, 2637조 원의 총산출을 낳았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총매출 220조 원은 우리 경제에서 8.3%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아야 옳다.

물론 삼성그룹의 경제활동은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비해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그 경제적 비중을 단순히 표면적으로 드러난 지표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런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실증적으로 나타난 지표들을 무시하고 엉터리 지표들을 만들어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나가며

동서고금의 독재자들은 안보위기론을 활용하여 위기에서 벗어나곤 했다. 경제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위기를 침소봉대하여 엄청난 사익을 챙기곤 한다. 삼성 본사 해외 이전설도 이와 같은 위기론의 아류, 혹은 협박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 비자금 특검이 있었던 2008년에 해외 이전설이 많이 나돌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부장 글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가 "삼성 같은 한 나라의 대표기업이 국적을 통째로 옮기는 경우는 역사적으로 드물"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기업조세 부담이 과하다며 삼성 본사 해외 이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한민국만큼 기업의 세 부담이 가벼운 나라도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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