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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직장폐쇄' 배후에 현대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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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직장폐쇄' 배후에 현대차 있다? 노동계 "주간2교대제 전환 막기 위해 벌인 노동탄압"
충산 아산의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에서 일어난 파업 및 직장폐쇄의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자동차 엔진 부품 피스톤링을 절반 이상 납품하는 유성기업의 생산중단이 대기업에 미치는 타격이 직접적이어서 사용자 단체는 처음부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노조 역시 주간교대제 전환 등이 걸린 '전초전'에서 노동권을 말살하는 사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3일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는 일제히 유성기업 파업으로 인한 완성차 업계 생산차질 우려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유성기업으로부터 피스톤링의 70%를 납품받는 현대차는 22일부터 특근이 중단됐고 기아자동차도 일부 공정의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스톤링 물량의 절반을 공급받는 한국지엠과 엔진에 들어가는 캠 샤프트를 전량 공급받는 르노삼성도 현재 일주일치 미만의 재고만 남아있는 상태다.

국내에서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곳은 유성기업을 포함해 2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 단체는 유성기업의 파업을 격렬하게 비난하며 공권력 조기투입까지 요구하고 있다. 경총은 22일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의 불법 파업 및 사업장 점거는 올해 교섭을 앞둔 사업장에 선례를 만들어 현대차 지부 선거 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수단"이라며 "신속히 공권력을 투입해 극단적인 불법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같은날 "유성기업 노조는 완성차 생산직보다 높은 평균 7000만 원에 달하는 급여를 받고 있으면서 불법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공권력 투입을 요구했다.

이러한 사용자 단체의 '초조함'은 파업초기부터 유성기업 노사의 무리한 물리적 충돌로 나타났다. 파업 2일째인 지난 19일 사측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이 유성기업 노동자 13명을 치어 8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금속노조 충남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이 사건을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 해 반발을 사고 있다.

▲ 19일 새벽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에 치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쓰러져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유성기업 사태 배후에 현대차 있다?

유성기업의 파업과 곧바로 따른 직장폐쇄, 물리적 충돌과 조기 공권력 투입 논란이 짧은 시간에 연이어 벌어지는 원인은 사실상 완성차 업계의 생산 차질을 떠나 현대·기아차 노사 임단협에서 논의될 주간2교대 근무제 전환을 두고 벌이는 줄다기리 싸움의 일환이라는 게 노동계의 해석이다. 현대차 측이 교섭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먼저 교섭이 벌어진 납품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조가 입수한 유성기업의 '주간연속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 문서에 따르면 '현대차 시행 후 3개월 내 시행추진 등의 형태로 도입을 위한 실무 TF구성', '현대·기아차 시행 전 '선시행' 노사합의 방비' 등 구체적인 표현이 들어있다"며 "이러한 현대차의 입장 때문에 원만했던 유성기업 노사가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은 유성기업에 상주해 있던 현대차 구매관리본부장의 차량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기업은 생산공정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없는 공장으로 최근까지 현대차를 웃도는 임금인상에 합의한 모범적인 노조로 알려져 있다. 주간연속2교대제 전환 역시 지난 2009년 원칙적으로 노사가 합의해 세부 절차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주간연속2교대제로 바뀌면 현재 1주일은 낮에, 2주일은 연속으로 밤에 일하는 주야간교대제 근무가 새벽~저녁, 저녁~자정 시간대에 번갈아 일하게 돼 밤에는 일하지 않게 된다.

주·야간 교대제에서 주간연속교대제로 전환하면 야간에는 생산시설이 가동을 멈추게 돼 생산량이 줄어들게 되지만 당시 노사는 임금삭감과 노동 강도 강화 없는 교대제 전환에 합의했다. 이는 교대제 전환 과정에 노동강도 강화 및 임금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기아차보다 진일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세부적인 전환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로 기대됐던 교섭에서 사측은 교대제 전환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12차례의 교섭이 무위로 끝난 뒤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18일 파업찬반 투표를 78%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현대·기아차 노사가 임금삭감·노동강도 강화·고용불안 없는 '3무 원칙'을 걸고 교섭에 임하는 상황에서 자칫 선례로 남을 유성기업 교섭을 지연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직장폐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이정훈 유성기업지회 조합원은 "결의한 파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용역을 동원해 인도로 차량을 돌진시켜 내몰면서도 사측은 교섭에 대한 언급 없이 공권력 투입 메시지만을 보내고 있다"며 "지금 즉시 폐업을 철회하고 교섭에 나서라"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확보된 문건에 따르면 유성기업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유성기업의 공격적인 직장폐쇄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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