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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신드롬'이 아니라 '론스타 신드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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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호 신드롬'이 아니라 '론스타 신드롬'이다" [기고] "우리는 '홍길동 시대'를 사는 게 아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지주 간의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연장하는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5월24일 1차 시한이 만료됐지만, 계약이 파기되지 않고 연장될 것이라고 하나금융지주의 입을 빌려 언론이 전하고 있다. 3개월 또는 6개월 정도 연장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조건인데, 론스타가 8000억 원이나 더 내 놓으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에서는 금융당국의 미온적인 태도가 '론스타 배불리기'를 해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관료들의 '변양호 신드롬'이 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은 언론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

'변양호 신드롬'은 언론이 만든 허구다

지난 5월 12일 금융위원회가 "외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사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에 대해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자 언론에서는 곧바로 '변양호 신드롬'이 거론됐다.

언론에서 쓰는 이 말의 뜻은 '책임 추궁이 두려워 정책결정을 미루는 공무원들의 보신행위'쯤 될 것이다. 변양호 국장이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 펀드에 매각했다가 나중에 검찰조사와 재판을 받게 된 상황을 빗댄 것이다. 그런데 변양호 국장이 당시 한 일이 무엇인가. 변 국장은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으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했다. 미국에서조차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투기자본에게 헐값으로 매각했다. 국가재산인 은행을 파는데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한 걸음 나아가 불법 매각을 하도록 금융위에 협조를 요청했다. 콜옵션을 부여해 론스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고, 수출입은행에는 손해를 끼쳤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는 론스타 펀드를 본받아 보고펀드를 만들었다.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5100억 원을 투자받았다. 외환은행에게 1000억 원을 요구해서 400억 원을 출자 받았다. 외환은행이 출자를 주저하자 친구인 하종선 변호사를 시켜 경영진(김형민 부행장)에게 전화를 했다. "하종선 변호사는 오늘도 전화를 두 번이나 했습니다. 변양호 국장이 많이 흥분해 있어 외환은행이 걱정이라는 취지입니다. 하 변호사가 이번 건 만큼은 너무 무리를 하는 것 같습니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말은 '국가재산을 투기자본에게 헐값에 팔아치우고 나중에 대가를 요구하는 관료들의 행동' 쯤으로 정의되어야 한다. 사모펀드에 이어 헤지펀드가 허용되면 이 현상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면 언론은 더 이상 '변양호 신드롬'을 운운해선 안 된다.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론스타의 '배'만 불리는가?

"국민 정서에 편승해 금융당국이 책임을 회피했고, 결국 대한민국 전체가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게 됐습니다." 이 말은 론스타 회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 어느 경제학자의 인터뷰다. 그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계속 경영할 경우,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를 팔아 치우면서 배 속을 채울 것이라"고 하면서 "론스타는 자신의 투자자에게 '한국의 금융당국이 무책임해서 수익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외환은행에서 배당금을 짜내 투자금을 돌려 주겠다'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 법적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금융위의 결정이 어째서 국민 정서 편승인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유죄 판결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인데도 눈을 감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이 있다고 결정해야 하는가? 론스타가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잘못된 인식이다. 나아가 그 부담을 대한민국이 전체가 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필자가 동의하는 말은 금융위의 책임회피다. 분명 금융위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법부의 뒤에 숨어있다. 금융위는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원이 3월 10일 론스타의 대표인 유회원이 주가조작을 했다고 선고했을 때 금융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했어야 했다. 그리고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에 대해 징벌적으로 '주식 매각명령'을 내려야 했다.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은 금융위의 책임 회피이고 직무유기이다. 이것은 관료의 소신이나 월권도 아니다. 은행법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는 이름으로 금융위에 부여한 권한이다.

의결권이 정지되는데, 배당금은 어떻게 챙길 수 있나

주식 매각명령을 받으면 즉시 의결권이 정지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론스타가 현대건설 매각대금 1조 6000억 원, 하이닉스 매각대금 7000억 원을 챙기는 말은 성립이 안 된다. 더 나아가 론스타가 '배당파티'를 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주주가 아닌데 어떻게 배당금을 챙길 수 있겠는가.

금융위에 있는 증권선물위원회가 두 차례 주식 매각 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DM파트너스의 경우와 KCC의 경우이다. 이들 회사의 대주주에 대해 금융위는 처분 대상 주식과 처분 시한 및 방법을 지정해서 '주식 매각명령'을 내렸다. 이들 회사의 대주주는 '주식 대량 보유 신고'를 위반한 것이었다. 론스타의 범죄는 주가를 조작한 범죄다. 주가조작은 자본주의를 위협하는 대표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이다. 그런데도 왜 '주식 매각 명령'을 내리지 않는가? 외국인이라고 특별대우라도 하는가? 아니면 한국인 투자자, 일명 '검은머리 외국인'의 눈치라도 보는가? 금융위가 론스타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데, 형평성도 없고 논리도 빈약하다.

'주식매각 명령'을 받은 론스타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론스타는 이에 불복해서 소송을 할 수 있다. 법원 판결 때 까지 처분을 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면 금융위의 주식 처분 명령은 잠시 중단된다. 물론 의결권 행사는 정지된 채로 말이다. DM파트너스의 경우가 바로 이러했다. 금융위가 2008년 3월에 명령을 내리면서 처분 시한을 8월 25까지로 지정했는데, DM파트너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1심 판결이 끝난 11월25일에 주식을 매각했다. 론스타 펀드에게도 이렇게 해야 한다.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연장하려는 이유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연장하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허망한 일이다. 우선,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싶은 욕망이 있으니 계약 연장에 동의할 것이다. 론스타는 어떤가. 언론에서는 '론스타만 느긋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배당으로 챙기고, 계약파기 후 다른 원매자를 찾을 수도 있고, 금융위의 강제 매각명령에도 팔면 되니까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론스타가 배당으로 챙길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이야기 했다. 계약파기 후 다른 원매자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더라도 현재의 상황과 달라지지 않는다. 즉, 론스타가 주가를 조작해서 대주주 자격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유죄가 확정되어 강제 매각명령을 받으면 그냥 팔면 된다고도 한다. 그런데 법률전문가나 일반인들도 '장물'을 처분하도록 그냥 둘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익을 챙기면 누구라도 범죄의 유혹에 빠질 것이다. 걸리면 처분하면 되고, 안 걸리면 그냥 팔면 된다면 법률은 존재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론스타는 왜 계약을 연장하려고 하는가

우선, 매각대금을 더 달라고 하면서 '론스타만 배 불린다'는 정서에 편승하고 싶을 것이다. 불법을 한 론스타가 이익을 더 챙기는 모습을 보고, "빨리 팔고 나가게 해라"라는 여론이 조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와의 계약을 파기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국민은행이나 HSBC, DBS와의 매각 때와는 전혀 다른 조건이다. 이번에는 범죄로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는 것이다. 셋째는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일단 시간을 벌고 고등법원에서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고등법원에서 뒤집어 지면 3심제가 뿌리 채 흔들리는 일이다. 하지만 워낙 불법과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난 론스타 게이트에선 이것마저도 염려된다. 넷째는 유죄판결이 나서 매각명령을 받더라도 기존의 하나금융지주와의 계약대로 팔겠다고 우기기 위해서다.

'변양호 신드롬'이 아니라 '론스타 신드롬'이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의 계약을 파기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놀랄 일이 아니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박과 불법을 감행하고 벼랑 끝 전술을 펴는 것이 투기자본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한다면 '변양호 신드롬'이나 '국익', '배당파티'라는 단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전략일 것이다.

이제 '론스타 신드롬'을 이야기해야 한다. 로펌과 관료들의 힘을 이용해서 불법으로 은행을 인수하고, 주가를 조작하는 등 각종 범죄를 했지만,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이익을 챙기려는 똥배짱. 이것이 '론스타 신드롬'이다. 이 신드롬의 동조자가 될지 투기자본의 감시자가 될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변양호를 직권남용이라 부르지 못하고 론스타를 투기자본으로 부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우리 시대는 홍길동 시대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 시대면 로빈후드(Robin Hood)나 자력구제가 어울릴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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