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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정태인, 조금 걱정스런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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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과 정태인, 조금 걱정스런 '극과 극' [홍헌호 칼럼] '반값 등록금'을 옹호한다
바야흐로 정책의 춘추전국시대인가. 최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이 대학등록금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3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학등록금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며 대학 등록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반면 같은 날 정 원장은 <PD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등록금 지원정책이 오히려 사교육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정 최고위원의 논리는 아주 단순하다. 선진국 "대부분이 등록금이 없거나 있어도 프랑스, 독일처럼 연간 20만 원 내외"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집권한 후 "등록금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원장은 "대학 다니는 비용을 낮춰 주면 대학에 가려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입시 경쟁은 더 격화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록금 인하가 그 이상의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공복지지출 확대분을 몽땅 대학무상교육에 쓰자고?

먼저 정 최고위원 주장부터 검증해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7.5%다. 반면 프랑스는 28.4%에 달하고, 독일은 25.2%에 이른다. 우리나라가 프랑스와 독일 복지수준을 따라잡으려면 이 비율을 17.7~20.9%포인트 높여야 하고, 이것은 공공복지지출액을 208~245조 원 더 늘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우리나라 GDP는 1173조 원)

▲ ⓒ홍헌호

그런데 정 최고위원은 겨우 12조 원의 공공 복지지출을 늘리자면서, 그것을 몽땅 대학무상교육에 투입하자고 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보도를 보니 천정배 최고위원도 "부자감세만 철회하면 무상등록금까지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했다 한다. 이 주장도 적절하지 못하다. 현 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를 철회한다 하여 엄청난 재원이 덤으로 쏟아지는 게 아니다. 단지 2007년 재정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다.

등록금 인하가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정태인 원장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정 원장은 대학 등록금 인하가 그 이상의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杞憂)다. 지금과 같은 대학진학률 79%(2010) 하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대학졸업 여부가 직업 선택에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등록금 인하가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적다.

오히려 등록금 인하는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는 학생, 또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등록금을 버느라 대학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의 능력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다만 필자가 반값 등록금에 찬성하면서도 대학무상교육에 반대하는 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지지원정책에 대학교육 복지지원정책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의료, 노동, 고령층, 여성, 주거, 보육, 일자리, 등등 복지지출을 늘려야 할 분야는 무수히 많다.

경제수준에 맞는 복지 하려면 복지지출 95조 원 늘려야

정 최고위원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의 복지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OECD 회원국들을 보면 평균 조세부담률을 25%에서 35%로 높이는데 40년 이상 걸렸다. 우리나라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대신 우리는 단기적으로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의 복지수준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비슷한 10개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 비율은 7.5%로 이들 국가들 평균 15.6%보다 8.1% 포인트 더 낮다.

▲ ⓒ홍헌호

우리나라의 공공복지지출 비중이 이들 국가들보다 8.1%포인트 더 낮다는 것은 이들보다 공공복지지출액이 95조 원 더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0년 우리나라 경상GDP는 1173조 원).

경제수준에 맞는 대학교육복지 하려면 반값등록금 추진해야

대학교육복지를 경제수준이 비슷한 나라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높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비 중에서 가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8%다. 반면 경제수준이 비슷한 10개국 평균은 31.2%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학교육복지 수준을 이들 국가들과 유사하게 하려면 일차적으로 가계지출 비중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반값등록금을 요구해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홍헌호

다만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장파의 반값 등록금은 시민단체들의 반값등록금과 그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소장파들은 대학생들을 10개의 소득 분위로 나누고 소득 중상위 50%를 수혜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논리와 근거가 불충분하면 득보다 실이 크다

요약하며 글을 맺는다. 필자는 단기간 안에 대학 무상등록금을 추진하자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복지지원정책에 대학교육 복지지원정책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대학 등록금 인하가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정태인 새사연 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대학진학률 79% 하에서는 등록금 인하가 사교육비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적다. 오히려 등록금 인하는 잠재력 있으면서도 등록금 버느라 대학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학생들의 능력을 제고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대학등록금과 관련하여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논의든 그것은 충분한 논리와 근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득보다 실이 크다. 정동영 최고위원에게는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이 필요할 듯 싶고, 정태인 원장에게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게 필요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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