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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기술'이라는 줄기세포 성형외과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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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기술'이라는 줄기세포 성형외과 직접 가보니… [진단] 불법 시술, 과장 광고 극성…전문가 "부작용 위험 심각"
논문 조작으로 서울대에서 파면됐던 황우석 박사가 6년 만에 공식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황 박사는 지난달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는 줄기세포 연구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질주하고 있다"며 한국도 뒤쳐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염치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연구로 속죄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황 박사가 돌연 재등장한 배경에는 줄기세포 산업에 대한 정부의 조급증이 한몫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보다 조금 앞서 "너무 보수적이면 앞서 나갈 수 없다"며 "(줄기세포 산업에) 신속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황 박사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줄기세포 산업에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 허가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약회사들도 앞다퉈 줄기세포 치료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겨우 '걸음마 수준'인 기술이 검증 없이 실용화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해 줄기세포 시술을 받고 사망한 환자가 생긴 만큼, 실용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은 줄기세포 상업화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시중에는 '줄기세포'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 광고가 남발된다. 몇몇 성형외과는 줄기세포 시술의 효과성을 과장홍보하고 있었다. 줄기세포 시술은 성형수술 중에 가장 위험한 편에 속한다는 가슴 성형에서도 적용되고 있었다. <편집자>


▲성형외과 밀집지역(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밀집지역. 자가 지방 줄기세포 가슴 성형수술을 전문으로 한다는 성형외과 몇 군데를 찾았다. 떠들썩한 광고와는 달리 병원 안은 의외로 한산했다. "몇 달 전 경찰에서 단속을 나왔거든요. 불법 치료한 사람과 줄기세포를 안 넣고도 넣었다고 사기 친 의사가 걸렸어요. 지금 경고받은 병원도 꽤 많아요. 물론 우리 병원은 합법적인 시술만 합니다." 병원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하고 싶다고 하자 곧 상담실로 인도됐다. 의사는 지금까지 다양한 성형방법이 개발됐지만 이제 대안은 줄기세포 가슴성형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보형물을 넣으면 이물감이 들고, 자가 지방이식수술을 하면 얼마 못 가 원래대로 돌아오거든요. 반면에 줄기세포를 넣으면 한 달 뒤에 이식한 지방의 70% 이상이 살아남고 이후 1년 동안 몸만 안 아프면 평생 갑니다."

곧 이어 자신의 배나 허벅지에서 지방을 뽑은 후 그 지방에서 성체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추출한 줄기세포를 다시 지방과 섞어 가슴에 이식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가슴 밑과 겨드랑이에 관을 꽂아서 줄기세포를 섞은 지방을 주입해 흉터도 없다, 뱃살과 허벅지에서 지방을 뽑으면 다이어트 효과도 생기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했다. 모델도 한 수술이었다. 가격은 500~1000만 원이었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지방에서 뽑은 성체줄기세포도 배양을 시키면 암세포로 분화할 수 있지만, 배양을 안 하는 만큼 그럴 염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줄기세포는 이식한 다음날부터 바로 혈관으로 분화해서 혈액공급을 해준다"며 "오히려 수술한 뒤의 붓기와 염증을 없애준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에서도 이 시술은 "부작용은 전혀 없으면서 평생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광고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들의 주장처럼 줄기세포 성형수술 방식은 '꿈의 신기술'일까.

"부분적으로 쓸 수는 있지만, 큰 수술에 적용 불가"

전문가들은 우선 "자가지방 줄기세포 가슴 성형수술의 효과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007년 일본에서 40여 명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 보고서만 있을 뿐 장기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의 A교수는 "지금은 아직 실험단계일 뿐이다. 줄기세포 성형의 실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줄기세포 성형수술을 하는 병원들이 쓰는 것은 대개 '완전한 줄기세포'가 아니라, 줄기세포가 분리되기 전 단계 지방인 기질세포(Stromal Vascular Fraction)"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지방이식수술을 할 때 지방만 주입하는 것보다 건더기가 많은 지방인 SVF를 섞어서 넣으면 효과가 증진된다는 보고서가 있다"며 "이러한 방식은 가슴이 함몰된 경우나 성형 부작용으로 가슴이 울퉁불퉁해졌을 때, 얼굴 등에는 부분적으로 쓴다. 하지만 가슴 확대와 같은 큰 시술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줄기세포를 충분히 추출하면 효과가 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몇 개를 뽑았든 아직까지는 그 효과가 공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성형외과의 B교수도 "세포가 70% 이상 살아남았다는 것은 동물 실험에서는 가능할지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지방조직에서 성체줄기세포를 뽑아서 사람에게 시험하겠다는 것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기형종 생기거나 석회화될 수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A교수는 "줄기세포 수술이 암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칫하면 기형종을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또 "모든 지방이식수술에는 어느 부분은 지방이 잘 살고 어느 부분은 지방이 죽어 가슴이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일부분은 석회화돼 성형이 균일하게 안 될 수 있다. 지방이식수술의 일종인 줄기세포 가슴성형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형수술과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줄기세포 가슴성형과 관련한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주로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거금 들여서 했는데 한 달 뒤에 지방이 몸에 흡수돼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사례가 많지만, 시술 이후 가슴이 석회화돼서 굳었거나 염증이 생기거나 지방이 괴사돼 울퉁불퉁해졌다는 호소도 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줄기세포 가슴성형을 하려면 대량의 지방을 주입해야 하는데, 지방은 많이 넣을수록 생존율이 떨어지고(괴사되고) 약간 넣으면 수술 효과가 줄어든다"는 딜레마를 짚었다. 하지만 취재한 병원들 중에 이러한 점을 제대로 공지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시술?"…현행법상 불법

과장 광고와 더불어 몇몇 성형외과의 불법 시술도 문제다. 현행법상 줄기세포를 배양해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자가 줄기세포를 추출해 바로 몸에 이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세포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면 '의약품'으로 분류돼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 성형외과 브로커는 줄기세포를 어떻게 추출하느냐는 질문에 "지방을 세 컵 정도 뽑아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회사에 보내면, 준비된 엄청난 장비가 줄기세포 배양, 증식에 들어간다"고 답변했다. 이 브로커의 말대로라면 지금껏 이 회사와 계약한 병원들은 불법 시술을 한 셈이다. 더군다나 이 회사는 성형외과 개원의 수백여 명과 제휴를 맺었다고 했다.

한 성형외과 의사는 "지방에는 줄기세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이 있는데, 다른 물질을 녹이고 줄기세포만 추출하려면 시약을 써야 한다"면서 "그런 시약을 첨가하는 것도 사실 불법이지만 (의사들이) 많이들 쓴다"고 털어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가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전반적인 단속을 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단 식약청, 보건소, 경찰이 관리나 단속에 나설 수는 있다"고 말했다.

40명 대상 6개월 연구한 줄기세포 치료제, '세계 최초' 시판 허가?

지금까지 식약청이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판을 허가한 경우는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가 유일하다. 이는 한국 최초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 사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시판이 불완전한 데이터를 근거로 허가됐다고 우려한다. 수천 명을 대상으로 수년 간 이뤄져야 할 임상시험에서 유효성 평가가 불과 환자 40명(대조군 포함 80명)을 대상으로 6개월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당 임상시험을 주도한 교수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치료효과를 입증하려면 적어도 1000명(대조군 포함2000명)은 필요하다"며 "시판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국 정부가 임상시험 수준에 불과한 치료제를 시중에 내놨다는 것.

아직까지 줄기세포 치료제를 포함한 생물의약품을 허가할 때 몇 명을 대상으로 어느 기간 동안 임상시험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만들면 한국이 세계 최초가 되는 것이라서 (선례가 없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식약청은 관련 업계의 요구에 따라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자기세포치료제의 임상과정을 간편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르면 이달 중에 발표하기로 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대상으로 한 세포치료제에 대해 일부 안전성 검토사항 면제 등 완화된 임상시험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생명윤리 전문가인 김병수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황우석 사태를 겪고도 정부가 줄기세포 임상시험을 마구잡이로 허용하는 모습은 외국에서도 망신"이라며 "이렇게 성급하게 규제 완화로 갔다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면 뒷감당은 기업이 아니라 신용을 잃은 과학자들이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에 시판이 허가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1차 치료를 받은 급성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1800만 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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