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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굴욕, 과정은 졸속, 끝은 날치기…한미FTA 5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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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굴욕, 과정은 졸속, 끝은 날치기…한미FTA 5년史 [분석] 노무현-이명박은 어떻게 한미FTA를 추진했나
한국과 미국이 지난 2006년 2월 3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한 이래 5년 9개월여 만에 한국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양국 정부가 비준안에 동의하는 절차를 거치면 빠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한국은 유럽연합(EU)에 이어 미국과도 FTA를 체결한 나라로 바뀐다.

그간 숱한 논란을 낳았던 한미 FTA의 협정 역사는 '반복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과장된 홍보가 있었고,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으며, 언론도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선명하게 나뉘어 관련 보도를 이어갔다.

<프레시안>은 협상 개시 당시 처음으로 한미 FTA 관련 기획 기사를 내는 등 꾸준히 한미 FTA 논란을 보도해왔다. <프레시안>의 기사를 중심으로 FTA의 협상부터 비준까지의 과정을 돌아봤다.

'4대 선결조건 합의', 농민, 영화인 거리로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1월 18일 신년연설에서 한미 FTA 협상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다음달 3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의회에서 두 나라의 협상이 시작됐음을 공식 선언했다.

韓·美, FTA 협상 개시 선언…정부 '밀어붙이기'

이전부터 두 나라의 물밑접촉은 지속적으로 있었다. 지난 2005년 11월 2일, 롭 포트먼 당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올해 안에 한국과 FTA 협정을 개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美무역대표 "연내 한미FTA 협상착수 기대"

<프레시안>은 한미 FTA가 국내 산업에 큰 타격을 몰고 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가장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각계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미국과의 FTA…스위스는 중단하고 한국은 잰걸음
"한국 법률 고쳐야…미국 법률엔 손대지 않겠다?
"盧정권의 한미FTA 올인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끼워넣기'로 부활하려는 '한미투자협정'

한국 정부의 협상 개시 선언과 함께 한미 FTA에 반대하는 운동도 시작됐다.

한미FTA 사전협의 시작돼…반대운동도 본격화

한미 FTA 협정 초반에 가장 큰 논란을 가져온 건 의약품과 자동차, 쇠고기, 스크린쿼터의 관련 이익을 미리 미국에 양보하고 협상이 시작됐다는 이른바 4대 선결조건 합의였다. 농업인뿐만 아니라 영화인들까지 길거리 투쟁에 나서면서 국민들은 한미 FTA가 특정 직업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보수언론의 색깔론 공세가 강해졌음도 물론이다.

'몰래 퍼주기'가 '주도적 여건조성'인가?

▲ 스크린쿼터 축소, 한미 FTA 저지 기자회견. ⓒ프레시안

"한미FTA 경제효과 과장" 등 온갖 논란 불거져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지지세력이 극적으로 분화되는 계기가 됐다.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은 공개적으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고, 노 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전진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강력한 추진력을 보였다. 이른바 진보진영 내에서 한미 FTA가 큰 논란을 낳았음은 물론이다.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한미FTA "어불성설" 비판
盧 "한미 FTA, 저항으로 못 가는 일 절대 없도록"

한미 FTA의 경제효과가 과장됐다는 지적 역시 본격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 선전이 본격화되면서 한미 FTA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이념 공세'로 매도됐다.

온갖 비현실적 가정 위에 그려진 '꿈의 궁전'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반면교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던 멕시코를 돌아보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본지는 현지에서 NAFTA 발효 후 변화한 멕시코의 오늘을 조명했다.

멕시코는 왜 FTA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나

최근까지도 문제가 된 투자자-국가중재권제도(ISD) 역시 협상 시작과 동시에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본지는 한미 FTA에 ISD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단독입수] "미국기업에 한국정부 제소권 보장"

이와 같은 논란이 불같이 일었음에도 2006년 6월 5일, 두 나라는 1차 협상을 시작한다. 미국이 강력히 협상력을 발휘했고 한국은 미국의 공세를 막기 급급했다는 비판여론이 나왔다.

<워싱턴 1차 본협상> 미국의 공세적 요구에 밀린 한국

협상이 진행되면서 다국적 기업이 한미 FTA로 큰 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은 점차 현실화됐다. 특히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가 한미 FTA 발효를 위한 로비에 나섰다는 본지 단독보도는 한미 FTA가 주창한 '금융선진화'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론스타, 한미 FTA 활용 위해 로비' 드러나

한국이 보호해야 할 핵심 산업이었던 쌀 역시 FTA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이 문제를 본지 기고를 통해 처음 제기했다.

'쌀은 지킨다'는 건 한미FTA 전략이 아니다

3차례의 협상이 이어진 이후, 향후 이명박 정부를 뒤흔드는 파괴력을 낳을 광우병 문제가 본격적으로 한미 FTA와 맞닿아 돌아갔다. 이강택 KBS PD(현 언론노조위원장)는 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알렸다.

美 쇠고기 생산현장…"나는 '지옥'을 보고 왔다"

뒤이어 KIEP의 한미 FTA 경제효과가 조작됐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정부가 선전한 각종 경제효과에 대한 반박 역시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프레시안>은 부동산 정책도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처음으로 알렸다.

"한미FTA, '돌아올 수 없는 강' 따라 흘러가나"
"장밋빛 FTA자료는 정부가 조작·왜곡한 것"
부동산정책까지 美투자자의 소송대상 될 처지

한미 FTA가 국내 법률체계를 뜯어고쳐, 미국식 경제·사회시스템을 국내에 이식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실제 국회는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기 이전 관련 법률 상당수를 새로 만들거나 개정했다. 통상교섭본부의 감시 받지 않는 협상 질주가 이어진다는 비판 역시 잇따랐다. 미국과 달리 국회가 협상 권한을 쥐고 있지 않은 한국 조약체계의 허점이 노출된 셈이다. 당시 <프레시안>은 외교부를 제외한 법무부 등이 ISD에 우려를 표했던 사실을 최초로 단독보도했다.

한미FTA 체결되면 법률 15% 뜯어고쳐야
통상교섭본부, 盧心 앞세워 '투자자-국가 소송제' 독주

미국의 요구에 따른 재협상, 8일만에 미국 뜻대로

이처럼 숱한 논란을 낳았던 한미 FTA는 결국 6차례의 협상 끝에 2007년 4월 2일 공식 타결됐다. 문건 유출 파문 등 숱한 파문이 이어졌고, 정부가 홍보성 광고로 언론을 길들이려 하기도 했다. 타결 직후 보수언론은 한 목소리로 한미 FTA를 성찬했다.

한미FTA '이미' 타결됐었다, 그런데 왜?
김현종-바티야 "한미FTA 타결" 공식선언

한미 FTA 협정을 타결한 정부는 곧바로 한·유럽연합(EU) FTA까지 추진했다. 그러나 한미 FTA 협정은 타결 직후부터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측에서 먼저 이 소식이 들렸다. 미국의 이익을 더 반영하겠다는 주장이었다. 북핵 문제가 한미 FTA에 엮였고,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본격 제기됐다.

정부는 재협상이 시작되리라는 언론 보도를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치부했으나, 결국 2007년 6월 21일 재협상은 시작됐다. 그리고 재협상은 돌입 8일 만에 미국의 요구안이 더욱 반영된 채 타결됐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을 개시한 지 1년 2개월여 만에 두 나라 정부는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그리고, 이제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가 남았다. 그러나, 새 정부 들면서 한미 FTA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주한 미 대사, 한미 FTA 재협상 기정사실화
"재협상은 없다"더니…재개된 한미FTA협상
한미 FTA 재협상 타결…30일 서명식

MB, 쇠고기 협상 전격 타결… '촛불시위' 시작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 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당시 후보는 "한미 FTA 비준 통과를 위해 한나라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상대 당도 설득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

'農心' 앞에 선 대선주자들…한미FTA6人6色

당시 대선에 나선 이명박 후보 뿐 아니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한미 FTA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당장 대선에서는 중심 화두가 되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의 우려가 컸고 <프레시안>은 '한미 FTA 시대, 기어이 오는가' 기획을 진행했다.

"그들의 장밋빛 공약…한미 FTA와 양립 불가능"
"그래, 아토피·광우병 아이 두고 행복할지 보자"
"5년간 속고, 또 盧 닮은 대통령인가"
"FTA 찬성하며 '내 집 마련'? 넌 사기꾼!"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FTA 협상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말 잘 하신 일이다. 노 대통령께서 정말 하실 줄 몰랐다"고 노 전 대통령을 극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의 인수위원회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비롯한 한미 FTA 관련해서 문서 없이 구두로만 보고 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盧-李 첫 청와대 회동, '화기애애'?
영어에 '푹 빠진' 인수위 "FTA·쇠고기 관련 문건 全無"
"대통령을 기다리는 그들"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해 2008년 4월 18일 한미 정부는 '쇠고기 연령 제한'을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쇠고기 협상을 타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할 때 였다. "이 대통령이 한미 FTA 체결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광우병 우려가 폭발했다. 그리고 촛불시위가 시작됐다.

美 쇠고기 '결국' 수입…'검역 주권' 논란
"한미FTA '걸림돌' 사라졌다"…靑 쇠고기 협상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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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후폭풍' 작렬…누리꾼 18만 명 "MB OUT!"

한달이 넘게 이어진 촛불집회는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었고, 국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곧이어 터진 세계 금융위기도 한미 FTA를 훗날로 미루는 원인이 됐다. 그리고 같은해 노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한미 FTA 반대입장을 밝혔다.

'귀 닫은' 李대통령, 쇠고기도 FTA도 '정치적 반대'
한미FTA 비준동의 사실상 무산
盧 "상황이 변했다…한미FTA 재협상해야"
노무현의 뒤늦은 걱정 "한미 FTA, 이대로는 곤란하다"

▲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프레시안(손문상)

'더욱더 미국의 이익을 위한 협정문' 국회 처리

이듬해, 예상 못한 일이 일어났다. 미국이 다시 재협상을 요구해 온 것이다. 미국은 섬유, 환경부문에 이어 자동차, 쇠고기 부문 이익마저 추가로 관철시키려 했다. 노무현 정부가 공개적으로 자랑해 온 한국의 FTA 이익을 모조리 다 빼먹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같은해, KIEP는 한미 FTA로 대외무역적자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얻었음에도 이를 밝히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2010년 12월 3일, 양국 정부는 결국 한미 FTA 재협상에 타결했다. 세 번째로 협정문이 바뀐 것이다. 미국의 이익이 더욱 관철됐다. 미국 언론마저 "한국이 놀라운 양보를 했다"고 예상치 못한 '굴욕 협상'이었다. 두 나라 정부는 올해 2월 10일, 재협상 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협정문은 바로 이 세 번째 협정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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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곧바로 협정문이 국회를 통과하진 않았다. 협정문 번역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이 범국본을 통해 알려졌고, 이후 대 EU FTA를 비롯, 한국 정부가 맺은 FTA 협정문에 번역오류가 무더기로 있다는 사실이 송기호 변호사의 본지 기고를 통해 처음 드러났다. 한미 FTA 협정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부의 부실한 협상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이익을 관철했다고 자랑했던 전문직 비자쿼터 역시 협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세 차례의 재협상이 이어졌으나, 한국 정부가 말하던 핵심이익은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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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논란에도 한미 FTA 비준을 위한 움직임은 척척 진행됐다. 지난 9월 이 대통령은 10월 13일 미국을 국빈 방문할 것이라며 한미 FTA 비준을 위한 국회 압박에 들어갔다. 이 소식에 맞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9월 16일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강행처리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는 훗날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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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0월 12일, 미국 상하원은 한미 FTA 이행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미국 의회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남은 것은 한국 국회의 비준동의안 처리뿐이었다. 뒤늦게 법리 공방, 해석 공방 등이 이어졌으나, 국회는 질주했다. 한국 국회는 11월 22일, 기습적으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정치적 절차는 끝났다. 아니,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에서는 또 다시 추가 재협상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세 번째 재협상 때 포함되지 않은 쇠고기 분야가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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