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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란 추가 제재 동참 '검토'…애꿎은 기업에 불똥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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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란 추가 제재 동참 '검토'…애꿎은 기업에 불똥튈라 미국 압력 받은 듯…지난해 제외한 석유 분야 포함 검토
정부가 미국·영국 등 서방 국가의 이란 추가 제재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증거가 회의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취해진 추가 제재안에 한국이 동참할 경우 한국의 기업만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어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부 핵심당국자는 24일 "한국은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1929호에 의거해 대이란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도 "최근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 새롭게 대두되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추가 제재에 나섬에 따라 이에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는 미국의 동참 압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 22일 방한해 박석환 외교통상부 제1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한국도 이란 추가 제재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추가 조치 문제는 일단 관계 부처간의 협의를 통해서 결정해나갈 예정"이라며 "필요성과 범위에 대해서는 최근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결정 등 국제사회의 동향을 감안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유관 부처 장관을 소집해 이란의 석유화학 제품 수입 중단 등 추가 제재 방안을 협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21일 이란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11개 기업 및 개인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는 영국과 캐나다, 프랑스 등이 동참했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다음달 1일 외무장관 회의에서 추가 제재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서방 국가들의 이란 추가 제재는 지난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929호에 따른 제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 제재의 주된 근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8일 발표한 '이란 핵 활동 보고서'로 IAEA는 이를 근거로 지난 18일 이란의 핵개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IAEA의 보고서가 2005년 자료를 기초로 작성돼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 없는 데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이번 추가 제재의 명분은 지난해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 때도 미국이 설득하는데 애를 먹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엔 명확한 반대 입장을 들고 나온 것도 이번 추가 제재가 서방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국무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對)이란 추가 제재에 대해 밝히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연간 140~160억 달러의 무역 규모로 이란의 제2대 교역국인 한국이 추가 제재에 나설 경우 민간 기업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에는 국내 대기업 십 수개와 중소기업 2000여 개가 진출해 있고 교역 분야도 석유와 가전, 건설과 조선 등 핵심 산업에 걸쳐 있다. 게다가 이란 석유 수입이 전체의 수입액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한국 입장에서도 이란은 중동 지역의 중요 교역국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면서 결의안에 명시된 의무 사항만 이행하겠다는 원칙을 뒤집고 제재 범위를 늘려 논란을 부른 바 있다. 또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2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대(對)이란 금융거래 사전허가제를 실시해 사실상 이란을 상대로 한 금융거래를 고사시킨 것도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더해 미국은 이번에 제재 범위를 석유화학 부문까지 넓이고 한국 정부에도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된 수입 규모를 10억 달러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전체 수입 규모인 100~110억 달러의 약 10%에 이른다.

지난해 제재 범위에서 제외시켰던 석유 부문을 골자로 추가 제재를 단행한다면 이란의 무역 보복 위협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만을 의식해 명분이 약한 제재안에 동참하는 것은 실리 위주의 외교 노선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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