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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협박 하는 불도저…KT, 누굴 닮아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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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협박 하는 불도저…KT, 누굴 닮아 이러나" 2G 이용자 불만 폭발…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KT
지난 7일, 'KT는 2G 이동통신망 종료를 잠정 보류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판결 직전에 3G로 전환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KT 측이 일방적으로 2G 서비스를 종료한다기에 마지 못해서 3G로 전환했다는 게다. 이들은 3G 개통 철회와 2G 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관련 기사: "KT, 나는 '만만한 고객'인가?")

대다수 언론은 이런 반발을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는 KT에 대해 일부 소비자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논조로 보도한다. 하지만 이런 입장이 과연 타당할까. 수익성만을 고려한 KT의 일방적 결정을, 소비자는 무조건 따르는 수밖에 없는 걸까. '통신 서비스가 지닌 공공성'은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가치가 된 걸까. 갑작스런 3G 전환과 번호 변경으로 소비자가 입을 피해는 누가 어떻게 보상해야 하는 걸까. 이런 질문은 대부분의 보도에서 빠져 있다.

2G 서비스 해지 독촉 업무, 소비자의 항의를 달래는 일 등은 대부분 비정규직 또는 협력업체의 역할이다. 이들은 2G 서비스 종료에 따라 KT가 얻을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없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소비자 집단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기업, 법의 경계를 오가는 '궂은 일'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이 도맡는 풍경 등은 '기업 사회'가 돼 버린 2011년 한국의 풍경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KT의 '협박'에 이동할 수밖에…"

▲ 이석채 KT 회장. ⓒ뉴시스
KT 2G 서비스를 13년째 이용해온 김현민(가명·30) 씨는 법원 판결 하루 전인 6일 3G 서비스로 전환했다.

영업 활동을 위해 오랫동안 써온 번호라서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 씨가 3G로 전환한 이유는 KT의 계속된 '협박' 때문이었다. 12월부터 전화를 걸면 상대방의 통화연결음 대신에 KT의 안내멘트가 나왔다. '지금 쓰고 있는 2G 서비스가 8일 0시부터 정지되므로 계속 이용하고 싶으면 3G로 전환하라'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계속되는 문자, 전화, 우편물에다가 통화연결음에도 2G 서비스 종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 불안감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직업상 전화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생업이 불가능했던 김 씨는 불편을 감수하고 서비스를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3G로 이동한 박재문(가명·34) 씨는 "KT에서 8일 2G 서비스 종료 전까지 3G로 이전해야만 유심비, 단말기 보상 등 지원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8일 이후에는 보상이 없다고 말해서 다급한 마음에 7일 3G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일관성 없는 KT

김 씨는 법원 판결을 듣자마자 KT에 연락해 "2G 서비스가 종료되는 줄 알고 3G로 이전했지만, 서비스가 종료되지 않았으니 다시 복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KT 측은 김씨에게 "앞으로 2G 서비스망에 대한 유지·보수는 없을 것이며 이미 개통한 3G 기기를 반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거대 기업이 이럴 수 있느냐"며 "KT에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밝혔다.

오랜 시간 항의 끝에 다시 2G 서비스로 돌아온 사용자도 있다. 최시원(47) 씨는 김 씨와 마찬가지로 6일 3G로 전환했다. 최 씨는 7일 "3G 개통을 철회하고 원래 쓰던 2G를 다시 개통해달라"고 요구했지만 KT 측에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최 씨는 대리점, 고객센터를 번갈아가며 항의했다. 4시간이 넘는 통화 끝에 결국 3G 서비스를 개통 철회하고 사용하던 2G 서비스로 돌아갔다.

KT의 일관성 없는 정책에 소비자들은 더욱 혼란을 겪고 있다. 대리점과 상담원마다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안선태(가명·30) 씨는 인터넷에서 3G를 개통했다가 다시 2G로 돌아간 사람의 글을 보고 고객센터에 "자신도 2G로 복구해달라"고 요구했다. 고객센터에서는 "복구할 수 없다. 매뉴얼에 그렇게 나와 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은 거짓"이라고 말하며 거부했다. 그러나 <프레시안>이 확인한 결과, 항의 끝에 3G에서 2G로 돌아간 사례는 상당수 있었다.

막무가내 전화와 방문…KT "하청업체라서 관리가 불가능"

2G 가입자를 해지시키기 위한 KT의 노력은 집요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신성진(32) 씨는 "KT라면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직업상 밤낮을 바꾸어 생활하는 신 씨는 "2G 서비스를 해지하라는 KT의 전화 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했다.

심할 경우 하루에 10통도 넘게 전화가 걸려왔다. 신 씨는 "'그만 전화하라'는 항의를 했지만 오히려 그쪽에서 욕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KT 측에 어떻게 소비자에게 욕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KT 측에서는 "본사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청업체라서 모두 관리하기가 불가능하다"라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김태형(24) 씨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가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KT 2G 서비스는 김 씨의 어머니 명의로 되어있다.

"회사에 KT 인터넷을 설치하기 위해 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KT 직원 한 명이 따라와서 소파에 앉아 있길래 인터넷 설치 기사인 줄로만 알았다. 알고 보니, 2G 서비스를 종료하라고 찾아온 직원이었다. 그 직원 수첩에는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각종 신상정보가 적혀 있었다."

김 씨는 "내가 어머니 명의의 전화를 사용하는 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건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객의 신상정보를 함부로 다루고 멋대로 회사까지 찾아오는 KT의 무례함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방통위·KT, "즉각 항고"

방송통신위원회는 8일 KT의 2G 이동전화 종료 집행정지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다. KT 역시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입장이며, 이르면 9일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항고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KT 소비자 박재문 씨는 "KT의 2G 서비스 가입자가 전체 0.9%다. KT는 2G 사용자들을 단지 버려도 될 '하찮은 숫자'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소비자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KT는 결코 오래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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