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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조원 꿀꺽…4대강은 돈을 먹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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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조원 꿀꺽…4대강은 돈을 먹고 흐른다 [홍헌호 칼럼] '돈 별로 안 든다'는 황당한 정부 주장의 오류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이하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 될까. 국토연구원이 6125억 원이라 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이 연구원이 만든 보고서를 들여다 보니 6125억 원은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가 아닌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였다.

여기에서 국가하천이란 "국토보전상 또는 국민경제상 중요한 하천으로서 국가가 관리하는 하천"(하천법 제7조)을 말하는데, 전국 국가·지방하천(소하천 제외) 3833개소 중 4대강을 포함하여 61개소가 이에 해당한다.

4대강 사업 이전에 국가하천 유지관리비는 어느 정도였을까. 과거에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프로그램 예산서>를 보면 '국가하천 정비예산'으로 2006년에 3430억 원, 2007년에 3560억 원, 2008년에 3650억 원이 투입되었다.

결국 국토연구원은 국가하천의 기존시설 유지관리비로 3500억~4000억 원 정도를 추정하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로 2000억~2500억 원 정도를 추정했다고 해도 해석상 큰 무리는 없다.

▲국토연구원이 추정한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억 원/년) ⓒ홍헌호

이 보도가 나가고 며칠 뒤 국토해양부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2000억 원 내외라는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 해명자료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들이 말하는 '2000억 원 내외'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가 아니라 내용상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였다.

▲국토해양부의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억 원/년) ⓒ홍헌호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의 주장을 종합해 보면, 양자가 추정하는 국가하천 유지관리비의 내용이 전혀 다르다. 전자는 국가하천의 기존시설 유지관리비와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를 망라한 반면, 후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보다 백 배는 더 좋은 해몽'을 해 주면 수치는 대략 맞아 떨어진다. 이들이 국가하천의 기존시설 유지관리비로 4000억 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신규시설 유지관리비로 2000억 원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4대강 사업 유지관리를 위한 하도준설비가 269억 원? 턱도 없는 소리!

그러나 이렇게 해석한다고 해서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 논란이 종식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아니 전혀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문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항목 중 '하도준설비'만 들여다 보기로 하자. 국토연구원은 국가하천 하도준설비가 674억 원이라 했고, 국토해양부는 4대강사업으로 인한 하도준설비가 269억 원이라 했다. 이번에도 '꿈보다 백 배는 더 좋은 해몽'을 해 보면, 평년에 정부가 국가하천에서 405억 원을 들여 하도준설을 해 왔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인해 269억 원을 더 들여 하도준설을 추가로 할 필요가 생겼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평년 하도준설비 405억원 +추가 하도준설비 269억원 = 674억원

문제는 269억 원으로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재퇴적 문제를 모두 다 해결할 수 있느냐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4대강 사업은 평균 수심을 6m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4대강에서 재퇴적이 일어나 평균 수심이 6m 이하로 낮아지게 되면 그것은 4대강 사업시설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에, 재퇴적량과 재퇴적 비율은 학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난 여름 홍수기 때 4대강에서 어느 정도 재퇴적이 일어났을까.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여러 지역을 실사조사한 결과 총준설량 대비 재퇴적량 비율이 50%가 넘는 지역이 많았으며,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그 비율은 25% 이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2% 수준에 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는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이 지나면 다 드러날 것이다.

국토부 주장처럼 재퇴적 비율이 2%라 하더라도 그 물량은 269억 원으로 해결할 수 없다. 4대강사업에서 준설한 총물량 4.6억m³ 중 2%는 920만m³에 해당하고, 이를 준설하기 위한 총비용은 국토해양부 집계방식에 따르더라도 1472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최근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m³당 준설비용을 1만6000원으로 가정한 바 있다.

* 920만 m³ x 1만 6000원/m³ = 1472억 원

재퇴적 비율이 10%라면 재준설 비용은 7360억원

현실적으로 보아 4대강 사업 완료 이후 매년 발생하는 재퇴적 물량은 어느 정도 될까?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에 담긴 낙동강 보의 제원을 참고로 하여 추정해 보기로 하자.

▲낙동강 보의 제원. ⓒ홍헌호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에 담긴 낙동강 보의 제원을 보면 저수로 폭이 평균 460m임을 알 수 이다. 이 글에서는 4대강 재준설 대상지의 저수로 폭을 평균 350m로 가정한다. 또 4대강 재준설 대상지의 길이는 국토부가 국토연구원 보고서에 대한 반박자료에서 가정한 대로 538km(53만8000m)라 가정한다.

4대강에서 매년 재퇴적되는 물량(재준설이 필요한 물량)의 길이가 538km이고, 저수로 폭이 평균 350m이며, 평균 높이가 30cm라 가정하면, 그 부피는 어느 정도 될까?

* 53만8000m x 350m x 0.3m = 5649만 m³
* 5649만m³ x 1만6000원/m³ = 9038억 원

계산해 보면 그 부피는 5649만 m³가 되고 준설비용은 9038억 원이 된다. 이 때 준설대상 5649만m³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한 총준설량 4.6억m³의 12.3%에 해당한다.

4대강에서 매년 재퇴적되는 물량(재준설이 필요한 물량)의 평균 높이가 30cm가 아니라 20cm라 가정하면 어떻게 될까. 준설대상은 5649만m³의 3분의 2인 3766만m³가 될 것이고, 준설비용은 9038억 원의 3분의 2인 6025억 원이 될 것이다. 준설대상 3766만m³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준설한 총물량 4.6억m³ 중 8.2%에 해당한다.

이 계산결과에 따르면 재퇴적 비율이 25%에 이를 것이라는 박창근 교수와 2%에 그칠 것이라는 국토해양부 중간 지점인 8.2%와 12.3%를 재퇴적 비율 추정치로 가정한다 하더라도 4대강의 원래 목표인 수심 6m 이상을 유지하기 위한 연간 재준설 비용은 6000~9000억 원에 달한다.

또 간략하게 재퇴적 비율이 10%라 가정하고 재준설 비용을 계산해 보면 총준설량 4.6억m³ 중 10%가 재퇴적될 경우, 4600만m³를 재준설해야 하므로 이로 인한 비용은 연간 7360억 원에 달한다.

* 4600만 m³ x 1만6000원/m³ = 7360억 원


▲4대강 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이미 지난해부터 잦았다. 집중홍수 피해가 컸던 지난해 6월 25일, 집중홍수로 인해 붕괴된 경북 칠곡국 약목면 '호국의 다리(구 왜관철교)'의 모습. 호국의 다리 붕괴 원인으로는 4대강 사업에 포함된 낙동강 공구 준설로 인해 빨라진 유속이 꼽혔다. ⓒ뉴시스

역행침식 재해예방비와 복구비는 연간 1000억 원 이상

국토해양부가 추정한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 2000억 원에 하도준설비 7000억 원을 더해 주면 이 논란은 종식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재퇴적은 역행침식과 동전의 양면의 관계에 있고 역행침식이 심각한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역행침식이란 무엇인가? 폭포를 연상하면 된다. 4대강 준설로 본류 강바닥을 인위적으로 최대 10m 혹은 그 이상까지 낮출 경우, 지류와 본류 사이에는 급격한 낙차가 발생하고, 그것은 지류와 지천의 물 흐름을 엄청나게 빠르게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하천의 유속이 빨라지면 지류와 지천의 바닥과 주변에 대규모 침식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홍수기 때 4대강 곳곳의 지류와 지천에서 이런 역행침식현상이 목격되었다.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재해예방비와 복구비는 어느 정도 될까? 연간 1000억 원 이상에 이를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는 1조 원 이상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것을 정리해 보자.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의 주장을 '꿈보다 백 배는 더 좋은 해몽'으로 풀어 보면, 향후 국가하천 기존시설 관리비로 4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고, 4대강 사업 신규시설 관리비로 2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주장은 재퇴적으로 인한 대규모 하도준설비를 고려하지 않았고,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재해예방비와 복구비를 고려하지 않았다. 이것들을 고려할 때 매년 총준설량 중 10%가 재퇴적될 경우 이를 재준설하기 위해서는 연간 7360억 원이 필요하고, 또 역행침식을 막기 위한 재해예방비와 복구비로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는 국토연구원과 국토해양부가 추계한 4대강 사업 유지관리비 2000억 원 이외에도 7000억 원 이상의 하도준설비와 1000억 원 이상의 역행침식 재해예방비까지 합쳐져서 도합 1조 원 이상에 이른다.

보는 존치하는 것보다 해체하는 것이 더 나을 것

보는 어떻게 할 것인가. 보가 수질을 개선시킨다면 존치시키고, 수질을 악화시킨다면 해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를 정확하게 추정하는 게 어렵게 되었다. 보가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국토해양부가 14조 원 내외라던 4대강 사업비를 22조 원으로 늘리면서 3조8000억 원에 달하는 수질개선비를 은근슬쩍 별도로 집어 넣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경우 보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추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토부가 별도의 수질개선비를 집어넣어 결과를 왜곡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55점을 받아 낙제를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교사를 매수해서 65점을 받게 한 후, 학생의 노력으로 낙제를 면했다고 우기는 경우와 유사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그런 꼼수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한겨레>(2012.01.16)는 '생명의 강 연구단' 연구결과를 인용, "4대강 사업의 효과로 수질이 개선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였던 낙동강의 부영양화가 오히려 상류 쪽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직 보의 수문을 닫지 않았음에도 보 신설로 유속이 느려져 낙동강 중류인 강정고령보와 창녕합천보에서도 조류가 관찰됐다. 그동안 낙동강에선 주로 경남 양산시 물금읍 등 지금의 함안창녕보 부근에서만 하굿둑 영향으로 겨울철 조류가 발생해왔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국토해양부가 꼼수를 써서 별도의 수질개선비를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보로 인해 수질이 좋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별도의 수질개선비를 쏟아 붓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고 말이다.

만에 하나 국토해양부가 별도의 수질개선비를 엄청나게 더 쏟아 부어 4대강 수질이 오히려 더 좋아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라고 무작정 보를 존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를 존치하고 별도의 수질개선비를 엄청나게 쏟아 붓고 또 많은 혈세를 들여 하도준설을 하면서 수질을 개선할 때의 효과/비용과 ▲보를 해체하고 별도의 수질개선비만을 추가하여 수질을 개선할 때의 효과/비용을 비교해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경우라도 필자가 보기에는 보를 존치하는 것보다는 해체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보의 존치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국민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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